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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TH 북위 02도 서경 44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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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홍완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4건 조회 1,694회 작성일 2015-03-31 00:59

본문

QTH 북위 02도 서경 44

 

성학이가 17:00시에 나온다고 했었는데 신호가 없다.

3FQO에서 3FQN을 호출하고 있는데 응답이 없는 모양이다

그래서 내가 대신 신호를 보냈더니 누구냐고 묻는다

국장이 선장하고 바둑을 둔다고 한다.

이전에 승전하였던 동진호에서는 선장의 바둑실력이 자기 보다 우세했는데 지금 선장한테는 자기 실력이 우세하단다.

그래서 자기가 항상 백을 잡는데 선장은 죽어도 깔지 않으려고 한단다

"형님 바둑실력도 알만한데 선장이 그보다 후수라니 선장의 실력을 알만합니다 그나저나 두분이 갈비들인데 몸보신이나 하면서 바둑 두세요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여기는 고기 통 없어 매일 평균 1.2톤정도야. 어제는 0.6톤이었어 본선 선장이 그쪽에 관심이 많아. 홍국장이 알려주지 않아서 죽 쑤고 있는 중이야"

"여기는 평균 1.8-2톤입니다. 이제 들어가셔서 선장하고 바둑 두십시요 안녕히 계십시오 VA"

3FQO와 막 교신이 끝났는데, 성학이가 호출한다

"방금 누구하고 교신했냐?“

"아무도 아냐"

"그건 그렇고 보이스 말이야"

또 그 보이스 설치건이다.

그동안 몇 차례나 똑 같은 말을 해 주었는데 또 그 질문이다.

"야 그건 이제 좀 그만 좀 물어보고 전보나 중계해 줘"

대답대신에 지남205호에서 부탁한 400자 짜리 장문의 전보를 송신하기 시작했다.

 

"야 이런 장문을 누가 중계해 주냐? 못해"

"그러지 말고 해줘"

"못해"

"알았어 그럼 취소하자"

"AHR" 다음 것 보낸다는 뜻이다.

"K" 보내라는 뜻이다.

전보 문자수 400자를 50자로 바꾸어 취소한 장문의 전보를 다시 보냈다

그런데 50자가 훨씬 넘었는데도 아무 반응이 없다

400자 전문을 모두 보냈는데도 아무 반응이 없다.

응답하라고 한참동안을 불러대도 아무 대꾸가 없다.

아마도 수신하다가 장문이어서 신경질내고 들어간 모양이다.

송신기를 끝고 좀 있으니 나와서 부른다.

그리고는 하는 말이

"수신 못 했는데 앞이 서울이냐 부산이냐?"

어이가 없어서 대답하지 않고 있었더니 들어가 버렸다.

수신기도 껐다.

밖에 나가보니 선장이 키를 잡고 있다

그렇게 심심하게 있는데 선장이 부른다.

"72호 왜 귀국한데"

"글쎄요 나도 모르겠는데 아마 중간불도 안나가서 그런 모양입니다"

"우리보다 한항차 빨랐는데 우리보다 빠르지도 않군"

"아마 북부에서 조업하는 바람에 중간입항을 하고 해서 그런 모양입니다. 나도 72호가 마지막 항 출항인줄 알았었는데 이제 입항한 것이었습니다"

"인도양 38호 국장 잘 알아요?"

"네 잘 압니다"

"그럼 그쪽으로 이동하려고하는데 잘 좀 알아봐. 이번에 알바코 70톤만 잡으면 20만불은 문제 없을 거야"

"HOBD국장도 잘 알아?"

"그렇게 잘 아는 사이는 아닙니다. 광운출신이고 이국장과 동기로 알고 있어요"

"그 배가 전에 주낚 잃어버렸던 배 아닌가?"

"맞습니다. 30빳지 정도 잃어버렸었는데 타선과 같이 수색해서 찾은 적이 있어요"

"50에서 70빳지 잃어버렸을 거야. 투승하는데 주낚이 있었는데 부이가 3개 뭉쳐 있는게 몇빳지 안되는 것 같드라고. 그리고 알려주면 괜히 의심 받을까 봐서 안 알려주려 했는데 그걸 찾느라고 고생할 것을 생각하니 안되겠더라고. 그래SVC전문을 보냈는데 감사하다고 회신이 왔더라고. 그 배에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지 모르겠어"

"설마 그럴라구요. 오히려 감사하고 있을 겁니다"

" 그 배에서는 우리가 크로스 해서 주낚을 절단해 놓고 알려 준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누가 그런 짓을 했으면 모른 척 할텐데 SVC까지 보내겠어요?"

선장이 잡았던 키를 항해사에게 넘겼다.

그때 마침 갑판에서 선원들이 부이를 끌어 올리고 있었다. 나는 갑판으로 내려가서 부이 올리는 것을 도와 주었다.

그리고 좀 바람을 쐬고 있는데 갑판에서 "고기아"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마침 그 고기를 찍어 올릴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다시 갑판에 내려가서 고기를 찍어 올리는 창으로 퍼득더 거리는 고기를 찍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고기를 찍기는 찍었는데 하필 고기의 꼬리쪽을 찍었다.

머리나 아가미 쪽을 찍어올려야 하는데 꼬리를 찍은 것이다.

40키로는 족히 되는 것 같다.

찍어서 갑판에 올린 고기가 펄떡 펄떡 뛴다.

정말 힘이 좋다.

펄덕이는 고기를 기절시키기 위해 나무로 만든 망치로 대갈통을 내려쳤다.

그런데도 뿌덕덕 댄다.

낚시 몇 개를 사려주고 톱브리지로 올라갔다.

고기 말린 것을 입에 한 입 넣고 우물거리면서 망원경으로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망원경의 렌즈에 물기까 끼어서 희미하게 보인다.

렌즈를 닦고 바다를 내려다 보는데 무엇이 보인다.

상어다!

상어가 낚시에 걸려서 물속에서 꼬리를 흔들며 서서히 갑판쪽으로 끌려오고 있었다.

상어를 끌어오리기 위해 윈치를 돌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선원이 상어거리를 상어에 던졌다.

정확하게 상어거리가 상어의 허리에 찍혔다.

"시고!"

윈치가 돌아가고 상어가 갑판으로 끌어 올려졌다.

상어가 약간 공중에 매달려서 머리와 꼬리가 아래로 늘어져 있다.

선원 한 사람이 휘어져 있는 상어의 등허리를 칼로 두어번 두드린다.

그리고는 칼로 등허리를 베기 시작한다.

상어의 허연살이 보이고 피가 흘러나온다.

흘러 나온더 창자에 칼끝이 걸려 오물이 흘러내린다.

상어의 허리가 반쯤 베어지자 상어는 더 이상 꿈짝을 못한다.

그져 눈만 꿈뻑 꿈뻑 거린다.

상어를 들어 올려 놓고 있는 윈치를 위로 더 끌어 올리니 쓸개인지 십이지장인지 그런 것이 터져 나온다.

선원이 그러한 상어의 지느러미와 꼬리를 잘라낸다.

그리고 나머지는 바다에 던져 버린다.

"풍덩"

이렇게 상어 한마리가 처리되었다.

상어 꼬리는 톤당 800불이상된다고 했다.

입항할 때 받는 상륙비는 이것에 비하면 얼마 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선원들에게는 이 상어지느러미가 알짠 부수입이 되는 것이다.

보통 상어지느러미를 팔아서 선원 한 사람이 받는 몫은 약 50-60불 정도된다. 많을때는 100불정도도 된다.

어떤 놈들은 그 상어지느러미 판 돈을 착복하는 놈도 있다고 한다.

도적놈들!

 

망원경에 크게 확대되어 들어오는 물결이 구비 구비친다. 아니 살아있는 구렁이 처럼 꿈틀 꿈틀거린다.

물결이 아니고 무슨 진흙덩이가 움직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끊임없이 어디로 부턴가 밀려와서 어딘가를 향하여 밀려간다.

바다는 거대한 산 동물이다.

어떤때는 굶은 호랑이가 먹이를 덮칠 때 처럼 무섭게 휘몰아친다.

그리고 어떤때는 첫날밤을 맞이하는 숫처녀처럼 수줍어한다.

오늘도 역시 황혼 빛에 온통 물들어 가는 하늘색이 아름답다

지는 석양의 그림자가 밤을 맞이하는 붉으스레한 물결들과 어우려서 반짝 반짝거린다.

구름결이 안개와 같이 옆으로 엷게 퍼져 있는 정경이 한 폭의 그림과 같다.

여기에 바람타고 유연히 나르는 갈매기 한마리만 더 한다면 그 아름다움이 절정에 이를 것 같다.

대자연이 어울려서 매일같이 새로운 위대한 그림을 그리고 또 지우고를 반복한다.

어느 한 날도 똑 같은 작품을 만드는 적이 없다.

 

고기는 계속하여 올라온다.

이 정도면 오늘은 2톤은 넘을 것 같다.

어제는 1.8톤이었다.

삼송76호가 긴급환자가 발생하여 브라질 레시페에 입항한다는 TR을 통보하고 있다.

긴급환자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환자를 발생시키러 가는 것은 아닌지

암튼 조심해서 잘 다녀오길

브라질 레시페의 열정의 여인들이여!

그대들이 심장과 가슴을 뜨겁게 달궈줄, 삼송76호 대한의 씩씩한 바다 사나이들을 뜨겁게 맞이하라!

낮에 고기를 찍어 올릴 때 고기가 펄떡거리면서 때린 내 발등이 욱씬 욱씬 거린다.

현재 QTH 북위 02도 서경 44도이다.

1976. 6.20

주석 : 여기서 나오는 대화는 원양어선의 무선국장들이 모르스 부호로 주고 받는 것이다.

QTH:현재 위치를 나타내는 통신약어. VA:통신종료를 나타내는 부호. AHR: 두 번째 전문을 보낸다는 통신약어. K:전문을 보내도 좋다는 부호. SVC: service의 약자로 형식을 갖추지 않은 업무용 전문. 기타 알파벳 네 자리는 선박호출부호이고 숫자는 선박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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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홍완표님의 댓글

홍완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손대표님 반갑습니다
모처럼 왔습니다. 한번 뵈어야 하는데 벌서 몇년이 흘렀습니다
글을 좀 다듬어서 올려야 하는데 들어온 김에 생각나는대로 쓰다보니 그만,,,
다음에는 잘 다듬어서 올리겠습니다

011 380 0685 전화번호 문자주시면 연락드리겠습니다.

김석범님의 댓글

no_profile 김석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바다와 관련 이미지가 무선을 통한 대화체로 연결되어
우리에게 생생하게 전달되고 있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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