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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의 잔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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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백원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4건 조회 1,005회 작성일 2005-12-23 12:32

본문



수 백 년 수 천 년 역사 속에

씻기고 밟히어온 크고 작은 산 돌

계단을 이뤄 오르내림에 흔들림 없구나

그 옛날 꼬부랑 할머니가 한숨 쉬며

지팡이 짚고 소원 빌러 한 걸음씩 오르던

거치른 산길에 잔돌이 구른다

한참이나 늦게 태어난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지난 일들을 모른 채 평온한 길을 간다



딱딱딱 나무둥치를 쪼는 딱따구리의 부리질 소리

청설모 다람쥐는 어디에 숨었나 보이지 않고

빛 고운 산비둘기 한 마리 먹이를 찾아

내 주위를 맴돌아간다



그전엔 속도산행 이었지만

지금은 풍광산행  이라 일컫고

찬바람에 식어버린 돌과 흙과 잡초와

봄을 기다리는 헐벗은 나무까지

쓰다듬고픈 겨울 산길...



깔딱고개 올라 큰 숨을 쉬고 바라보는

깊은 계곡 건너편에 하얀 잔설...

한폭의 아름다운 풍경화 걸려 있네

기다리던 축복의 첫눈이 오던 날

너도 나도 환호성에 기쁜 날 이었지만

해님의 심술 궂은 열기를 거부했던 너

그 마음 아픈 시련을 겪고

아름다운 잔설로 태어났구나

나무와 바위와 언덕위에 쌓인 눈

그 위에 쌓이고 또 쌓이면

기다리는 봄까지 순백색의 순결로

남아 있으리



고려에서  조선시대로 이어온

기나긴 성벽을 어루만질 때

발밑에 박혀 있는 얼음돌길

미끄러운 발걸음에 진땀이 솟는다

고요 속에 적막을 깨우는

딱딱딱 딱따구리 소리...

구기계곡에 울려 퍼지며

겨울산 잔설에 메아리친다.






추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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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허순임님의 댓글

허순임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딱딱딱 딱따구리 소리...
전 한번도 딱따구리를 보지 못했는데...

백원기 선생님 사랑이 가득한 행복한 성탄 맞이하셔요^^*

김태일님의 댓글

김태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깔딱고개 올라 숨을 고르면서 내려다보는 설경이 보이는 듯,
꼬부랑 할머니가 소원 빌러 오르던 계곡에는 잔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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