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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속의 수채화(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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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12건 조회 2,474회 작성일 2007-01-26 14:30

본문

                                 
같은 시간에 맞추어 출근해야하는 아침에는, 여유를 부리거나 앞뒤를 돌아볼 시간없이 허겁지겁 나서는 발길이 날마다 설어 달리기에 바빠 미쳐 쳐다볼 여력도 없는 길이 있다. 하지만 퇴근길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편한 시간이라서 그런지 귀가하는 길목에서 잠시 눈도 돌려보고 마음도 열어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길이다. 살구 빛 태양도 이런 내 마음을 헤아리기라도 한 듯이 서쪽 동산의 능선에 고즈넉하게 걸터앉아 나보다 더 여유를 부리며 기다려준다. 비록, 짧은 퇴근시간이지만, 아름드리나무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학교 울타리를 타고 걸으며 산림욕도 즐기고 자연이 나에게만 주는 혜택인양 착각에 빠져보기도 한다. 그 길이라야 집까지는 고작 넉넉잡아 오백 미터 쯤 되는 거리이다. 직장과 집밖에 모르는 다람쥐 쳇바퀴 같은 삶 속에서, 그 길이 나에게 계절의 변화도 알려주고, 자연의 냄새도 맡게 해 주고, 그늘이 되어 주는 유일한 공간이다

그렇게 매일 오가는 길을 퇴근시에는 좀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주위도 둘러보고 아무도 봐주지 않아도 길 섶 돌 틈사이로 생명을 끈질기게 이어가는 들풀도 찾아보면서 언젠가 읽었던 "야생초편지"를 떠올리며 그동안 몰랐던 잡초의 이름도 익혀본다. 매일 그렇게 해찰을 하며 오가는 길이였는데 오늘은 좀 특별한 이벤트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퇴근길 어김없이 이리저리 부산하게 고개 돌리며 ‘오늘은 무슨 들꽃, 들풀을 찾아볼까?’관심 대상을 물색하던 나의 눈에는 노란 들꽃 한 송이가 활짝 꽃망울을 터트리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애기 똥 풀과 비슷하게 생긴 이름모를 들꽃에게 온통 관심을 빼앗긴 채 아파트 입구에 들어섰는데, 아파트 울타리에 자라나는 뽕나무 밑에서 단지 내에 사시는 어르신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웃음꽃을 피우고 계셨다.
“뭐하세요?”
여쭤보며 은근슬쩍 나도 그 자리에 끼어들기 해본다.
"응 오디 먹어봐, 무지 달구만."
말씀하시는 아래층 아주머니의 입 주위가 온통 보라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웃음이 나왔지만 꾹 찾고 나도 뽕나무 밑에 자리 잡고 체면 불구하고 정신없이 오디를 주워 먹었다. 어르신들은 나무에 직접 올라가서 따지 못하시니 널따란 돗자리를 깔아놓고 장대로 털었노라고 하시며 웃으시는 미소 속에는 오디물이 곱게 들어있었다. 그래서 오늘은 운 좋게 어르신들 덕분에 오랜만에 포식을 할 수있었고  덕분에 추억도 아낌없이 주워 담았다. 어렸을 때 유일하게 이맘 때 쯤이면 그 시절의 간식꺼리였던 보랏빛 오디가 주는 추억을, 그리고 향수를 그리는 사람들이 나뿐만이 아니었기에 오디를 먹는 경쟁도 제법 치열했다. 나는 아예 바닥에 털썩 자리 잡고 앉아서 털어놓은 오디를 정신없이 주워 먹다가 문득 뽕나무를 쳐다보니 높은 곳만 바라보고 장대로 털어서인지 축 늘어진 나뭇가지의 아래쪽은 토실토실한 오디가 그 때까지 다닥다닥 달려있어 결국 보라색 오디는 내 욕심을 자극 하였다. 집에 들어와 거울을 보니 하얀 이까지 까맣게 오디물이 들어 있었다. 그래도 오늘 퇴근길에 얻은 수확치고는 꽤 괜찮았다고 자찬해본다. 먹는 것도 모자라서 한 바가지 얻어가지고 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잘 숙성되어 다시 한번 오늘 일을 기억하며 미소 지을 수 있는 날을 기대하면서 작은 병에다 오디술도 담가놓고 설탕과 오디를 일대일로 썩어 재워놓았다.

가끔은, 앞만 보고 가는 것 보다는, 이렇듯 사방을 둘러보는 삶의 여유도 필요한가 보다. 오르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과 불평 그리고 좌절과 낙심으로 불행하다 생각하며 실망으로 마음 접기보다는 허리를 조금만 숙이면 고개를 조금만 아래로 향하면, 조금만 눈높이를 조정하면 얼마든지 행복의 열매를 가질 수 있는 일이 있으니까.
오늘도 나는 자연을 통하여 마음 공부 확실하게 하며 하루를 마감한다.
"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나의 지인들도 내 마음만 같아라." 덕담을 던지는 여유까지 부리면서......,


추천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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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석범님의 댓글

no_profile 김석범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자연은 우리의 스승이지요...
고개를 낮추고 눈 높이를 더욱 내려 겸허히 자연에게 다가가는것이 아름다운 삶,
현명한 삶의 지혜가 아닌듯 싶네요....    생활속의 교훈 고이 새기고 갑니다... 

김옥자님의 댓글

김옥자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릴 때 이웃집에 있던 오디 나무 생각을 하면서
눈높이를 조정하고 마음 편한 삶을 그려봅니다
고마운 글 감사 드립니다 

장윤숙님의 댓글

장윤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일상생활속에서 무덤덤하덤 마음....작가님의 글을 읽으면서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삶의지혜와 고마움에
다시금 감사의 마음을 담게하네요^^ 글감이 따스하면서도 곱습니다. 오디...뽕나무의 열매 어린시절 보라색 오디를 누가 더 많이 먹어서 입이 더 검은지  드거운 여름날 ...친구들과 내기하던 시절이 새삼 생각납니다.
아름다운 감성을 자아내게 해주시고  자연의 섭리에 겸허함을 담아갑니다. 좋은 날 되시고요 아름다운 시간되세요^^

목원진님의 댓글

목원진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디가 어디 있습니까? 저도 가서 좀 맛 보개요...,
장난 말을 건네고 싶은 충동을 얻습니다. 덕분에 저의 이도 물든 감이 갑니다.

현항석님의 댓글

현항석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성지 김영숙 시인님이시자 수필가님의
작품속에서 한가한 오후를 보내고 있습니다.
계속 멋진 작품 볼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건필하시길,,,, 감사합니다.

김영숙님의 댓글

김영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목원진작가님 오디는 동강변을 따라 걷다보니 많던데요^^*
작년에 우리땅걷기에서 동강변을 걸으며 원없이 따먹었답니다
시절의 추억에 푹 빠지신 장윤숙 작가님 고맙습니다.
그리고 항상 응원주시는 현항석작가님도 건필하세요~~

최경용님의 댓글

최경용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일상에서 얻어지는 사소로움도
조금의 여유만으로도 마음의 풍요를 구할 수 있음은 역시 작가의 안목임을 알게 하여주십니다
소박하신 글 감사히 읽습니다

朴明春님의 댓글

朴明春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살구 빛 태양 마음 이벤트 퇴근길은
부산한  고개 돌림 뭐해요 오디 먹어
어르신 장대로 땄다 오디색깔 보랏빛
~
이벤트 구경 잘 하고 갑니다^^

김영숙님의 댓글

김영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최경용작가님 소박한 글 소박하게 안아주시니 감사할 따릅니다.
박명춘작가님 이벤트 구경하시고 많은걸  추억하시니  그 또한 고맙습니다^^*

김화순님의 댓글

김화순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사는게 뭔지 살다보면 주변의 아름다움도 계절의 흐름도 망각한채
그렇게 살아가게 되더군요..
그러나 조금만 마음의 여유를 누린다면 마음의 풍요로움으로
아름다움삶을 살아갈수 있으련만, 생각처럼 잘 안되네요
좋은글 잘 보구 갑니다..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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