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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아의 여신이 속삭이던 밤 > -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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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은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6건 조회 2,443회 작성일 2006-05-11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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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6월의 어느 날, 아파트 입구에서 다운 증후군을 앓고 있는 아이의 엄마를 만났다. 어쩜 저리도 표정이 여유로울까? 무엇이 그녀의 표정을 저렇게 밝게 만드는 걸까? 아이를 세상 밖으로 내놓기 위해 드러내놓고 무던히도 애를 쓰는 그 아이 엄마의 용기에 진정한 모성이 무엇인지 볼 때마다 존경심에 절로 머리가 숙여지는 엄마다. 아이가 무슨 말귀를 알아듣는다고 언제나 바른 자세로 서도록 하며 열심히 존대어로 인사말을 가르치는 엄마다. 사실 다운 증후군이라면 염색체의 이상으로 생기는 정신지체다. 생김새가 이상하다. 뒷머리는 유별나게 크고 눈은 치켜 올라가고 약간은 주저앉은 코에 두터운 입술, 다리는 짧고 손은 터무니없이 두텁다.

딸 둘 낳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들을 얻었던 엄마다. 아들 낳고 귀한 얼굴도 못보고 아무 걱정 말고 산모 건강만 챙기라는 가족들의 말에 별 의심 없이 병원에서 집에 올 때까지 아이가 장애아인 걸 모르고 귀가했던 엄마였다. 집에 돌아와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가슴 졸이며 아파했을까? 자식을 키워본 엄마라면 그 엄마의 아픔을 굳이 말로 전해 듣지 않아도 짐작이 가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그 집에는 지금도 시간 나는 대로 들리시는 시어머님이 계시다. 처음 손주를 얻고는 유난히 더 자주 드나드셨다. 그러면서 며느리의 이웃 친구들을 만나면 "우리 며느리 마음 아프니까 다정히 대해 줘요. 며느리 집에 자주 놀러 와 줘요." 부탁하며 눈물 글썽이시던 모습에 이웃 여자들끼리 수군거림을 주저하지 않게 만드셨다. 다른 집 같으면 장애아를 낳은 게 며느리의 죄인 것처럼, 며느리에게 눈치 주느라 바쁘고 구박 또한 대단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그 시어머니 덕분에 동네 아줌마들의 사랑을 모두 차지하게 된 그 엄마의 표정. 그 녀의 그 표정은 분명 가족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밝아진 표정일 것이리라. 엄마들도 사람인지라 아이들이 감기로 며칠 만 아파도 노심초사에 지치게 마련이다. 그러니 그 엄마라고 지치지 않을 수 있었을까? 그런데도 가끔 그 엄마의 표정이 지친 듯이 보이면 아이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아 버릴까봐 왜 내가 안달이 나는지 모르겠다.

난 그 아이를 멀리서라도 보면 일부러 쫒아가서 인사를 한다. 엄마 뒤춤에 숨어 서서 고개만 기웃거리는 생각보다 수줍음이 많은 아이다. 일부러 손잡고 악수하자며 손도 흔들어 본다. 눈 맞춤도 하며 내 뺨에 뽀를 해달라고 조르고 조른다. 그 아이 엄마가 살그머니 귀뜸을 해준다. 아이가 다른 사람을 잘 따르지 않는데 이상하게 나한테만은 친근감을 느끼는 듯하다고 한다. 그 한 마디에 나의 마음은 날개를 달고 하늘로 오르다 말고 농담 한 마디를 건넨다. “미인을 알아보나 봐요? 하하.” 조르고 조른 끝에 침을 흘리며 내 뺨에 건네준 그 뽀에 난 정말 행복과 감사함이 물씬거렸다.

그 아이를 작년 가을 저녁 7시쯤에 아파트 놀이터 앞에서 다시 만났는데, 엄마 손을 잡고 걸어오고 있었다. 어둠이 반숙된 시간 가로등 불빛 아래 그 아이 엄마의 약간은 지친 듯한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자칫하면 못 보고 지나칠 순간에 내가 불렀다. “ * * 야, 안녕?” 그 엄마가 화장기도 없는 얼굴에 투박한 안경 너머로 하얀 박꽃 닮은 웃음을 펼쳐 보였다. 그 시간까지 언어치료를 받으러 다녀오는 길이라 했다. “ * * 야, 넌 좋겠다. 매일 엄마 손 꼭 잡고 나들이 다니고…… 욕심쟁이지? 너? 그런데, 배고프겠네, 얼른 가서 밥 먹어요.” 하며, 아이의 콧등을 톡톡 두드려주었다. 그러는 동안 언어치료를 다니느라고 엄마가 애는 쓰고 다녀도 예전이나 지금이나 나아진 건 하나도 없어보였다. 엄마가 이젠 정말 지칠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이에게 악수를 청했다. 그런데 웬일로 손을 순순히 내밀어 주었다. 아이의 손등에 뽀를 해주면서 내 맘은 날아갈 것 같았다. 아이의 모습에 변화가 있었던 것이다. 내가 뺨을 내밀며 아줌마에게 뽀를 해 달라고 했다. 뽀도 가벼히 해준다. 내가 아이 뺨에 보답으로 뽀를 했다. 예의 어린 아이들처럼 뺨의 살결이 어찌나 부드럽던지 난 마냥 행복했다. 늘 엄마 뒤에 숨어 수줍음을 몹시도 타던 아이가 변했던 것이다. 내가 한참을 조르고 졸라야 침을 흘리면서 뺨에 뽀를 해주던 아이가 정말 많이 변해있던 것이다. 봄날 햇살에 눈 녹듯이 내 맘에 잠시 스쳤던 엄마의 지친 모습이 나의 기우로 판결나는 시간이었다.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가슴이 터지도록 꼭 안아주었다.

그리고 갈 길이 바빠 헤어져 돌아서려는데 그 아이가 내 손에 들려있던 케잌 봉투를 잡고 놓치를 않았다. 잠깐 인사드릴 곳이 있어 내 손엔 케잌 봉투가 들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 먹고 싶구나? 가져가서 누나들하고 맛있게 나눠 먹어요, 알았지요? ” 웃으며 케잌 봉투를 건네는 내게 그 엄마가 한사코 만류를 했다. 이유는 아이가 버릇이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게 버릇이 되게 키울 엄마가 절대 아닌 걸 난 알고 있었다. 기어코 아이 손에 케잌 봉투를 들려주니 그 엄마가 아이에게 인사를 시켰다. 물론 고맙다는 말은 아이에게서 듣지 못했지만 아이가 90도 각도로 인사를 공손히 한다. “와우!”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건 정말 행복이지 않을까? 작별 인사를 나누고 나는 다시 빵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춘향이가 연꽃잎을 가뿐히 걸어 다닐 정도의 몸무게를 지녔다고 했나? 그 시간 내 발걸음은 구름 위를 떠다니고도 남을 정도였으니 춘향이가 나를 부러워할 시간이었다.

그 엄마 눈에는 변화되어가는 아이의 모습이 더디게만 보일지 모르겠지만 내 눈에는 너무도 많이 변한 모습이었다. 다음번에 만나면 몇 년 세월을 이 치료 저 치료에 언어치료까지 다니느라 힘들었을 엄마의 가슴에 아이의 순수한 마음 닮은 훈장 하나쯤은 달아줄 수 있을 정도의 발전이 있으리라 기대를 널리 펼쳐보았다. 그냥 세상 모든 것이 사랑스럽고 행복한 밤이었다. 초승달로 변신한 상아의 여신이 아이 앞날에 희망을 속삭여주며 내 뒤를 따르고 있던 밤이기도 했다. 그 날은……



추천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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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목원진님의 댓글

목원진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은영 작가님!<초승달로 변신한 상아의 여신이 아이 앞날에 희망을 속삭여주며 내 뒤를 따르고 있던 밤이기도 했다. >좋은 글 감루하며 잘 보았습니다.

정종헌님의 댓글

정종헌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글에는 그 사람의 성품이 묻어 나온다고 하지요..
이 작가님음 참 심성이 고운 분 같습니다..
아름다운 글 잘 보고 갑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되세요

전 * 온님의 댓글

전 * 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작가님의  마음이  무척이나  따사롭습니다.
동네에서  그냥 흘려 보낼만한  일도  그렇게  세심한  관찰력으로 
세상을  보고 께시니  분명  작가님이  맞는것  같습니다.ㅎㅎㅎ
아름다운 마음을, 사랑을  엿보고  갑니다.

금동건님의 댓글

금동건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언제나 /이은영 작가님은 마음이 넗으셔요
감동적인글에 늘 감사를 드립니다

이은영님의 댓글

이은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김옥자 시인님, 상상을 해보면 마주 앉은 사람 마음을 참 포근하게 만드실 것만 같아요. 남겨주신 흔적에 감사드립니다. ^^*

목원진 시인님, 깨소금 볶은 냄새가 현해탄 건너 서울까지 다다르고 있답니다. 마음 남겨주심에 감사드립니다. ^^*

정종현 작가님, 작가님은 미물까지도 사랑하시는 분이시잖아요.  <미주가 곤충기> 아무나 쓰는 거 아니잖아요? ㅎㅎ~~,, 감사드립니다. ^^*

전 * 온 시인님, 창가에 홍삼차 한 잔 놓고 갑니다. 피로 푸시고, 가뿐하게 잠자리에 드시길 바랍니다. 부족한 글에 마음 남겨주셔서 깊은 감사드립니다. ^^*

금동건 시인님, 부끄럽습니다.  늘 잊지 않고 흔적 남겨주심에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고운 밤 챙기시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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