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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주금산의 총각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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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정해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4건 조회 1,114회 작성일 2005-12-29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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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금산의 총각산행







2002년 겨울이었다. 내가 큰며느리를 얻고 아직 첫손자를 보기 전이었다. 어느 산악회에서 주관하는 814고지의 주금산을 산행한 적 있다. 상쾌한 겨울바람의 애무를 받으며 미끌미끌 눈 덮인 산길을 오르내리는 재미는 맛보지 아니하고는 모르는 것이다. 겨울산 중독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친구들을 보면 혀를 차던 나도 점점 겨울산의 멋과 맛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고 혼자서 웃음을 머금곤 한다.

온 세상을 평정한 듯 느껴지는 하얀 절경, 눈밭 속에 뛰노는 산새들의 가무, 눈밭에서 속삭이는 낙엽들의 이야기, 뿌리 끝 생명들의 봄의 기다림… 그런 것들이 주금산에 깔려있었다. 영하(零下)의 겨울 속에서 달아오르는 열기 그리고 복숭아 빛 표정, 위험만큼이나 맛볼 수 있는 긴장과 스릴, 차지만 상쾌하게 와 닿는 겨울바람, 산행에서 피어나는 인간의 훈훈한 정(情)들…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주금산의 겨울 맛이었다. 눈밭에서 속삭이는 낙엽들의 이야기를 엿들었다. 눈이 내려서 온 세상을 하얗게 만든 것은 온갖 다툼으로 혼잡해진 세상을 평정시킨 것이라고…, 자신들도 가을에 울긋불긋 싸우다가 그리 되었다고….

하산을 마치고 주관산악회에서 송년회를 겸 파티를 마련해 주었다. 소강당 크기의 따끈따끈한 대형식당 온돌방에 상이 두 줄로 길게 차려져 있었다. 난 우리일행과 네 명과 함께 중간쯤에 자리할 수 있었다. 삼겹살을 안주로 소주 한잔씩을 나누면서 포만의 즐거움 챙기고 있을 때였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여자 한 분이 느닷없이 나에게 다가와 빈 잔을 내밀면서 한잔 받으라고 권해왔다. 나이깨나 된 조금은 우락부락하게 보이는 여성분이었다. 왠지 술을 많이 마시고 싶지 않았던 나는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내가 머뭇거리자,“총각이 한 잔 받아서 마시고 나한테도 한 잔 주어여지. 총각의 술이 먹고 싶어서‥”'라고 하면서 빈 잔을 내밀었다. 거절하면 그 분이 무척 겸연쩍어 할 것 같아 보여서 받고 말았다. 소주가 철철 넘치도록 따라주었다. 난 원샷이 무리라고 판단하고 조금만 삼키고 쉬어가며 마시려고 했더니 원샷하고 빨리 한 잔 달라했다. 어쩔 수 없이 입속에 털어 넣고 넘치지 않게 알맞게 따라드렸다. 그랬더니 술은 넘쳐야 제 맛이라며 넘치도록 부어라 했다. 그렇게 나의 술 한 잔을 받아든 그녀는 ' 술은 총각 술을 받아 마셔야 최고지! "라면서 흐뭇해 했다. 나이 많다고 젊은 남자들로부터 외면 받는 자신을 위안하려는 듯 보였다.

하도 늙은 이처럼 보이려고 티를 내기에 나이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여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더니 45년생이라 했다. 나보다 7년 위였다. ‘훨씬 젊어 보이시는데 할머니 티를 내고 그러세요? ' 라고 말해 드렸니 즐거워하면서 소주잔을 원샷으로 비워버렸다. 그 여자 분은 신이 났다. 여흥시간이 되자 그 분은 중앙으로 뛰어 나가서 막춤을 추어댔다. 춤을 추는 모습이 너무나 재미나고 우스워서 모두가 박장대소로 만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고 말았다. 춤을 추시는 모습이 젊은 사람 뺨칠 정도로 발랄하다. 아니 발랄하기보다는 광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싶다. 나이 많아서 젊은 친구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서러움의 한을 푸는 듯 했다. 나이든 여자 분이 어디서 그런 용기와 힘과 열정이 솟아나는 것이 의아스럽기까지 했다.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꾸밈없는 감성표출이고 고상하고 순박한 심성이 아니면 표출할 수 없는 그런 천연(天然)의 모습이었다. 주금산이 그녀에게 심어준 천진이었다. 보는 이의 눈에 따라 주책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내 눈엔 그렇게 보였다.

내년이면 할아버지가 될지도 모르는 내가 주금산 산행을 갔다가 느닷없이 총각이 되었었다. 귀가해서 아내에게 내가 총각이라고 빡빡 우기다가 눈탱이가 밤탱이가 될 뻔 했다. 2002년 십이월 열엿새 날에‥.





추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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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전 * 온님의 댓글

전 * 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 아침  신선한 산 내음  맡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감기 빨리  나으시구요.
연말연시  즐겁고 귀한  시간으로  보내 시기를  기원합니다.

박민순님의 댓글

박민순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ㅎㅎ
축하드립니다
손자가 생기는거
ㅎㅎ 고운날 되시옵고 새해복많이 받으세요^^&

임혜원님의 댓글

no_profile 임혜원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눈탱이 밤탱이 될 뻔 하셨다는 그 말씀에 한참 웃었읍니다.
바해선생님^^ 그날 잘 들어 가셨는지요?
두 가지가 짧아야 제 맛이다.라는 말씀에 그때에도 웃고 ㅎㅎㅎ
새해 복 많이많이 행복해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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