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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산 시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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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no_profile 양남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1건 조회 3,235회 작성일 2005-04-25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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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산 시산제
                                                                  忍冬 양남하



  산악인들은 매년 초 상순에 시산제(始山祭)을 갖는다. 시산제란 한해 산에서의 무사고를 기원하는 신령님께 지내는 제사라는 뜻일 게다.
  오늘은 시산제가 두 곳이나 있는 날이었다. 시우회원 산악회창립과 고등학교동문으로 구성된 명륜산악회이다. 오랜만에 행복한 고민에 잠시 빠진다. 평발에 조금만 걸어도 허벅지가 3~4일은  엄살부리는 나약한 산악임에도 시산제에만은 꼭 참석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십시일반의 정성들이 한 곳으로 모아지고, 낯익은 선배들과 미래의 사회를 짊어질 싱싱한 후배 그리고 절친한 동창들을 이 곳에서 새로운 느낌으로 만날 수 있음이 그냥 좋기 때문이리라.


  청계산은 과천 서울대공원을 끼고 관악산과 마주하고 있는 산으로 경기도 고양시에서 다니기에는 다소 멀지만, 과거 고려 말 명신이었던 조윤(趙胤)이 이태조의 반역을 분개하면서 분연히 송도를 떠나 입산했던 곳일 뿐만 아니라 인파의 시달림을 그리 받지 않고 조용한 산행을 즐기기에 적합한 산이다. 또 야생 밤나무와 도토리나무가 많고 특히 다래와 머루넝쿨이 곧잘 눈에 띄어 필자와 같은 아마추어가 다니기는 안성맞춤인 쉼터이다.
  그러나 4개의 시(市)에 걸쳐 있는 이 산은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양재 인터체인지를 지나 경부고속도로로 접어들 때 오른쪽으로 보이는 모습은 순한 육산이지만, 과천 서울대공원 정문 부근에서 바라보는 산정상인 해발 618.2m의 망경대 주위는 바위로 이루어져 있어 위압감을 느낀다.
  지하철 3호선 양재역 7번출구에서 초록버스 4432번을 갈아타고 오전 9시 30분경에  원터 입구에서 내렸다. 굴다리를 지나 20 여분쯤 걸어서 가니 원골 쉼터가 나왔다. 그곳에는 임만춘 회장을 비롯한 몇몇의 선배님과 동창 및 후배들이 일찍 도착하여 명륜산악회 시산제라는 플래카드를 걸고 회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반갑게 인사하고 있는 일꾼들은 제물 등 이것저것을 기획하고 준비하느라고 남모를 고생을 많이 하게 마련인데도 내색을 하지 않는다. 등산할 생각은 아예 접은 듯 하다. 시산제는 오후 1시 반에서 2시 사이에 시작 할 것이니 그 사이에 먼저 다녀오라고 재촉까지 한다.
  일꾼들을 뒤로하고 일행들은 연초록으로 갈아입은 산을 한번 올려다보고, 심호흡 크게 하고 넓은 품속으로 들어갔다.  필자와 석철이 관승이 그리고 일부 일행은 왼쪽으로 오르기로 하였다. 갑자기 학창시절로 되돌아가는 기분이다. 김동환 님의 “산 너머 남촌에는”이라는 싯구가 입가에 맴도니 말이다.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해마다 봄바람이 남(南)으로 오네.//꽃 피는 사월이면 진달래 향기/밀 익는 오월이면 보리 내음새,//어느 것 한 가진들 실어 안 오리./남촌서 남풍 불제 나는 좋데나….』

  582.5m의 매봉에 다다르니 먼저 온 등산객들이 기념촬영을 하느라고 약간 혼잡하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서서 사방을 보니 계곡 아래 과천시와 동물원.식물원이 있는 서울대공원, 각종 놀이기구가 있는 서울랜드, 우리나라의 미술사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으로 추정되는 건물이 내려다보인다. 또 약간 올려다보니 청계산의 정상 망경대에 이른다.  맑은 공기는 더 없이 청량하고, 산듯 불어오는 바람은 투명한 햇살과 어울려 마음 속 앙금까지 씻겨 준다. 숨쉬는 숨결마다 초록이 머물고, 여린 풀잎 사이 진분홍빛 진달래며 이름모를 야생 꽃들이 다소곳이 웃고 있다. 그 옆에는 세월의 풍상을 두른 절벽에 늙은 소나무가 독야청청 푸른 섬 솔방울로 피워낸 생명의 꽃 봄바람에  쏴~아 향기를 낸다.


  걱정이 되는지 시산제를 준비하는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규삼이로부터 벨이 울렸다. 지금 어디쯤이냐고. 시간에 맞추어 내려가겠노라고 답하고는 길을 재촉했다. 시산제 장소에 도착해보니 플래카드 앞에 깨끗한 깔개를 깔고 미소를 머금고 입을 크게 벌리고 중심에 자리 잡은 돼지머리 주위로 어림잡아 60여명의 남녀회원들이 자리를 잡는다.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지난해 11월 마지막 일요일 북한산 산행길에서 운명을 달리하신 진의명 산악회장에 대한 묵념이 시작되었다. 명륜산악회 회장이라는 직책을 끝까지 수행하는데 인색하지 않으셨던 선배영전에 머리 숙여 명복을 숨소리까지 줄이면서 경건하게 바쳤다. 그리고 축문순서가 된 듯 싶다. 뒤쪽에 앉아있어서 등을 뒤로하고 작은 소리로 읽어 내려가는 축문내용을 들을 수는 없다지만, 유세차(維歲次, '이 해의 차례는'의 뜻)와 비슷한 음성이 들리고 금방 끝나는 것으로 보아 아마 “ 維歲次 2004年 4月 24日 朔(삭) 會長 ○○○”인 것 같았다. 한글세대인 젊은이들이 그 뜻을 알까?  오히려 이런 내용의 축문은 어떠했을까?

  “ 단기 4337년 4월 24일 오후2시 명륜산악회장 ○○○은 회원 모두와 함께 청계산 기슭에서 우주만물을 창조하신 신령님께 삼가 고하나이다. 우리 명륜산악회 회원일동은 자랑스러운 조국강산의 여러 산곡을 두루 탐방하며 심신을 단련하렵니다. 금년에도 우리를 굽어 살피시어 회원 모두에게 안전한 산행이 계속되게 하시고 특히 선량하고 참신한 회원이 충원되어 날로 번창하도록 끊임없는 가호가 있으시기를 간절히 소원하나이다.
  이제 우리 명륜산악회 회원일동은 보배로운 조국강산을 알뜰히 가꾸어 자손만대에 물려줄 것을 다짐하며 고려 말 명신이 이태조의 반역을 분개하면서 분연히 송도를 떠나 입산했던 청계산기슭에서 신령님께 이 잔을 올리오니 신령님이시여 정성을 대례로 흔쾌히 받아주소서 “

이어서 노산 이은상님의 ‘산악인의 선서’로 마무리 다짐을 했으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하고 생각해본다. 

『 산악인은 무궁한 세계를 탐색한다./목적지에 이르기까지 정열과 협동으로/온갖 고난을 극복할 뿐 언제나 절망도 /포기도 없다.// 산악인은 대자연에 동화되어야 한다./아무런 속임도 꾸밈도 없이, 다만/자유, 평화, 사랑의 참세계를 향한 행진이/있을 따름이다.』


  어느 하얀 봉투를 한입가득 물고 있는 돼지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인지 그냥 웃는 듯 마는 듯 정제(精製)된 모습만 띄우고 있다….
  회원 상호간에 나누어 마시는 막걸리와 떡의 맛은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고 지는 산이 좋아 산에 사는 작은 새와 큰 새들에 취해 더욱 일품이다. 오늘은 의미 있는 날인가 보다.
  버스정류소 쪽으로 내려오는데, 선배이신 송창우 도민회장일행이 순두부집에서 기다리다 우리 일행을 따쓰하게 맞이하고는 술과 식사를 하고  가라고 한다. 시큰거리던 허벅지도 금방 거뜬해 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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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강병철님의 댓글

강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양남하 선생님.
안녕하시지요.
좋은 글 잘 감상하고 갑니다.
582.5m의 매봉에 같이 오른 것 같습니다.
건강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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