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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달팽이의 길 글자 확대 글자 축소
   글쓴이 : 정경숙 ((121.*.198.187) 날짜: 19-03-30 13:34 조회: 59 0 0 이 댓글을 twitter로 보내기 이 댓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이 댓글을 Me2Day로 보내기 이 댓글을 요즘으로 보내기

민달팽이의 길


                정경숙



냉장고 문이 손가락을 뜬금없이 때린다


세상 구경 잘하고 지나든 낮달이 어처구니없이 사라지고


왼손 검지 손톱에 천둥과 번개가 내리친다


냉장고 안에서 죽은 듯이 모여 있던


안개가 몰려나와 싸늘한 통증이 된다


갑자기 몰아닥친 먹구름

 

혼비백산 된 손톱은 그곳을 떨어져 나갔다



여린 것을 덮고 있던 딱딱한 껍질 속에

 

물살이 파묻혀 있었던 걸까

 

각질이 사라진 자리에 민달팽이가 기어 나온다

 


물도 아니고 진흙도 아닌 곳에서,손가락의 뿌리를 파고들어

 

햇볕의 뜨거움과 맞서 싸운다

 

때론 생각없이 걸려넘어지고 헛디뎌 가면서

 

민달팽이가 고개를 밀어 올린다



 스스로 몸에 점액을 만들어야 움직일 수 있는 민달팽이의 운명,


명암만 구별할 수 있는 몸 전체가 질퍽한 생체시계다


하루를 구걸해 사는 하늘이 지붕이며 이불이다


민달팽이의 궤적이 지난날의 통증을 지우자


조금씩 상처의 시간이 기억조차 흐릿해지고


붉은 기운이 감도는 둥근 집이 완성이 되었다



 영어囹圄의 몸에서 막 벗어난 집 없던 민달팽이가 


둥근 집으로 들어 오는 날 숨어있던 낮달이 찾아와

 

달팽이의 길을 안내하고 있다 


이순섭 19-03-30 17:22
 219.♡.232.203   이 댓글을 twitter로 보내기 이 댓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이 댓글을 Me2Day로 보내기 이 댓글을 요즘으로 보내기
민달팽이 길 끝에 자리잡은 집.
길 거리 가늠할길 없어 묵직한 집이 구르는 습기 찬 숲 속
꿰뚫어 보는 시선이 움직여 응시하고 있습니다.
좋은 작품 <민달팽이의 길> 감명 깊게 감상하였습니다.
대단히 고맙습니다.
김용천 19-04-01 09:57
 222.♡.36.210   이 댓글을 twitter로 보내기 이 댓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이 댓글을 Me2Day로 보내기 이 댓글을 요즘으로 보내기
달팽이 껍질을 잃어버리고 새것을 받았는데
옛것만 못하더군요
겉이 아픈 것이야 시간이 해결을 하는데
속에 있는 것은 스스로 치유하는 어려움이 있지요
잘 되지도 않고요
이슬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치료제로 써보기도 합니다
김석범 19-04-02 09:19
 119.♡.101.68   이 댓글을 twitter로 보내기 이 댓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이 댓글을 Me2Day로 보내기 이 댓글을 요즘으로 보내기
냉장고 문에 끼인 손가락의 상처로 손톱이 빠졌군요
손톱이 빠지고 선홍빛 살이 드러난 그곳...
집이 없는 민달팽이의 환경을 실감나게 묘사하셨세요
 
우와~ 창작 아이디어가 신선합니다
 
수 개월의 통증이 지난 후 새로운 손톱으로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
마치 손톱의 반달이 환히 밝히는 듯 합니다
멋진 글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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