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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말로 문학의 시대여야 ------- 한 해를 마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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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강연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10건 조회 1,146회 작성일 2005-12-28 11:03

본문

지금이야 말로 문학의 시대여야


플라톤은 문학의 언어는 사물들의 겉모양밖에 드러내지 못하는 언어이자 ‘쓸모없는 정념’만을 전한다고 말했다. 플라톤은 또한 문학은 ‘모방의 모방’을 한 진리와 가장 멀리 있는 가장 하급의 비경제적인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눈앞의 사물은 실체가 아니며 그림자에 불과하다. 그런데 문인들은 그 그림자를 보며 또 다시 모방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문학은 쓸데없는 정념을 불러일으키며 그 결과 시민이 맡은바 소임을 다하는 충실한 인간이 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독일낭만주의 언어에 반대하고 철학적(변증법적) 언어를 옹호하는 헤겔에 이르러 플라톤의 그러한 주장은 더욱 공고해졌다. 문학은 플라톤의 주장 데로 쓸데없는 것일까? 그 필요성을 이야기할 때 시민으로서의 소임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가. 우리는 오랜 시간 동안 그러한 생각에 길들어져 마치 미셸 푸코의 ‘대감호’처럼 커다란 감옥에서 살고 있는 모범수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공리계 속에서 우리는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모범적인 죄수로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삶을 사는 것이라고 착각을 하며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 속에서 왜 우리는 허허로움과 덧없음을 느껴야 되는가. 흩날리는 눈이 바닥에 닿아 발바닥 아래에서 질척거리는 현실이 되기 전까지 우리는 공중의 날리는 눈을 바라보며 그 모습에 감탄을 하기도 하며 나아가 내면의 감성을 끄집어내어 아름다움을 노래한다. 그렇듯 현실의 고통을 아름다움으로 노래할 수 있는 것들의 중심에 문학이 있다.

근대의 합리적인 사고는 인간의 언어 습관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그 중에서도 사람들은 언어보다는 자신의 감성을 깔끔하게 말아 넣고 표현할 수 있는 숫자언어의 편리함에 길들어져 있다. 그러다보니 줄기는 뻗어나가지만 나무에 꽃과 열매가 열리지 않는다. 생텍쥐페리는 『어린 왕자』에서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고 묘사했다. 담장에는 장미꽃이 만발하게 피어있고 대문에는 빨간 우체통이 달려있는 멋진 집을 보았다고 어른들에게 이야기하면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 집의 담장 길이가 몇 미터이고 정원은 넓이가 얼마이며 집의 크기가 몇 평인 멋진 집을 보았다고 하면 금방 이해한다. 그처럼 우리는 숫자의 과학적 편리함에 중독되어 아름다운 우리말을 잊어버리고 살고 있지는 않은가.

문학 평론가인 이어령은 숫자의 세계를 언어의 세계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 바로 문인의 상상력이라고 했다. 그는 수업시간에서도 6·25, 8·15 등 얼음처럼 차가운 숫자들로 역사적 사실을 가르치기 때문에 수업이 지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령은 이육사(李陸史)의 경우 폭력과 억압을 아름다운 언어로 바꾼 한 예라 했다. ‘264’는 일제 탄압 시 그의 죄수 번호이다. 숫자는 그 사람의 이름, 얼굴 그 외에 인격을 부정하는 번호이다. 이러한 번호를 대륙의 역사를 기록하는 자신의 이미지 즉 하나의 언어로 바꿨던 것이라고 말한다. 이육사는 폭력적인 숫자를 자신의 의지와 철학이 담긴 이름으로 탄생하게 한 것이다. 이렇듯 얼음처럼 차가운 숫자에 길들여진 우리의 언어습관을 아름다운 우리말로 바꾸어나가야만 하며 그 책임은 바로 문인에게 있다.

이런 의미에서 “국가가 그들의 전부였던 멕시코 이민자들, 그들의 국가가 사라짐으로 그들도 사라졌다”라고 고백하는 김영하의 소설 『검은 꽃』은 조선인들이 멕시코에 가서 돈을 많이 벌어 조국의 품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일상적인 스토리의 틀을 깼다. 그들에게 국가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은 조국의 의미와 우리의 삶에 대해 일상적인 틀을 깨면서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한다. 그렇듯 문학에는 꽁꽁 언 채 흐르지 못하는 우리들의 의식 속에 따듯한 공기를 불어넣어주는 온기가 있다. 비록 그것이 허허로운 슬픔이고 허구적인 내용이라 해도......

돌아갈 조국이 없는 소설 속 인물들을 생각하면 왠지 슬퍼진다. 인간근원의 불완전성이 내포되어있고 그것이 푸코의 ‘대감호’라고 해도 우리에게는 따듯한 조국이 있다. 따듯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우리만의 언어가 있다. 삭막한 세상을 아름다움으로 넉넉하게 표현할 수 있는 우리말이 있다. 그런 말을 가지고 우리는 불완전성의 세상 속에서 플라톤의 이데아라는 인간이 다다를 수 없는 영역을 문학의 힘으로 현실에 끌어다 놓을 수 있다. 마른 나무기둥 같은 숫자언어에 이제는 생명을 불어넣어 꽃과 열매를 달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들의 역할이다. 자신의 삶에 촉촉한 수분을 키워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진, 그리고 이어갈 역사를 가진 우리 자손들에게 깡마른 숫자가 된 언어가 아니라, 여러 가지 상상력과 꿈으로 가득 찬 언어를 물려주어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이야 말로 문학의 꿈과 상상력이 필요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강연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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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태일님의 댓글

김태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런 점에서 플라톤은 역설적으로 가장 문학적인 인간이었다고 할 수 있겠지요.
이상국가, 즉 완전한 이상향을 꿈꾸었으니까요.
이상향이란 문학적 상상력만이 꿈 꿀 수 있는 영역이니까요. ^^

강연옥님의 댓글

강연옥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러네요. 김시인님 ! ^*^
<제주타임스> 칼럼에 보낼 원고를 어제 쓴 것인데, 문인의 한 사람으로서 새해에 첫 글을 문학에 중심을 두고 싶어서 썼습니다.  내년에는 좀 더 딱딱한 가슴이 아니라 사람들 개개인이 촉촉한 가슴으로 살아갈 수 있는 한 해이기를 기원하면서요.
제주대학에는 이제 눈이 녹았지요? ^*^


김태일님의 댓글

김태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강시인님, 12월 4일 내린 첫눈이
이제도 시커먼 아스팔트 모퉁이에 어깨를 들이밀고 기세 싸움을 하고 있군요.

아래 시 '봄은 늙어도 봄이다'가 참 좋군요.
아련한 옛 추억을 보는 듯...  ^^

박민순님의 댓글

박민순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감사합니다 고운날 되시고
 새해 늘 건안함을 빕니다

손갑식님의 댓글

no_profile 손갑식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허허로운 슬픔 허구적인 내용이라 해도 문학의 꿈과 상상력이 아름다움을 노래할수있다는것은 우리 시인들의 몫이 아닐까 합니다,

홍갑선님의 댓글

홍갑선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 다 귀감이 되는 말씀들만 하셨군요.
요즘 문제는 정서되지 않은 컴퓨터 채팅 언어들 바로 잡아야 될 것 같네요.
즐거운 연말 연시 되시길 바랍니다.

정해영님의 댓글

정해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강연옥시인의 칼럼을 읽으면서 나에게 붙어다니는 작가라는 칭호가 자꾸만 부끄러워집니다. 강시인님이 나를 핀잔주기 위해서 쓴 글이 아닌데도 나자신이 부끄러워 얼굴이 붉어집니다. 아마도 내가 갱년기인가 싶습니다... ^ㄴ^
한해동안 좋은 글 많이 감상케 해주셔서 강시인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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