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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란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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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박찬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5건 조회 1,715회 작성일 2005-08-02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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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란 이름으로
                                                                      박찬란(난초)

 우수 경칩(驚蟄)이 지나면 고향마을에서는 서서히 봄 농사를 준비한다.
모판에다 고운 흙을 쳐서 평편하게 손질 한 뒤에, 불려 놓은 볍씨를 뿌리고 곱디고운  흙을 마지막으로 덮는다. 보름 정도 지나면, 파릇파릇한 새싹이 얼굴을 내민다. 생명의 신비다. 심는 대로 정직하게 돌아온다. 어린모가 한 뼘 정도 자라면 뿌리를 내릴 논에 이사를 가야 한다. 더 이상 모판에서 자랄 수없기에 순리(順理)처럼 어린모가 시집을 간다. 모내기로 뿌리를 내려야 한다.

 나의 시어머니도 어린모가 되어서 시아버지에게 낯설고 물 선 타향으로 시집을 왔다. 빈 한(貧寒)이 집안곳곳에 감돌았고, 꼿꼿한 남편의 성정(性情)에 익숙해 질 무렵, 두 사람을 이어주는 동아줄 같은 자식들이 하나, 둘 태어나기 시작해, 세월 속에 칠남매를 둔 어미가 되었다. 그러는 가운데서도 가난은 버선목처럼 늘 함께 다녔다. 이젠 친구처럼 벗하며 지내게 되었다. 고단한 삶을 노랫가락에 실려 보내면서 자식들은 어머니의 주름만큼 빠르게 자라났다.

 이제 모두 처마 밑의 제비새끼들처럼 둥지를 떠나 창공(蒼空)을 향해 훨훨 날아가게 되었다. 7남매 모두 자신의 둥지를 틀어 산지 15년이 강물처럼 흘러갔다. 나 역시 장남에게 시집왔기에 언젠가는 어머님이 나의 둥지를 옮겨 올 날을 늘 생각하며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논에 가기위해 시골로 들어간 날 시어머님께서 방에서 마루를 갈 수 없다 하셨다. 무슨 일인가 하고 방에 들어가 보니 ‘아뿔싸,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시어머니께서 거동을 못하는 것이었다. 혼자 지내게 할 수없어 내 둥지로 모셔왔다.
나 역시 흥부처럼 박이 열릴 것을 고대하며 낳다보니 흥부만 못한 자식이 넷이요, 가난은 흥부네 집이었다. 거기다 시어머니마저 나의 아이가 되시니 참으로 난감한 현실이었다.

 ‘여자는 높이 놀고, 낮이 논다’ 즉 여자는 시집가기에 따라 귀해지기도 하고, 천해지기도 한다는 말처럼 나를 얘기하는 듯했다. 어쩌랴? 나의 십자가 인 것을, 그 누구에게 전가(轉嫁) 할 수 있겠나. 그때부터 시어머님은 나의 환자였다. 24시간 더듬이처럼 촉수를 세우며 살아야 했다. 하지만 네 명의 자식들은 하나같이 아직도 엄마의 손길을 필요한지라, 참으로 고단한 하루하루였다. ‘궁하면 통 한다.’할 수없이 아이들을 불러 놓고, “할머니도 우리와 함께 사시게 되었으니, 너희들도 틈나는 대로 돌봐드려야 한다.” 생활이 어려워 남편과 함께 부업으로 시골의 논농사를 짓고 있었다. 그러면 엄마가 할머니 못 돌봐드릴 때 식사와 용변을 도와주라고 했다.

 처음엔 아이들도 조금 싫어하는 눈치 길래 내가 꾀를 냈다. 월급날이면 천 원짜리로 오 만원을 은행에서 바꾸어 시어머니 요 밑에 감추어 두고, 아이들이 심부름을 잘할 때마다 천 원식 주라고 시켰다. 그랬더니 처음엔 할 수 없이 하던 것이, 몇 달이 지나자 돈 받는 재미로 냄새난다고 잘 들어가지 않던 방을 녀석들이 “할머니, 심부름 시킬 것 없나요”하면서 즐겁게 하는 게 아닌가? 그렇게 해서 완전히 시어머니와 함께 하는 온전한 식구가 된 것이다.

 가을이었다. 추석을 며칠 앞두고 태풍매미가 심하게 불었다. 많은 비를 동반한 바람으로 전국에 피해가 속출했다. 우리 집도 다 자란 벼가 많이 쓰러졌다. 여름 내내 힘들게 농사지은 것이 한순간에 무너졌으니 마음이 많이 아팠다. 그러나 어쩌랴? 하늘이 한 짓이니 오뚝이처럼 일어서는 길밖에 없었다. 그래서 남편과 하루 종일 벼를 세우고 집으로 돌아왔다. 허리가 끊어질 듯이 아팠다. 밤이 되니 끙끙 소리가 날만큼 아파왔다. 그것도 모르시는 시어머니는 밤에 “에미야? ” 달려가 보면, ‘물 줘.’ 또 누워 잠들라 치면 또 부른다.  몸이 천금만금 늘어지니 서서히 짜증이 나기 시작 했다. 두 번까지 못이긴 체하다 할 수없이 안방에 가봤더니, 글쎄, 며칠동안 변을 보지 못해 변비약을 주었더니 설사를 하신 것이었다.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참을 인(忍)이 목을 조여 왔다. 온 방안에 오물이 지도를 그리고 있었다. “어머님, 아들은 금쪽 같이 귀하게 생각하시면서, 저는 왜 이렇게 고생 시키세요, 정말 힘들어요?” 하면서 털썩 주저앉아 엉엉 소리 내어 울었다. 놀란 남편이 뛰어와 자기가 치운다면서 비키라 한다. 하지만 시어머니가 여자인지라 불편해 하실까봐 고무장갑을 낀 채 방바닥을 울면서 치웠다. ‘아~이게 어머니의 삶이고, 여자의 삶’ 이란 생각이 들자 너무나 슬펐다. “미안해, 나도 이럴 줄 몰랐어! 알았다면 조금 만 일했을 걸.” 미안해하는 시어머니의 얼굴을 보자 참으로 말로 할 수 없는 동병상련(同病相憐)이 들었다.

 세월이 흐르면 저 모습이 내 모습인 걸. 동병상련은 ‘오월 춘추’의 합려 내전에 나오는 말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끼리 동정하고 돕는다는 뜻이 아니던가. 시어머니가 철없이 시집 온 나를 봄 햇살처럼 포근히 감싸주었듯이, 자식위해 한평생 희생하다 병이 나신 육신의 수발을 어린아이처럼 안타까운 마음으로 되돌려 주는 것 또한 은혜를 아는 선(善)이란 생각이 들었다.

 ‘효도하고 순종하는 사람은 또한 효도하고 순종하는 자식을 낳을 것이며, 어버이의 뜻을 거스르는 사람은 또한 어버이의 뜻을 거스르는 자식을 낳을 것이다. 믿기지 않는다면 저 처마 끝의 낙숫물을 보라. 방울방울 떨어져 내림이 조금도 어긋남이 없다’고 일찍이 효순(孝順)에서 자식은 부모의 행동을 보고 따라 함을 갈파 하지 않았던가.

 자식을 둔 부모이기에 함부로 말하고 행동할 수가 더욱 없었다. 네 명의 자식이 부모가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행동을 하는지 속속들이 지켜보는 그림자 같은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더욱더 조심조심 살얼음판 디디듯이 살아가야함을 내 자신에게 끝없이 주문하면서 산다. 부모가 자식을 위하는 정성은 참으로 끝이 없다. 그것은 거의 맹목적이기까지 하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많은 부모들은 목숨을 담보하는 일에도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자식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은 걸 주위에서 본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속담이 그것을 잘 대변해 준다. 병든 부모 때문에 형제간에 의가 깨어지는 걸 주위에서 종종 보게 된다. 하지만 나를 내 부모가 목숨처럼 키웠듯이 나또한 자식을 목숨처럼 키운다. 그러니 내가 자식이고, 부모가 아니던가?  내 아들이 금쪽같듯이, 시어머니도 내 남편을 금 쪽 같이 여기며 사셨을 것이란 생각이 미치자 남편을 함부로  대할 수가 없었다. 누구나 귀한 것은 같기 때문이다.

 처음엔 억울한 생각이 들었는데 아들을 키우면서 시어머니를 이해하게 되었다.
생각을 바꾸니 시어머니의 삶이 한없이 불쌍하게 보였다. 내가 해줄 수 있는 노력에 최선을 다했더니, 같은 여자로서의  가슴 시린 정(情)이 들기 시작하자마자, 시어머니는 또 다른 길인 저승길을  앞서서 떠나셨다. 많이 안타깝고 슬펐다. 많은 사랑을 깨우쳐 주고 떠나신 시어머님은 언제나 내 가슴에 그믐달같이 아프게 남아 있다. 나또한 그 길을 따라 가기 전에, 따뜻한 사랑을 주고 가오리다. 나의 길을 자식에게 되돌려주듯이, 끝없이 쉬지 않고 돌아가는 물레방아의 물같이 나의 삶도 그렇게 세월과 함께 흘러 갈 것이다. 오이를 심으면 오이를 얻고, 콩을 심으면 콩을 얻는다. 무엇을 심을지 곰곰이 곱씹어 볼 일이다.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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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한종선님의 댓글

한종선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휴가차 시골에 다녀왔는데 논에 벼이삭이 솟아오르더군요. 이제 추석이 머지않았죠.
먼 옛날 송편을 먹으며 이웃집 아주머니에게 듣던 정겨운 이야기들 듣는 것만 같습니다.
참 삶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합니다.

박찬란님의 댓글

박찬란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반갑습니다. 한종선님, 강병철님, 또 반가운 강연옥님 모두모두 건강 하신지요? 휴가는 다들 다녀 오셨는지 궁금 하네요. 저는 추암 해수욕장에 가족과 잘 다녀왔습니다.  오늘 하루도 즐겁게 보내시고 늘 변함없는 격려 고맙습니다.^^*

김유택님의 댓글

김유택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박찬란 시인님! 좋은 작품 감상 잘하고 갑니다
그런데 성명앞에 사진이 안뜨는데 아마도 등록한 사진 용량이 너무커서 그런게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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