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로 피는 파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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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강연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12건 조회 925회 작성일 2006-04-15 23:11본문
구름 낀 날의 함덕 해수욕장
허무로 피는 파도꽃
시/강연옥
백사장에 가서 가만히 귀 기울이면 파도가 좁은 길 스며들어
혓바늘 돋은 모래알을 핥고 삼키며 뱉다 스러지는 소리
"내 가려운 몸 긁어줘"
"내 가려운 맘 긁어줘"
앞서간 파도가 하얗게 질리며 스러지는 것을 보면서도
백사장으로 달려만 가는 바다
가슴 넓고 속 깊어 걱정 없는 줄 알았다
깊숙이 내려앉아 해초들을 흔들어대는 시름
바다 위에 잔주름 물결 일렁이면 햇볕에 반짝이는 날도 있었다
깊은 밤 몸져눕지 못한 물고기 하나
바위에 제 머리 부딪히는 땀 냄새나지 않는 분탕질
부패의 상처 붉어지며 터지지 않는 세상으로 도드라지는 꽃봉오리
짠기 스며들어 온 몸 뒤틀리는 현실 앞에
바다가 통째로 산을 덮는 상상을 하면
출렁거릴 것 없는 잘난 세상 조루증 한 사내가
옆집 계집 치맛단을 뜯다 겁에 질려 졸도한다
저마다 뜨거운 마음 품고서 이런 날을 기다리는지 모르지
싱싱한 햇살에 오래 달궈진 태풍이
성기 끝 화살 뿜어 내리꽂으면 뿌리 없는 파도꽃 순간 피는 날을,
향기도 빛깔도 없어도 좋다
산다는 것은 애당초 나를 부스는 것임을 알기에
흙 한 점 없는 바다 위에 한 번쯤 활짝 피어난 후
뚝 꺾어주는 끝장을 느껴보고 싶은 것이다
댓글목록
윤응섭님의 댓글
윤응섭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 죽을줄 모르고 불빛을 향해 무작정 뛰어드는 불나비같이..
파도도 마냥 그렇게 달려가는 것인가?
우리네 삶과 영락없이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부질없는 짓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끝장을 보고 싶은 마음까지..
의미있는 시에 머물다 갑니다..건필하소서..
금동건님의 댓글
금동건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가연옥 시인님 의미있는 글에 무었인가 한가지
건지고 갑니다
전 * 온님의 댓글
전 * 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끝장을 보았습니다.
허무를 보았습니다.
그래도 꽃이라 이름해야 겠지요?.
강시인님의 글엔 마취제가 들었나 봅니다.
가슴이 멍하니 뚫리고 말았습니다.
김현길님의 댓글
김현길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강연옥 시인님의 사진과 시에서 술취한 파도가 늘씬한 백사장 여인에게 자꾸만 달려더는 것이 연상됩니다. 제가 불손한 생각을 하는걸까요?^^ 머물다갑니다. 건필하십시요.
정영희님의 댓글
정영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향기도 빛깔도 없어도 좋다
산다는 것은 애당초 나를 부스는 것임을 알기에
흙 한 점 없는 바다 위에 한 번쯤 활짝 피어난 후
뚝 꺾어주는 끝장을 느껴보고 싶은 것이다" 멋있고 시원한 표현입니다.
활짝 핀 후 뚝 꺾어주는 끝장. 감사합니다.^^
강연옥님의 댓글
강연옥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성어린 댓글 감사합니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도 햇살이 따듯한 일요일입니다. 행복한 저녁 되시구요. ^*^
전광석님의 댓글
전광석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끝장은 안되죠 ^*^ 앞길이 구만리나 남았는데요. ^*
부디치고 깍기고 사는 우리인생 마지막은 허무...
깊은 강시인님의 마음에서 희망 한줄기 풀어갑니다.
김태일님의 댓글
김태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인생이란 게 뭐, 다 그렇지요.
그래도 끊임 없이 밀려가 곤두박질치는 파도처럼 살아야지요.
거꾸러지면 다시 일어서고,
다시 거꾸러지면 다시 일어서고...
어쩌다 기다리던 태풍을 만나면 한라산이라도 뛰어넘을 기세로
거꾸러지면 다시 일어서고,
또 다시 일어서고... ^^
강덕심님의 댓글
강덕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를, 쓰다가 뚝, 끊어 죽을망정, 쓰다,지우다.
삭제하다 또 쓰다... 쓰다........ 삶이 어디 그리 쉬울까만..
시도 어디 그리쉬울까만...
손갑식님의 댓글
손갑식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래도 인생은 삶은 사랑은 다시 일어납니다
언제 그랬냐,,,하면서
또 인생은 다시 일어나 걸어갑니다,,
바보처럼 걷다보면 또 돌 부리에 넘어지고
또 일어나 걸어 갑니다,
박민순님의 댓글
박민순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금새 왔다 사라지는 성난파도
강연옥 시인님 반가웠습니다
늘 행복하세요^^&
조용원님의 댓글
조용원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향기도 빛깔도 없어도 좋다/ 산다는 것은 애당초 나를 부스는 것임을 알기에
강시인님 반갑습니다. 언제나 진취적인 생활의 모습 많이 닮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건필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