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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엉덩이가 하는 거야” - 제주타임스 강연옥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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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강연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7건 조회 2,442회 작성일 2005-07-0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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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엉덩이가 하는 거야”


6월19일 오전 2시 30분쯤 경기도 연천군 중면 중부전선 OO사단 최전방 GP 내무반에서 김 모(22) 일병이 수류탄 1발을 던지고 총기를 난사해 소대장 1명과 상병 7명 등 모두 8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육군 중앙수사단과 헌병대는 평상시 선임병들로 부터 언어폭력에 시달렸다는 것이 이유라고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사고는 모든 이들에게 참으로 충격적인 일이었다. 사고가 있고나서 그 원인과 결과에 대해서 말도 참 많다. 군을 전역한 사람들 중에는 요즘 신참들은 군대에 놀러온 건지 아닌지 분간을 못한다며 군의 특수성을 강조하는 사람도 있고, 군대도 이제는 과거와 달리 변화되어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다. 훈련과 근무시간 외의 사적인 생활은 누구를 막론하고 간섭할 수 없는 제도를 만들고 잘못되고 상식에 어긋나는 명령은 상하를 불문하고 처벌받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어떤 사람은 시설낙후와 생활 여건이 좋지 않아 병영문화를 병들게 하고 있다고 나름대로 원인을 들기도 한다. 여성인 나는 군생활이 어떤지 사실 알지 못한다. 하지만 김 일병이 그런 엄청난 일을 저지르게 된 직접적인 이유 보다는 추상적이지만 좀 더 근원적인 이유 중의 하나를 지적하고 싶다.

몇 달 전에 어느 세미나에 참석했던 적이 있었다. 4시간 동안 세미나를 참관하면서 ‘왜 세미나는 꼭 딱딱한 분위기로 해야만 할까’라고 혼잣말을 하며 지루함을 느꼈던 적이 있었다. 그 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는 것을 세미나를 끝내고 나오면서 알았다. 어떤 여자가 제 머리를 톡톡 치며 공부는 역시 힘들다며 세미나의 지루함을 표현하며 것이 아닌가. 그러자 같이 걸어가던 중년 남자분이 하는 말인 즉 “공부는 머리가 하는 것이 아니야. 엉덩이가 하는 거야”라고 말을 했다. 재치 있는 대답은 집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자꾸 나를 웃게 했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심오한 뜻은 요즘 우리들을 자각시키는 말임에 틀림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인내심이 부족하여 제 자리에 오랫동안 질기게 앉아있지 못하고 뭐든지 ‘빨리빨리’라는 강박관념에 휩싸인 체 불안해하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온통 세상은 패스트 이코노미, 패스트 테크놀로지, 패스트 사이언스, 패트 푸드, 패스트 디자인, 패스트 러브 등등 온통 빠름에 밀려 느림의 미학은 빛을 잃고 있는 세상이다. 정체성의 위기 속에서 현대인들은 오히려 사물에 끌려가는 인생을 살고 있지 않을까.

‘더 많이, 더 빨리, 더더....’가 현대인의 미덕이 된 것은 이미 오래전이다. 특히 그러한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물질문명에 길들어진 젊은이들에 있어 인내심은 찾아보기 힘들다. 마음의 여유는 더더욱 없다. 물질문명은 우리들에게 있어서 그리움마저도 빼앗아 갔다. 일상의 한 예가 핸드폰일 것이다. 핸드폰이 없었을 때는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후 지금 그 사람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 하며 밤하늘의 별을 쳐다보는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궁금하면 바로 전화를 해서 직접 상대에게 확인하기만 하면 된다. 이러한 일상에 익숙하다보니 전화를 바로 받지 않으면 그리움 대신 초조함이 자리를 대신하고 답답함마저 느끼는 사람도 있다. 기다릴 줄 모르고 속전속결인 문화에 젖어있는 젊은이들은 느림이 가져다주는 마음의 여유를 느껴보지 못하고 있다. 김 일병이 한 호흡을 늦추고 밤하늘을 한 번 더 바라보는 여유를 가졌다면 어땠을까? 빠름 속의 느림과 느림 속의 빠름이 조화를 이루면 삶이 아름답지 않을까.

삶은 머리로 사는 것이 아니다. 따뜻한 가슴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엉덩이가 아프도록 인내하며 공부를 하는 학생들의 경우 그 노력의 결과를 성취하는 순간에 가슴이 가득 채워지듯 삶은 역경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패스트푸드가 아니라 슬로우 푸드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시간적인 개념에서의 슬로우 푸드의 개념에서 벗어나 슬로우의 의미를 다르게 생각해보자.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물에 의해 자신과 세계와의 관계를 천천히 재정립 해보자. 음식을 먹는 동안만이라도 그런 음식을 먹게 해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보자. 농부와 그 음식을 만든 요리사와 이러한 모든 것들을 있게 한 신에 대해서도 감사를 드리는 마음을 가지며 천천히 음식을 씹어보자. 그러면 가슴 속에는 미움과 증오보다는 밤하늘의 별빛, 수평선에 스러지는 노을의 아름다움, 단풍이 물드는 숲에서 들려오는 새소리로 가득하리라.


강연옥(시인)
추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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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석범님의 댓글

no_profile 김석범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강시인님..! 칼럼 진지하게 보았네요...
삶은 머리로 사는 것이 아니다/ 따뜻한 가슴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
이 귀절이 가슴을 찡하게 만드네요..^*^~

이민홍님의 댓글

이민홍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엉덩이가 아프도록 인내하며... <= 철학적인 말이군여~
대기만성이라는 말이 사라진지 얼마 안되었습니다.
휴대폰 하나를 보더라도 세류에 휩쓸리는 안타까운 우리의 현실입니다.
세태적인 아이러니 속에 살아가기란 쉽지 않죠~
상위 인구 몇 퍼센트의 삶을 위해 나머지는 조연에 불과하죠...
사색이 없었던 로마의 말로를 보면 지성인들의 역할이 크다고 봅니다..^^

강연옥님의 댓글

강연옥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동감합니다. 이민홍시인님!
맞지요. 2 대 8인 아리러니한 세상....
그래도 행복 추구권은 그와 상관 없는 일이기에
오늘도 '지혜'로운 하루를 맞이해봅니다.
행복한 하루가 되시길... ㅎㅎ

오영근님의 댓글

오영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강시인님 의 글에 공감 합니다....."공부는 엉덩이가 하는거야!"..에..더욱 공감 합니다.
우리네 삶 역시 머리로 사는게 아닌..가슴으로 사는것.......감사 드리며...늘..건필 하시길...

이윤근님의 댓글

no_profile 이윤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강시인님 공부는 엉덩이로한다는 말이
마음에 닫습니다.
그런데 저는 치질이 걸렸거든요
공부하다가 얼덩이 고생시켰답니다.  ㅎㅎㅎㅎㅎ
감사합니다 좋은 글에 머물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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