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이 있는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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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 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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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똑같은 크기로 있는 자리

만족한 바탕 공간에 그려져 불속에 들어갔다 나온

여러 그림이 다급하게 멈춰서 있다

또 다른 크기로 크게

또 다른 크기로 조금 크게

통과할 수 없는 바람막이

사람 차단하는 굳은 벽

유독 눈에 띄는 검은 안경 낀

우산 든 고양이 두 마리가 서서

어둠 건져내 품에 안은

6월의 정원사를 바라보고 있다

스스로 내린 햇빛으로 고은 옷 입은

정원사 가위 떠난 꽃들

저마다 무엇하고 있을까

걸어오려고 애쓰는 꽃

잠든 꽃이 많다

나는 서서, 벽화는 서서 붙여져

떨어질 줄 모른다

가로 질러 구두 발자국

소리 내며 정원을 거닌다

다시 쳐다보는 벽화는 모두 정사각형

각각 모두는 한 벽을 무너지지 않게

찬란히 버티게 장식하고 있다

유독 눈에 들어오는 새벽 안경 낀 눈길 방향

어린소녀 태운 오리가

더 그릴 수 없는 강을 향해 헤엄친다

벽화가 있는 정원은 마지못해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