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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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장세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962회 작성일 2020-02-01 10:53본문
어머니의 그늘
나이 육십이 다 되어도
팔십 노모 그늘에 산 다
그늘 속에서 오늘은 김치를 먹었다
김장김치 깻잎 절인 거 고추 절인 거
고구마 꾸러미까지
이번에도 삭아 터진 몸으로 바위를 굴리셨다
자식살림 다 돕고
내 한 몸은 건수 할 수 있다
내 걱정 말고 너나 잘 살아라
아버지 산소 곁에서
꼼지락 옴지락
혼자 사시는 어머니
꽃다운 처녀가
찢어지게 가난한 집으로 시집 와서
자식을 낳고
이름을 다시 짓듯
가슴에 나무를 심으신 어머니
쇠가죽 보다 질긴 뿌리
뼛속에 스미어
양분 다 빨리며
껍질이 쩍쩍 갈라지도록
가슴에 아름드리 키우신 어머니
눈가에 드리운 짙은 그늘
그 깊은 그늘 속에
나는 늘 살았다
몸은 자꾸 작아져도
나무는 커지고
더 짙어지는 그늘
나중에
좀 더 나중에
어느 날엔가
나무가 쓰러지면
그늘이 거두어지면
어떻게 하나
나는 어쩌나
푸른 나무로 그늘이 되시다가
더 큰 그늘로 가시고
나는 또 누군가의 그늘이 되어
그렇게 사람은
본연의 그늘을 찾아 가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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