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똥구리

시지프스의 바윗돌처럼 무거움을 밀어내는 동작에는

몇 십 광년의 힘겨운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

그 뿐이랴

가볍게 보이는 수 십배의 버거운 무게와

풀포기 하나, 돌맹이 하나는 생사가 엇갈리는 극한의 장애

거치른 들판에는 동족이자 적인 무리들과

공중을 배회하는 무서운 눈들과 맞서야 한다

방패는 끈기와 배짱과 맨발의 청춘 뿐이다

길없는 길은 견고한 벽

물구나무는 무모한 모험이지만

은하수의 암호를 해독하며

네 개의 발과 암컷과 두 개의 촉수로 버텨낸다

두려움은 무한의 집착과 비례하고

원형의 무게를 둥굴게 이동하는 앞발의 속도는

뒷발의 탄성과 비례한다

때로

지구와 같은 모습의 경단은

우주를 배회하다가 다른 행성과 부딪히며 폭발하기도 하고

힘센 동족의 횡포에 약탈당하기도 한다

낭떠러지에 매달린 죽음의 순간에도

헛짚어 두 세 번의 연속 회전에도

앞다리의 근육과 악력으로 버티어 낼 수 없는 한계에도

그러나 포기할 수 없는 생존의 이유가 있다

우직한 근면은 완강하게 삶을 버티며

생명의 씨를 뿌린다

마침내 생존의 이유를 완성히고

새벽이 집요하게 밤을 꺽고 어둠을 밝이 듯

문장의 종지부를 찍는다

바닥을 기는 삶의 여정이 황금빛 견갑堅甲으로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