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 다가오면
페이지 정보
작성자 : 김원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5건 조회 1,073회 작성일 2006-01-24 12:11본문
설이 다가오면
아부지는
새벽밥 한술 뜨시고
삼십리 대목장에 나가신다
장에 내다 팔 농작물도 변변찮지만
그래도 돈으로 바꿀만한 물건들을 챙겨서 새벽장을 나가신다
장 하루전날 우리들은 아부지를 졸라댄다
"아부지요 제 운동화 한커리 사주시소
옆에 있던 동생은 저는 옷한벌 사주시소
바지 무릎팍이 다 떨어졌어요
또 다른동생은 저는 털달린 장갑 사주이소
막내는 아부지요 저는 사탕 사주시세이
모두들 아부지 어깨에 메달려 대답을 기다린다
멀찌감치서 헌옷을 껄어메시던 어머니는 말없는 한숨만 내쉬면서
애타는 마음을 달래신다
읍내장 바닥을 이리저리 다니시며
적어온 종이를 펴들고서 값을 깎고 등짐에는 어느새 설샐꺼리로
채워져갈무렵 국밥 한 그릇으로 점심요기를 하신다
그래도 오늘은 돼지고기 한근 끊이시고
고등어도 한손 사셨다
우리들은 장에가신 아부지가 타고오실 버스 시간이 한참 이른 시각부터
동네입구에서 아부지 오시길 기다린다
섣달 해질무렵은 유난히도 추웠지만
아부지가 사오실 선물을 기다리는 마음은 한없이 기쁘다
파란차가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멈춰서기가 바쁘게
아이들은 모두 차옆으로 달려든다
두손에 가득들린 아부지 장꾸러미를 서로 받아들고서
좋아라 팔짝팔짝 뛰면서
아부지요 제 꺼 사오셨니껴?
제꺼도요?
............
방바닥에 둘러앉아 이거는 셋째꺼 이거는 넷째꺼 이거는 다섯째 이거는 막내사탕
작은것이지만
설은 우리들에겐 기쁨과 설레임이였다
비록 좋은옷은 아니지만 새옷을 입을수있는 설날
헌옷이지만 깨끗이 빨아입고 기워입고서 큰집 할아버지에게 새배를 올린다
할아버지는 장농 깊숙히 모아둔 종이돈 1원씩을 스물네명이나되는 손주들에게
새뱃돈으로 나눠주시고 우리들은 모처럼 돈이생겨서 마냥 즐거워 했다
도회지 돈벌러간 큰오빠 큰언니가 오시는 집은 그래도 십원짜리 용돈을 얻을 수 있어 더 좋았다
지금의 우리들 설날은 그날의 1원이 몇만으로 바뀌었지만 그 때 그 시절 설기분을 대신할 수 있을까?
모자라고 부족했지만 그때의 설날은 행복하였다
부족함을 모르는 지금의 아이들은 과연 그때 우리들만큼 행복할까?
설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같은 설인데 그리움과 기쁨이 없는 오늘날의 설이 안탑깝기만 하다
밀린 차 안에서 컵라면을 먹어야하는 지금의 설이 안스러울 뿐이다
아부지는
새벽밥 한술 뜨시고
삼십리 대목장에 나가신다
장에 내다 팔 농작물도 변변찮지만
그래도 돈으로 바꿀만한 물건들을 챙겨서 새벽장을 나가신다
장 하루전날 우리들은 아부지를 졸라댄다
"아부지요 제 운동화 한커리 사주시소
옆에 있던 동생은 저는 옷한벌 사주시소
바지 무릎팍이 다 떨어졌어요
또 다른동생은 저는 털달린 장갑 사주이소
막내는 아부지요 저는 사탕 사주시세이
모두들 아부지 어깨에 메달려 대답을 기다린다
멀찌감치서 헌옷을 껄어메시던 어머니는 말없는 한숨만 내쉬면서
애타는 마음을 달래신다
읍내장 바닥을 이리저리 다니시며
적어온 종이를 펴들고서 값을 깎고 등짐에는 어느새 설샐꺼리로
채워져갈무렵 국밥 한 그릇으로 점심요기를 하신다
그래도 오늘은 돼지고기 한근 끊이시고
고등어도 한손 사셨다
우리들은 장에가신 아부지가 타고오실 버스 시간이 한참 이른 시각부터
동네입구에서 아부지 오시길 기다린다
섣달 해질무렵은 유난히도 추웠지만
아부지가 사오실 선물을 기다리는 마음은 한없이 기쁘다
파란차가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멈춰서기가 바쁘게
아이들은 모두 차옆으로 달려든다
두손에 가득들린 아부지 장꾸러미를 서로 받아들고서
좋아라 팔짝팔짝 뛰면서
아부지요 제 꺼 사오셨니껴?
제꺼도요?
............
방바닥에 둘러앉아 이거는 셋째꺼 이거는 넷째꺼 이거는 다섯째 이거는 막내사탕
작은것이지만
설은 우리들에겐 기쁨과 설레임이였다
비록 좋은옷은 아니지만 새옷을 입을수있는 설날
헌옷이지만 깨끗이 빨아입고 기워입고서 큰집 할아버지에게 새배를 올린다
할아버지는 장농 깊숙히 모아둔 종이돈 1원씩을 스물네명이나되는 손주들에게
새뱃돈으로 나눠주시고 우리들은 모처럼 돈이생겨서 마냥 즐거워 했다
도회지 돈벌러간 큰오빠 큰언니가 오시는 집은 그래도 십원짜리 용돈을 얻을 수 있어 더 좋았다
지금의 우리들 설날은 그날의 1원이 몇만으로 바뀌었지만 그 때 그 시절 설기분을 대신할 수 있을까?
모자라고 부족했지만 그때의 설날은 행복하였다
부족함을 모르는 지금의 아이들은 과연 그때 우리들만큼 행복할까?
설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같은 설인데 그리움과 기쁨이 없는 오늘날의 설이 안탑깝기만 하다
밀린 차 안에서 컵라면을 먹어야하는 지금의 설이 안스러울 뿐이다
추천0
댓글목록
손근호님의 댓글
손근호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그러게 말입니다. 곧 설입니다. 설 준비 잘 하시고. 새해 복많이 받으시기를 바랍니다.
백영자님의 댓글
백영자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꺼 사 오셨니껴
안동이 고향인가봐요 김원영 시인님
정말 설 기분을 느꼈습니다 향수에 젖어서 한참을 해매었네요
신 새대가 이런맛을 알까 아름다운 시 반갑군요 또 기대합니다.
이선형님의 댓글
이선형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대의 변함이 사람들까지도 변하나봅니다.
넘치는 것은 모자르는 것보다 못합니다.
그 넘치는 것을 채우기 위해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세태가 밉습니다.
황영애님의 댓글
황영애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유년기의 추억이 새록새록 나시겠습니다. 1원의 설돈이 배추잎으로 바뀐지 오래지만 마음만은 포근하고 정다운 설을보내야 겠지요?
백원기님의 댓글
백원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밀린 차 안에서 컵라면 먹는 일만은 없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