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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꽃 닮은 미소 > -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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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은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5건 조회 2,346회 작성일 2006-11-22 22:58

본문

달리는 차 안에서도 유난히 창밖의 경치에 관심을 접지 못하는 나는 일 년을 마무리 하러 친구들의 점심 모임에 가던 길에서도 예외 없이, 한 해를 보내는 마지막 날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의 표정을 하나하나 바라보며 이런 저런 생각에 잠기고 있었다. 달리다 보니 차도의 신호등에 노란 불이 들어왔다. 엎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빨간 불이 들어오기 전에 미리 사 횡단보도 바로 앞에 서서히 멈춰 섰다. 그런데 건널목의 푸른 신호등 앞에 무거운 낯빛의 오십대 후반으로 짐작되는 아저씨 한 분이 깔끔한 양복을 입으시고는 인생의 붉은 신호등에 걸린 듯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다가 돌연 환해진 얼굴로 변했다.

무슨 일일까 궁금하여 아저씨의 맞은편으로 시선을 옮기고 보니, 횡단보도 중간에서 웃음을 만들어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수녀님이었다. 딱히 이름도 없이 그냥 머릿수건으로 불리운다는 수건을 머리에 두르신 노수녀님. 그 아저씨는 노수녀님의 미소에서 순간이었을 망정 모든 근심은 풍선 달아 날려버리고, 잃어버린 자식을 십년 만에 찾아낸 듯 행복한 표정을 지었던 것이다. 우연한 만남에서 얻은 미소 하나가 그 아저씨에게 오늘 하루를 지낼 희망으로 남아 있을 수 있다면 그 미소는 돈으로 계산되어질 수 없는 희망의 씨앗, 사랑의 씨앗이리라. 화장기 대신 얼굴에 세월을 말하는 주근깨와 검버섯이 고스란히 피어있었지만 잔잔한 미소 하나로 세상의 그 어느 아름다움도 감히 곁에 설 수 없으리란 생각이 스치는 동안 아저씨의 가슴에 미소로 울림 전하고 갈길 재촉하는 수녀님의 발꿈치를 따라 시선을 돌렸다.

아! 영등포 구치소. 그 곳으로 수녀님의 발걸음은 향하고 있었다. 그 순간 아저씨가 발길 돌리고 온 곳도 그 곳이 아니었을까 추측되는 시간이었다. 종교의 깊이가 전혀 없는 나 같은 문외한이 어찌 알랴마는 수녀님은 하느님의 마음을 전하려 부지런한 걸음을 재촉하시는 동안에도 방금 스쳐 지난 아저씨의 혼돈된 마음에 평온이 있기를 온 마음으로 빌어주셨을 것이다. 이해인 수녀님의 해맑은 미소가 이 수녀님이 노래한 세상의 그 어느 시(詩)보다도 더 청초함과 아기자기한 들꽃 향을 뿜어낸다고 짐짓 추측만이 가능한 나 아니었던가?

그 순간 오래 전 캐나다로 이민 간 친구가 이별의 선물이라며 내 손에 꼭 쥐어주고 간 빠알간 묵주 알이 떠올랐다. 지금까지 작은 병에 담겨서 말없이 나의 내면과 외면이 갈등하던 모습, 성내고 투덜거리던 모습, 시기와 질투, 교만과 오만, 무심코 남의 마음을 아프게 뱉어낸 말, 마음을 가꾸기보다는 외모를 가꾸던 모습 등 온갖 생활을 지켜보고 있었을 것을 생각하니 가슴 속에 선명하게 부끄러움으로 떠올랐다. 여럿이 있을 때는 몸가짐을 조심하고 혼자 있을 때는 마음가짐을 조심하라고 했는데 그 또한 잊고 지낸 세월은 아닌가 싶었다.

초겨울 칼바람보다 차라리 더 애린 시간을 숨쉬고 있을 구치소 담장 안, 메마른 가지의 나뭇잎 하나는 애써 바람의 유혹을 외면하며 마지막 생(生)을 손놓고 싶어 하지 않았다. 재소자분들이 세상에서 외면당하는 눈빛보다는 가족들의 사랑으로 지은 죄를 저지른 미움을 승화시키려 안간힘을 쓰는 재소자 가족 분들의 모습으로 비쳐진 그 나뭇잎이 부디 떨어져 내리지 않기를 바랬다. 추워진 계절 구치소 바닥보다 더 얼어붙었을 재소자 분들의 마음엔 재범에 대한 단절의 각오가 있기를 바랬다. 찬바람을 무릅쓰고 면회를 다니는 재소자 가족 분들에겐 두 번 다시 지켜보는 아픔이 없으리란 믿음으로 이 겨울을 따스하게 지내기를 바랬다. 더불어 시나브로 죄 짓는 나의 마음에 자책의 시간을 가질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었으면 하는 욕심도 내보았다.

마침내 약속 모임에 다다르고 보니, 친구들의 모습은 한결같게 동장군 기세를 꺾으려는 듯 고운 모습과 은은한 향으로 뽐내고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새해의 시작을 희망으로 시작할 것을 다짐하며 보내고 돌아온 시간은 참으로 흐믓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 얼굴이 근심걱정 없이 평화로워보여서 참말 좋았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편안해짐에 대한 감사함의 여운으로 집에 돌아와 보니 그리 가까이서 맡았던 친구들의 향은 이상하리 만치 온데간데가 없었다. 내 곁에 더 이상 향으로 머물러 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전혀 가까이에 있지도 않고 스쳐 지나며 바라본 그 노수녀님의 들꽃 닮은 미소가 지금 이 순간까지도 내 곁을 향기롭게 맴돌고 있었다. 역시나 세월 넘고 시간 건너도 영원할 향기는 순수한 사랑의 미소임을 확인한 날이었다. 그 노수녀님의 사랑은 감히 언감생심 흉내조차도 낼 수 없겠지만, 하이얀 이를 고스란히 드러내놓고 주름이 결코 무섭지 않은 수녀님. 웃는 여자는 다 예쁘다는 노래 가사도 있지만, 순간의 미소로 세상을 포근하게 만드시는 그 수녀님의 미소를 따라갈 어여쁨이 있을까 생각했다. 주위에서 객기어린 나의 도전을 말릴지언정 그 예쁨을 닮았으면 하는 욕심을 한껏 내보기로 했다. 해서 나는 새해에는 마음의 거울 앞을 열심히 서성여 보기로 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노수녀님의 들꽃 닮은 미소를 그래도 조금은 흉내 내고 있는 내가 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미소 지으려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보다는 분명히 나을 거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고 계신 노수녀님의 미소와 마주하고 있다.

- 2004년의 마지막 날 노수녀님의 들꽃 닮은 미소가 서성이는 시간에 몇 자 적다. -

추천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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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영배님의 댓글

김영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마디의 고마운말과 한순간의 환한 미소가
많은 사람들의 마응을 감동시키면 또한
한사람의 일생을 좌우시킬수있다는것을 우리는
명심하여 할것이다 훌륭한글 뵙고 머물다갑니다....

허애란님의 댓글

허애란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이은영 선생님 안녕하셔요^^
시상식때 인사도 못드리고

들꽃을 닮은 수녀님처럼
저두 먼 나중에 곱게 늙어가야 할텐데...
이은영 선생님 고운 글 감사해요^^

최경용님의 댓글

최경용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마리아여
아름다움은 있을곳에 있습니다
있을곳에 있지않은 아름다움은 위선이요 꾸밈입니다
선한자는 있을곳에 있는 아름다움을 봅니다
선한자 아름다움을 보신 이은영 작가님에 아름다운 미소가 아름답습니다

이은영님의 댓글

이은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짙은 남빛의 밤하늘에 손톱 달이 걸린 걸 보았답니다.
어찌나 어여쁘던지요, 햐~~!! 소리가 저절로 입에서 나오고 말았답니다.
그 고운 모습
김영배 시인님, 허애란 시인님, 최경용 시인님
세 분 잠드신 창가에 매달아두도록 하겠습니다. ^^*

고운 꿈 꾸시구요.
행복한 휴일 맞이하시길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

늘 고맙고 또 고마운 마음이랍니다.
저 지금 많이 웃고 있는데~~,
저 웃는 얼굴 예뻐요? 하!! ^^*

최수룡님의 댓글

최수룡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수녀님의 들꽃 닮은 미소가 가까이 있는듯 합니다.
세월 넘고 시간 건너도 영원한 향기와 순수한 사랑의 미소로
세상을 포근하게 만드시는 그 수녀님의 미소가
새해에는 불우한 사람들의 희망이 되었으면 합니다.
아름다운 글에 오래도록 머물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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