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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일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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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5건 조회 664회 작성일 2016-11-22 22:09

본문

꿈꾸는 일탈

 

김혜련

 

사랑의 기로에 서서/ 슬픔을 갖지 말아요.

어차피 헤어져야 할 거면/ 미련을 두지 말아요.

 

이별의 기로에 서서/ 미움을 갖지 말아요.

뒤돌아 아쉬움을 남기면/ 마음만 괴로우니까

 

   1982년 나는 단발머리 여고생이었다. 표 나게 얌전하고 공부도 잘하는 모범적인 학생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나를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보호막 아니 가면일 뿐이었다. 실상 내 마음 속에는 수천 가지의 일탈이 시시각각으로 자라고 있는 악질적인 문제아였다. 대학 진학은 사치에 가까운 궁핍한 가정형편, 술고래 아버지, 철부지 동생들……. 생각만 해도 가슴이 터질 것처럼 답답하고 싫었다. 그래서 나는 아침에 눈뜨면 가출을 생각했고, 하교할 무렵이면 집에 가기 싫어 공연히 늑장을 부리곤 했다.

   그 해 5월 어느 날 아침 등굣길에 우연히 보게 된 벽보가 내 가슴을 한없이 두근거리게 했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쿵쾅거려서 한바탕 소리라도 질러야 할 것 같았다.

   아아, 콘서트! 나의 이 답답한 가슴을 펑 하고 뚫어줄 것 같은 콘서트. 일주일 뒤에 광양 군민회관에서 6인조 남성그룹의 콘서트가 열린다는 광고지였다. 나는 그 광고지를 보고 일주일 내내 설렘에 몸살을 앓았다. 사실 그 남성그룹은 다운타운가에서 노래를 하는 잘 알려지지 않은 무명가수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것은 내게 중요한 사실이 아니었다. 답답한 마음을 뻥 뚫어줄 수만 있다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다만 그들의 공연에 어떻게 가느냐가 문제였다. 우선 그 공연은 고등학생인 내가 수업을 듣고 있어야 하는 시간에 이루어진다. 그리고 공연 티켓 구입비도 극복하기 힘든 난제였다. 용돈이라는 단어가 있는지조차 모르고 살았던 내가 그 거금을 마련해야 하는 것도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었다.

   그래도 죽지 않고 살아야하기에 그 공연을 보기로 결심하고 두 가지 나쁜 짓을 실행에 옮기고 말았다. 첫째는 수업시간에 무단이탈을 한 것이고, 둘째는 영어 참고서 산다고 거짓말을 하고 부모님께 어렵게 받은 돈으로 공연 티켓을 구입한 것이다.

   요란하게 울려 퍼지는 신시사이저 소리가 고막을 찢을 듯 시끄러웠지만, 나는 1시간 30분 동안 세상 모든 고민을 다 내려놓고 미친 듯이 소리 지르고 박수를 치며 즐겼다. 그것이 내 인생에 처음 있었던 콘서트 관람이었고, 동시에 성공적인 일탈이었다.

   일탈은 두려움을 주기도 하지만 또한 묘한 설렘 같은 것 심지어 스릴까지 느끼게 한다. 친구들은 그 시간에 잠의 미망 속을 헤매게 하는 수학 수업을 듣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생에 처음 즐기는 콘서트를 관람하고 있었던 것이다. 얼마나 스릴 넘치는 일인가? 공연히 어깨에 힘이 들어가기까지 했다.

   솔직히 그때 그 그룹사운드는 노래를 썩 잘 부르지는 못했다. 고막을 찢을 것처럼 시끄럽기만 했지만 덕분에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리는 듯 한 쾌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공연이 끝났다. 관객들이 앙코르를 외쳤다. 그 순간 그들이 부른 마지막 곡이 바로 김수희의 멍에였다. 그 곡이 아직까지도 내 가슴을 울리고 있다. 1982년 당시 발표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던 이 곡을 구속 따윈 전혀 모를 것 같은 자유분방한 6명의 청년들이 가슴 저리게도 잘 불렀다. 그 청년들과 너무나도 안 어울리는 노래였지만 묘하게도 잘 어울려 듣고 있던 모든 관객들의 발목을 잡았다. 그 노래 가사처럼 한동안 떠나지 않으리.’를 같이 따라 부르며 공연이 끝난 뒤에도 객석에 한참이나 앉아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때부터 나는 김수희의 멍에를 한 편의 시를 읊조리고 외우듯 그렇게 좋아하게 되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꿈꾸었던 일탈 그 자그마한 일탈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죽지 않고 살아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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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석범님의 댓글

no_profile 김석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 번쯤 누구나 그런 일탈을 꿈꾸어 보았지요
아마, 중학교 때 관람할 수 없는 영화를 친구 몇몇과 짜고 들어가다
선생님께 걸렸지요 그 다음 날 수업시간에 개망신 당했고요 .... 다 범생들이었지요 
-감사합니다

정경숙님의 댓글

no_profile 정경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이런적 있답니다
고교 야구가 한창일때 박노준 팬이었지요
여름 자율학습빼먹고 책가방 학교에 둔체
야구장에 갔다오니 교실문잠겨 가방두고 집에갔다가
그다음날 주임선생님께 불려갔어 반성문 썼던기억이 생생합니다
지금도 그때생각하니 키득키득 웃음이 절로 나온답니다
그때 그시절이 또한번 올까요~~
고맙습니다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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