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일까 출가일까

                       조 현 동

세상 물정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던

어리디어린 시절에는

그냥 무작정 집을 뛰쳐나가 버리고만 싶은

알 수 없는 절박한 충동과

도저히 도저히 주체할 수가 없을 정도로

참기 힘든 온갖 유혹의 욕망들을

거의 절망적으로 겨우겨우 참아가면서

억지로 억지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버티면서 살았다

그때 그 어린 시절에

그렇게 무작정

집을 뛰쳐나가 버리고야 말았더라면

그것은 과연 가출이었을까 출가였을까

이것이 문제로다

제법 나이를 먹었을 만큼

어느 정도 많이 먹은 어른들도

그냥 무작정 집을 뛰쳐나가 버리고만 싶은

알 수 없는 절박한 충동과

도저히 도저히 주체할 수가 없을 정도로

참기 힘든 온갖 유혹의 욕망들을

억지로 억지로 참아가면서

겨우겨우 하루하루를 버티고 버티면서 살아간다

바로 지금

그렇게 무작정

집을 뛰쳐나가 버리고야 만다면

그것은 과연 가출일까 출가일까

이것이 문제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