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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 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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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1,695회 작성일 2020-11-07 10:59

본문


                                                                             체육 달인

 

김혜련

 

   그해 가을, 운동장은 온통 웃음바다로 변했다. 어떤 아이는 손뼉을 치며 웃었고, 어떤 아이는 배를 잡고 웃었고, 어떤 아이는 숫제 운동장을 뒹굴며 폭소했다. 폭소탄이 날아다니는 그 운동장 한복판에서 오직 나 혼자 곳감보다 검붉은 얼굴이 되어 수치심과 외로움에 몸을 떨어야 했다.

   당시 여고 2학년인 나는 공부를 잘했다. 그럼에도 매번 1등을 놓쳤던 결정적인 이유는 체육 때문이었다. 친구들은 대부분 체육 성적이 였는데 나만 혼자 이었다. 그래서 체육선생님은 그런 나를 양갓집 규수라고 놀렸다.

   나는 체육이 싫었고, 체육 시간이 싫었고, 체육선생님이 싫었고, 체육을 잘하는 아이들이 싫었다. 주당 4단위나 되는 체육 시간이 나에게는 지옥보다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당시 학교에 실내체육관이 없어 비가 오는 날에는 운동장에서 체육을 하지 않고 교실에서 이론 수업을 하거나 자습을 하였다. 체육 시간이 든 전날에는 절박한 심정으로 으레 기도 삼매경에 빠졌다.

하느님! 주님! 부처님! 천지신명님! 조상님! 부디 불쌍한 소녀의 간절한 기도를 들어주소서. 내일은 꼭 비를 내려주소서.’

   사실 그 기도는 효과를 거두지 못할 때가 많았다. 체육이 든 날은 학교 가기가 싫었다. 괜시리 온 몸이 아픈 것 같았고 우울했다. 그러나 나는 모범생, 요즘 아이들 말로 범생이여서 결석할 용기조차 없었다.

체육 시간에 내가 몸을 움직이기만 하면 아이들의 폭소는 자동 발사되었다. 나는 그것을 비웃음과 야유로 받아들였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하고 자존심이 강했던 나는 그럴 때마다 남모르는 상처로 마음속을 흥건히 적셔야 했다.

   나는 체육을 포기했다. 그야말로 요즘 식의 어법으로 하면 체포인 셈이다. 미련 따윈 없었다. 내 마음에 상처를 남기는 것보다 차라리 체육 점수를 포기하는 게 그나마 자존심을 지키는 길이라 여겼다.

체육 시간이 되면 체육선생님께 몸이 아프다고 말씀드렸다. 스스로 요양호 학생이 되었다. 얼굴이 창백하고 삐쩍 마른 나는 외관상 충분히 환자처럼 보였다. 체육 시간이 끝날 때까지 나무 밑에 앉아서 운동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구경하기도 하고 사색을 즐기기도 하고 때로는 용감하게 글을 쓰기도 했다.

   어느 날 배불뚝이 담임선생님이 교무실로 나를 불렀다. 걱정하는 눈빛으로 위아래를 훑어보며 말씀하셨다.

   “혜련아, 체육 시간에 전혀 체육 활동을 안 한다면서? 너는 다른 과목 성적은 좋은데 체육 성적이 너무 안 좋아 늘 1등을 놓치고 있어. 그래서 선생님이 체육선생님께 조용히 부탁드렸어. 혜련이는 공부를 아주 잘하는 학생인데 체육 때문에 1등을 놓치니 조금만 봐주라고. 그랬더니 체육선생님이 자기도 고민이라고 하셨어. 니가 하는 시늉이라도 하면 점수를 줄 텐데 아예 하려고도 안하니 애들 눈도 있고 해서 점수를 줄 수 없다는 거야.”

   나는 애써 태연한 척하며 차분한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했다.

   “선생님, 전 괜찮아요. 못하는 체육 잘하려고 억지로 노력하고 싶지 않아요.”

   “그러지 말고 선생님 소원이니 체육 시간에 그냥 하는 시늉만 해라. 그러면 체육선생님이 너 체육 는 주신다고 하셨어. 제발…….”

   “생각해 볼 게요.”

   교무실 문을 나서며 나는 울고 싶었다. 아니 죽고 싶다고 해야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왜 나는 이렇게 체육을 못해서 친구들의 웃음거리가 되고 담임선생님을 힘들게 하는가. 자존감은 땅에 떨어지고 학교 다니기도 싫었다. 눈물이 펑펑 쏟아질 것 같았지만 애써 참았다.

   ‘이판사판 난장판 밑져야 본전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한 번 해 보자.’

마음속으로 이를 갈며 무모하게 외쳤다.

 

   그해 가을, 운동장을 웃음바다로 만든 것은 나의 기상천외한 배구 패스 때문이었다. 지구상의 그 누구도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독보적인 패스. 아마도 내가 조금만 유명한 사람이었다면 기네스북에 등재되었을 것이다. 그날은 체육 실기 시험으로 배구 패스 시험을 보는 날이었다. 1인당 패스를 10번 시도하여 성공할 때마다 점수를 10점씩 부여받았다. 친구들 대부분은 8~10번 정도 패스에 성공했다.

   마침내 내 차례가 되었다. 잔뜩 긴장한 나, 마음속으로 수백 번 기도한 나, 이번만은 멋지게 한 번 해보리라. 그러나 나의 기도와 결심은 모두 나를 배신하고 운동장은 일시에 웃음바다로 변한 것이었다. 정면을 향하여 최선을 다해 공을 던졌거늘 어찌된 영문인지 공은 어김없이 후면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다. 10번의 기회 모두 정면이 아닌 후면을 향해 유유히 날아가는 배구공!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체육 부진아. 구제불능. 낙인찍힌 만신창이가 되어 어깨를 잔뜩 구기며 교실로 들어와 책상에 엎드려 소리 죽여 울었다.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지만, 만약 다시 태어나야 한다면 나는 체육 달인으로 태어나 마음속에 각인된 상처와 설움을 씻어내고 싶다. 배구 패스 10개 정도는 식은 죽 먹듯이 가볍게 해내고 마이(my)’를 외치며 공을 받아 멋지게 네트 위로 넘겨 상대팀을 제압하고 싶다. 그리고 날씬하고 날렵한 몸을 휘잉 날려 세레모니를 하고 싶다. 높이 쌓아 올린 뜀틀 위에서 춤추듯 곡예를 하고 싶고 농구골대에 관중들의 눈이 빙글빙글 돌 정도로 골인을 하고 싶다.

   눈부시게 푸른 가을 하늘 아래 드넓은 운동장을 웃음바다가 아닌 환호의 바다로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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