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오시는 방법(-클릭-) 회원가입은 이곳으로 클릭++^^ 시작페이지로 이름 제목 내용

환영 합니다.  회원가입 하시면 글쓰기 권한이 주어집니다.

회원 가입하시면 매번 로그인 할 필요 없습니다.

믿음에 대하여

페이지 정보

작성자 : 강연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3건 조회 2,656회 작성일 2005-03-08 10:52

본문

믿음에 대하여




봄이 오면 생명의 수런거리는 힘을 느낀다. 생명의 용솟음을 막을 이 아무도 없다. 얼었던 대지가 풀리며 새싹이 돋아나고 산새들이 지저귀기 시작한다. 자연은 어김없이 자기 몫을 하기 위해 잠에서 깨어난다. 자연의 봄은 그저 온다. 나무가 하얀 눈을, 새가 나무를, 새싹이 대지를, 서로 서로에게 아무런 의심이 없이 믿고 있으면 저절로 온다.

하지만 유독 인간에게는 봄이 그저 오지 않는다. 계절이 가짜인 경우도 있다. 인간이 계절을 만들기 때문이다. 수박이 겨울에 나오고 딸기가 가을에 나오고 물질문명으로 계절도 획일화되고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그러다 보니 인간의 마음에도 봄은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인간 스스로 심어야만 하는 세상이 되었다. 자연의 바탕은 믿음이 깔려있는 데 비해 인간의 바탕에는 불신이 깔려있는 것인가?

우리 집에 진돗개 한 마리가 있다. 태어난 지 육 개월이 지났는데 아직까지 한 번도 짖어본 적이 없다. 보일러에 기름을 넣기 위해 담을 넘는 사람을 보아도, 밤늦게 자장면 그릇을 가지러온 사람에게도 꼬리를 흔들며 반기니 어이가 없다. 진돗개 몽석이의 행동은 처음부터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무조건 믿기 때문에 그런다고 한다.

몽석이를 우리 집에 처음 데리고 온 것은 태어난 지 45일이 바로 지나서였다. 그 때 데려오지 않으면 진돗개 특성상 그 전 사람을 주인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어미 품을 떠나와서 두려움에 벌벌 떠는 강아지를 보면서 불쌍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처음 개를 키워보는 내 입장에서는 그런 몽석이가 안타까워 매일 쓰다듬고 예뻐해주었다. 하지만 그런 나의 과잉 보호는 개를 개답게 키우는데 방해 요인으로 작용했고 몽석이는 자신이 사람인 듯 짖을 줄을 모르고 꼬리만 흔드는 개가 되어버렸다. 개가 개답지 못하다는 것은 개 자신에게도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개를 데려오고 며칠이 지나 동네 할머니에게 몽석이 얘기를 했더니 그 할머니는 자기도 예전에 개 한 마리를 키웠었는데 너무 가슴이 아팠던 일이 있어 이제는 개를 절대 키우지 않는다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동네 아저씨가 약에 쓴다고 해서 이 만원에 팔았다는 것이었다. 할머니 말인즉 이제 다 늙어서 머지 않아 죽어야할 운명이니 이리 죽어도 저리 죽어도 마찬가지라며 개를 팔았다고 했다. 그런데 며칠 후에 개는 다리를 절며 온 몸에 핏물이 배인 채 마치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듯이 찾아왔다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 할머니는 가슴이 아파서 이제는 개를 키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이라면 다시 그 집에 찾아갔을까? 아니면 개는 지능이 낮아 자기를 팔아버린 주인에게 다시 돌아온 것일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무조건 전 주인에 대한 믿음은 그 순간에도 갖고 있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이성을 갖고 있지만 조그만 일도 믿지 못하는 사람을 보고 개만도 못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사람과 사람 사이는 고사하고 개인 스스로도 자신조차 믿지 못하니 참으로 안타깝다. 집을 지키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는 못하더라도 우리 식구를 믿고 마당에서 늘어져 잠자는 몽석이를 보면서 믿음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새겨본다.
그러고 보면 봄은 그저 오는 것이 아닌 것 같다. 몽석이가 나를 믿듯 사람들이 자연의 순리를 믿고 있기에 봄이 오는 것은 아닐까?

제주타임스 강연옥칼럼 (05.3.7)










추천4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댓글목록

양남하님의 댓글

no_profile 양남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젠 칼럼니스트 역할도 겸하시네요. 축하드립니다. 강시인님께 칼럼을 위촉한 제주타임스는 사람 볼 줄 아는 곳인것 같습니다. 
그 진도개 무능한 것 같이 보일지 모르지만, 행복한 개입니다. 인간도 못 믿는 사람을 믿는 개는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무능이라는 말의 의미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김성회님의 댓글

김성회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안녕하셔요 강연옥 시인님 ^^**^^
강시인님은 확실한 팔방미인 이십니다.
강연옥 선생님에 넒은 문운이 너무도 부럽습니다.
좋은글 감상하며 인사 드립니다,.**^^**

빈여백동인 목록

Total 21,423건 3 페이지
빈여백동인 목록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추천
21343
이농 댓글+ 4
전승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75 2005-03-07 3
21342 오한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11 2005-03-07 11
21341 no_profile 시사문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40 2005-03-07 3
21340
야화(夜花) 댓글+ 5
no_profile 윤복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76 2005-03-07 2
21339
집으로 가는 길 댓글+ 4
bang jeongmi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23 2005-03-08 10
열람중
믿음에 대하여 댓글+ 3
강연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57 2005-03-08 4
21337
욕 심 댓글+ 5
no_profile 김석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24 2005-03-08 2
21336
봄고양이 댓글+ 8
no_profile 손근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89 2005-03-08 6
21335 전승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50 2005-03-08 3
21334
어느날 의 애상 댓글+ 5
김성회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2629 2005-03-09 2
21333 no_profile 양남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60 2005-03-09 3
21332
인연 댓글+ 10
김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57 2005-03-09 4
21331 no_profile 시사문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95 2005-03-09 24
21330 김찬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33 2005-03-09 28
21329 김성회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3027 2005-03-09 28
21328 no_profile 윤복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39 2005-03-09 25
21327
고무신 댓글+ 5
no_profile 김석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83 2005-03-10 25
21326
꽃밥... 댓글+ 5
no_profile 손근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81 2005-03-10 32
21325 양금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36 2005-03-10 9
21324 no_profile 손근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83 2005-03-11 30
21323 no_profile 양남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19 2005-03-11 29
21322 no_profile 시사문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91 2005-03-11 3
21321
겨울 이야기 댓글+ 2
전승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49 2005-03-11 5
21320
애오라지 댓글+ 4
김성회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2813 2005-03-12 4
21319
새2 댓글+ 3
no_profile 김석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75 2005-03-12 4
21318 이민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65 2005-03-12 12
21317
조각 빛 구름 댓글+ 4
no_profile 윤복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43 2005-03-12 5
21316
연탄, 난로 댓글+ 5
전승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56 2005-03-12 5
21315 함재열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2475 2005-03-12 3
21314
겨울산 댓글+ 4
이홍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75 2005-03-13 36
21313 no_profile 시사문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46 2005-03-13 4
21312 no_profile 윤복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82 2005-03-13 27
21311
장수 발자국 댓글+ 4
이철화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4676 2005-03-14 89
21310
못된 수염 댓글+ 3
no_profile 김석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50 2005-03-14 28
21309 no_profile 양남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27 2005-03-14 28
21308 강연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61 2005-03-14 29
21307
막사발 댓글+ 5
박민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54 2005-03-14 68
21306 오한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79 2005-03-14 48
21305 함재열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2779 2005-03-15 26
21304
바람 같은 사랑 댓글+ 4
김성회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2832 2005-03-15 26
게시물 검색
 
[02/26] 월간 시사문단…
[08/28] 토요일 베스트…
[07/03] 7월 1일 토…
[04/28] 5윌 신작시 …
[11/09] 2022년 1…
[08/08] 9월 신작 신…
[08/08] 9월 신작 신…
[06/29] -공개- 한국…
[06/10] 2022년 ◇…
[06/10] 2022년 ◇…
 
[12/28] 김영우 시인님…
[12/25] 시사문단 20…
[09/06] 이재록 시인 …
[08/08] 이번 생은 망…
[07/21] -이번 생은 …
 
월간 시사문단   정기간행물등록번호 마포,라00597   (03924)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4길 17 사보이시티디엠씨 821호   전화 02-720-9875/2987   오시는 방법(-클릭-)
도서출판 그림과책 / 책공장 / 고양시녹음스튜디오   (10500) 고양시 덕양구 백양로 65 동도센트리움 1105호   오시는 방법(-클릭-)   munhak@sisamundan.co.kr
계좌번호 087-034702-02-012  기업은행(손호/작가명 손근호) 정기구독안내(클릭) Copyright(c) 2000~2024 시사문단(그림과책).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