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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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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569회 작성일 2021-11-13 13:03

본문

[수필]


준비가 필요해

 

김혜련

 

  겨울비가 추적거리는 이른 아침 어둠은 아직 아파트 베란다 입구에 단단히 버티고 서 있는데 나는 가족들의 아침잠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출근을 서두른다. 0교시 아침 보충수업을 하기 위해서이다. 7시 30분부터 담임으로서 아침 자습 감독을 하고 8시부터 국어 교사로서 0교시 수업을 한다. 겨울, 밖은 쌀쌀하고 이불 속에서 나오기 싫을 때가 많다. 아아, 나는 왜 저들처럼 편안하게 아침잠을 즐길 수 없는가?

 

  시내버스를 타기 위해 아파트 엘리베이터 단추를 누르는데 늘 메고 다니던 검은색 작은 백팩의 왼쪽 끈이 투둑 끊어진다.

  ‘뭐지? 어제까지 멀쩡했던 백팩 끈이 갑자기?’

  당황스러웠다. 다시 아파트로 돌아가 다른 가방으로 바꾸기에는 출근 시간이 너무 임박했다. 하는 수 없이 끈이 끊어진 백팩을 어색하게 들고 시내버스에 몸을 실었다. 끈끈이주걱처럼 머릿속에 달라붙어 있는 석연치 않은 싸한 느낌을 애써 지우려 눈을 감아도 뭔가 근원을 알 수 없는 찝찝함과 개운치 않은 기분으로 고통스러웠다.

 

  교과 교실이자 담임하는 반 교실이며 또한 나의 업무 공간이기도 한 4층 맨 끝 교실 문을 열자 평소 그 시간대에는 학생들의 머릿수가 꽉 차 있는데 그날은 두 자리가 비어 있었다.

 

  무슨 일이지? 평소 결석 없는 반, 100% 출석을 강조하며 이를 자랑으로 여겨왔는데 대체 이게 무슨 일이람. 몰려오는 불쾌한 기분을 누르고 눈짓으로 묻자 아이들은 현주 아빠가 돌아가셔서 현주 친구 선아가 화장장에 따라가서 늦게 올 것이라고 했다.

 

  아아, 이것이었구나. 아침에 검은색 백팩의 끈이 갑자기 끊어져 버린 그게 이것에 대한 암시였구나. 어떻게 해야지? 주저앉고 싶었고 울고 싶었다. 서둘러 교장, 교감 선생님께 전화로 보고를 하고 수업계 선생님한테 수업 변경을 부탁하며 반장, 부반장을 데리고 택시를 불러 화장장으로 직행하였다.

 

  아아, 현주 그 아이 눈이 크고 얼굴이 유난히 발그레하고 예쁘게 생긴 그 아이가 검은 상복을 입고 눈물로 얼룩진 얼굴로 겨울비에 젖고 있었다. 왜소한 몸집의 젊은 엄마와 1남 2녀의 어린 자녀. 첫째인 현주, 둘째인 중학생 남동생, 셋째인 초등학교 2학년생인 막냇동생.

 

  관이 화로 속으로 내려간다. 현주 아버지 성함 밑에 ‘소각 중’이라는 글씨가 지나간다. 40~50분이 흘렀을까? ‘소각 완료’라는 글씨가 나타난다. 한 10분쯤 흐른 후 ‘냉각 중’이라는 차가운 글씨가 이별을 알린다.

 

  아아,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또한 죽음이란 무엇인가? 준비 없이 찾아온 갑작스러운 죽음은 남겨진 사람들에게는 슬픔과 절망의 폭탄이다.

 

  그 일이 있고 난 이후로 나는 죽음도 미리 준비해야 하는 것 중의 하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라톤의 목표가 골인 지점이듯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는 죽음이라는 사실을 왜 여태 외면하려 했는가. 언제 죽을지 어디서 죽을지 어떻게 죽을지 아무도 알 수 없기에 우리는 항상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

 

  우선 마음의 준비부터 하고, 그다음 구체적인 행동 면에서 어설프게나마 준비해 본다. 그동안 아끼던 것들, 애착과 미련 때문에 버리지 못했던 각종 책, 옷가지, 냉장고 속 음식물, 생활용품들을 정리하며 버리는 작업을 시도했다. 내가 써두었던 각종 기록물, 내게 온 편지 등 수없이 많은 먼지 풀풀 날리는 그것들을 파쇄하고 태우는 작업을 했다. 그리고 남겨진 가족들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예금, 적금, 보험 등의 목록을 정리해 보았다.

 

  역설적이게도 죽음을 준비하는 가장 큰 열쇠는 다름 아닌 건강을 지켜야 한다는 명백한 결론을 깨닫고 나는 한 차례 전율했다. 죽음도 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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