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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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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543회 작성일 2022-01-26 14:16

본문

폐가

 

                               김혜련

 

카키색 바람의 발목이

푹푹 빠지는 눈 내리는 겨울 해질녘

생각의 긴 눈썹을 잘라내고

이제야 그에게 왔네

매장된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커다란 축복인지 오늘

그의 주저앉은 두개골을 보고 깨달았네

죽은 지 삼 년도 넘었는데

아직도 매장되지 못한 혓바늘 돋는 아픔

살 길 바쁘다고 외면한

내 이기심의 눈꺼풀 때문이었네

서울에서 일곱 시간 걸리는 남도 끝자락

죽었다는 소식 듣고도

오촌 당숙이나 갈밭골 아재가

다 알아서 하겠지 하고

돈 몇 푼 보내고 말았더니

매일 밤 머리 풀고 꿈속에 찾아와

내 목을 조였다 놓았다 하네

살이 썩어 흙이 되고 그 위에

잡초네 대식구들 몰래 들어와

무전취식하는데 백골이 된 그는

겨울바람 속 눈을 맞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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