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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눈엔 다리 하나 쯤 묻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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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인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672회 작성일 2021-02-26 15:48

본문

이런 눈엔 다리 하나 쯤 묻혀도

김인달



얼마나 흘렀을까
헌 이불 솜 채우듯 한 겹 두겹 쌓더니
뒷뜰 장독대 뚜껑만 남겨 놓고
겨울은 산 아래 초가집과 긴 칩거에 들었다

하늘은 그대론데
그 많던 구름은 어디로 갔을까
허허롭게 하늘을 보던 아버지
올 나간 빗자루를 다듬다
짖어대는 까치에 곶감 하나 던지셨다

산으로 간 작은 발자국
토끼 똥 몇 알이 갈 지자를 그렸다
놀란 큰 귀가 무거워 소걸음도 힘들었을 터
까닭모를 산을 의심하고 있었으리라
꺾인 솔가지 아래 개울 소리가 사뭇 깊다

그래, 이런 숫눈이라면
다리 하나 쯤 묻혀줘도 괜찮겠다
하루를 걸어 온 편지를 뉘라서 탓하랴

겨울은 춥다는 편견을 깨기 좋은 날
느리게 가는 햇살이 참 좋다

종손의 웃는 눈이 더 좋다

동구 밖이 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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