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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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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정해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5건 조회 1,404회 작성일 2006-01-13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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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행복






쾌청하던 아침나절의 날씨가 오후에 접어들어 우중충하게 바뀌고 말았다. 날씨야 그렇던 말든 나는 서류뭉치 속에 빠져서 어떤 해답 하나를 구하는 일에 여념이 없었다. 그런 와중에 반가운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H 형님이셨다. 형님께서는 오늘 퇴근 후 다른 스케줄이 있느냐고 물어 오셨다. 별다른 스케줄이 없다고 말씀드리니 시간 좀 내달라고 요청하셨다. 며칠 전에 발간한 나의 첫 수필집 「그 남자의 소꿉놀이」한 권을 우송해 드렸더니 고마움으로 축하와 함께 저녁식사를 사주고 싶은 형님의 마음이라면 난 사양하고 싶었다. 너무 피곤해서 일찍이 귀가하여 쉬고 싶기도 했거니와 집에서 하루 종일 혼자 있는 아내생각 때문이기도 했고, 고맙다는 인사전화 만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저녁식사까지는 오히려 내가 미안한 일이고, 과분하기 짝이 없는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출판사와 서점에는 미안한 일이지만 나의 첫수필집을 여러 지인들에게 우송해 주었다. 책을 보내면서 축하나 감사의 전화 받으려고 보낸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런데도 그런 전화나 메일을 꽤나 받았다. 또한 전화 한 통 없는 지인들도 제법 있었다, 책을 선물하는 것은 내 마음이고 고마움을 표시하고 아니하고는 그들의 마음일진대 전화 한 통 받지 못함에 대해 내 마음이 요상해지는 것을 보면 내가 인생이란 소꿉놀이를 잘 꾸리지 못했다는 못난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자아성찰이 덜 되었기 때문이리라. 그러하기 때문에 H형님이 저녁식사를 베푸신다는 것은 나에게 과분한 것일 수밖에 없었다. 나 역시 형님 뵌 지가 오래인지라 참으로 뵙고 싶어서 내가 대접하리라 생각하고 뱅뱅 사거리 귀퉁이 도로변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허둥지둥 밀린 일들을 처리하지만 진도가 쉽지 않았다. 출장 나간 직원은 돌아오지도 아니한데 시계를 보니 오후7시였고 약속시간까지는 1시간이 남아 있었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아내에게 자초지종을 전화로 알리고 나는 가속기를 밟았다. 혼잡한 도로를 요리조리 잘도 피하여 아파트에 주차를 마치고 빠른 걸음으로 약속장소로 갔다. 내가 그렇게 서두른 것은 먼저 도착하여 기다는 것이 아랫사람의 도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산을 쓴 채 도로변에 서서 형님 나타나시기를 기다렸다. 논개가 촉석루에서 왜장(倭將)을 끌어안고 푸른 남강(南江)에 뛰어들었던 것처럼 싸락눈(雪)처녀와 비(雨)총각이 서로서로 깍지 낀 채 땅바닥에 곤두박질을 쳐대고는 추적추적 한 몸이 되어가고 있었다. 논개의 왜장사랑과는 사뭇 달랐다. 하늘나라에서 이룰 수 없었던 사랑을 이루는 장면이리라. 처녀는 하늘나라에서 총각의 갈비뼈 하나를 얻어 생겨난 눈(雪)이어서 총각을 무척이나 사랑했고 한 몸이 되기를 갈구한 듯 했다. 둘은 수많은 날 밤에 전전반측(輾轉反側)하며 지난(至難)한 사랑을 갈구하였으리라. 사람들은, 자동차들은 그들의 그런 사랑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 몸으로 이루어지는 그들의 사랑을 축하는커녕 짓밟고, 짓이기며 귀가를 서두르고 앙상한 포플러 가로수와 겨울바람만이 그들의 사랑을 축하해 주고 있었다. 온 천지가 싸락눈(雪)처녀와 비(雨)총각의 감격과 환희의 눈물로 흠뻑 적시었다. 먼 훗날 하늘나라에서 그들은 또다시 그런 사랑을 하리란 생각을 하니 고소(苦笑)가 지어졌다.

H형님이 나타나셨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덥석 손을 잡았다. 반갑기 그지없었다. 둘은 겨울 눈비 내리는 서초동 촉촉한 길을 걸어서 어느 고기구이 집에 들어갔다. 난 싸락눈(雪)처녀와 비(雨)총각의 사랑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보다 급한 듣고 싶고 나누고 싶은 밀린 이야기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함께 산행했던 아름다운 정과 낭만들이 얽힌 추억들, 태백산 산행에서의 조난에 대한 이야기, 산행의 목적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와 철학들, 인생이라는 소꿉놀이와 고령화시대에서의 바람직한 삶에 대한 고찰, 외국어를 모국어처럼 몸에 익히는 방법과 지혜 그리고 나의 수필집 「그 남자의 소꿉놀이」출간 축하와 작품 감상 소감들…의 이야기들이 영롱한 참이슬과 함께 지글거리는 불판 위에 행복을 익혀가며 오랫동안의 회포를 풀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H형님께서 계산을 마쳐버려서 그만 과분한 베풂을 받고 말았다. 나는 빚지고는 못사는 사람이라 H형님의 그 거대한 겸손의 은의(恩義)를 꼭 갚아 드리리라.

우리가 그러고 있는 사이에 시계는 눈치코치도 없이 쏜살같이 달려와서 어디론가 나를 끌고 가고 말았다. 끌려간 곳은 아내가 기다리는 보금자리였다. H형님하고 재미나게 정(情) 나누고 있는데 시계 놈을 보내서 이렇게 나를 끌고 와버리면 어떡하느냐고 아내에게 항의를 했더니 아내의 이야기가 걸작이다. "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 그만 하고 빨리 불 끄고 잠이나 잡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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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박민순님의 댓글

박민순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ㅎㅎ우리 아내들은
다 이런가 봅니다
행복한 미소 머금고 물러갑니다

허순임님의 댓글

허순임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ㅎㅎㅎ
정해영 선생님 잘 계시지요?
맨 마지막의 아름다움의 걸작...
두분의 사랑이 보입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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