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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김장으로부터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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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61회 작성일 2022-11-01 20:54

본문

[수필] 사랑은 김장으로부터 온다

 

김혜련

 

  “아가! 올해도 짐장해 줄 텐께 짐치 사 묵지 마라.”

  기말고사 출제로 병적일 만큼 예민해져 있는 주말 이른 새벽에 아침잠이 없는 노모의 전화 목소리는 눈물겹도록 따뜻하다. 밤샘을 한 무거운 눈을 따뜻하게 마사지해 주고 뭉친 어깨를 토닥여 주는 것처럼 가슴 뭉클하다.

  “엄마 몸도 안 좋은데 뭘라고……. 그냥 우린 사 먹을 테니 걱정 말고 엄마 건강이나 신경 쓰세요.”

  “아무리 몸이 안 좋아도 올해까진 담가 줄 텐께 다른 말 마라.”

  팔순의 노모는 이른바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이다. 당뇨 약으로 혈당 조절이 안 되어 십여 년 전부터 인슐린 주사를 하루 두 차례 맞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관절, 뼈, 인대가 안 좋아 허리도 제대로 펴지 못하고 연골 주사, 스테로이드 주사 등에 의존하여 간신히 걷는 정도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는 두 분이 호흡을 맞춰 서로 오순도순 도와가며 아들과 딸 몫의 김장을 하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부터는 건강이 여의치 않은 노모 혼자 김장을 하신다. 겨울방학이나 되어야 겨우 시간적 여유가 생기는 나는 노모에게 겨울방학 때 내가 도와 줄 테니 같이 하자고 해도 도통 말을 듣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보통 겨울방학은 12월 30일쯤 하는데 그때 김장하기에는 너무 늦다고 한다. 물론 주말이나 휴일도 있지만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하여 밤늦게 퇴근하는 나로서는 주말이나 휴일에는 피곤이 한꺼번에 몰려와 도무지 맥을 못 춘다.

  어머니의 김장은 하루 만에 뚝딱 마무리되는 스피드 코스가 아니다. 배추, 무, 갓, 쪽파, 미나리, 당근, 생강, 청각 등을 마트나 시장에서 구입한다. 한 푼이라도 싸게 구입하려고 배달시키지 않고 불편한 노구의 몸으로 직접 카트를 밀며 몇 차례 왕복한다. 구입한 김장거리를 밤새 다듬고 씻고 소금에 절이고 부재료를 썰고 이렇게 어머니는 일주일 이상을 허리도 제대로 못 펴고 혼자 김장 준비를 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어머니의 김장은 일주일이 전부가 아니다. 봄철 젓갈 담그기부터 시작이다. 멸치젓, 갈치속젓, 천일염 등 좋은 재료를 싼 값에 구입하려고 발품을 팔며 애를 쓴다. 여름에는 마늘을 구입하고, 가을에는 전통시장에 가서 고추를 구입하여 햇볕에 말리고 비가 오는 날에는 평소 가스비 많이 나온다고 틀지 않는 보일러를 틀고 방바닥에 고추를 널어 말린다. 고추가 다 마르면 단골 방앗간까지 가서 빻아온다. 젓갈을 끓여 거르고 찹쌀 풀을 쑨다. 정말 어머니의 김장은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이 모두 소요되는 큰 행사이다.

  자식에 대한 사랑이 없다면 이 엄청나게 힘겨운 작업을 병들고 불편한 몸으로 어떻게 해낼 수 있을까?

  “아이고 허리야, 아이고 삭신이야, 아이고 나 죽것다…….”

  말이라기보다는 고통스러운 감탄사에 가까운 비명을 늘 달고 살면서도 아픔조차 잊고 매년 김장을 담가 주시는 어머니. 곁에서 도와드리지 못해 죄송하고, 돈 몇 푼 드리고 염치없이 받아먹는 내 양심이 미워서 마음이 편치 않지만 어머니의 김장김치는 내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사랑이고 맛있음의 극치이다.

  추운 겨울밤 방과후 수업, 심화 수업, 야간자습 감독 등으로 파김치가 되어 돌아온 식탁에 어머니의 김장김치 한 접시는 하루치의 피곤함과 삶의 신산함, 학생들에게 받은 붉은 상처조차도 감쪽같이 녹여주는 마법의 상자이다.

  올해는 어머니의 건강이 너무 안 좋아 어머니표 김장김치를 포기해야 한다. 마음이 많이 아프다. 세월이 야속해서 마음이 아프고, 날이 갈수록 쇠약해지는 어머니의 모습이 더 마음 아프고, 나의 상처 치료제인 어머니의 김장김치를 더 이상 맛볼 수 없다는 사실이 슬프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는 그저 두 손 모아 어머니의 건강을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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