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단의 등신불(等身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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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태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11건 조회 2,013회 작성일 2005-08-19 03:00본문
금단(禁斷)의 등신불(等身佛)
시/김 태 일(金 泰 一)
나는 가을이 싫어요.
흐느적거리는 갈대숲에 숨어
이방인의 목소리로 이별을 더듬지 말아요.
섬돌 아래 귀뚜라미 울음에 소스라쳐
떠난다는 이야기 하지 마세요.
오늘 낮 창 너머로 엉거주춤 날아든
산비둘기 새끼의 서툰 날개짓처럼
어설픈 눈빛이면 어때요.
님 찾아 하늘 높이 날아올라
애닲은 사랑노래 부르는 종다리 날개짓처럼
그냥 이대로 있어요.
슬픈 이별노래 부르지 마세요.
우리 손잡고 뛰놀던 한라산 언덕에는
도라지꽃 흐드러져 사랑의 전설 만발하고
지난 봄 뜰에 핀 배꽃 열매 배꼽이
아직도 촉촉히 젖어있잖아요.
차라리 금단(禁斷)의 열매 몰래 따먹고
사탄이 춤추는 어느 산기슭
보리수나무 아래 숨어 기도하다
하늘 목동이 양떼구름 몰고 들이닥치면
휘몰아치는 눈보라에 활활 불꽃으로 타올라
꼭 껴안고 등신불(等身佛)이 되어요.
댓글목록
김춘희님의 댓글
김춘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김태일선생님 안녕하세요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등신불입니다.
고등 국어에 나왔었지요.
가슴깊이 애닮은 사랑 느끼고 갑니다.
고은영님의 댓글
고은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나는 가을이 싫어요.
흐느적거리는 갈대숲에 숨어
이방인의 목소리로 이별을 더듬지 말아요.
섬돌 아래 귀뚜라미 울음에 소스라쳐
떠난다는 이야기 하지 마세요.
사랑의 고운 시어가 이아침에 슬프게 다가옵니다
양남하님의 댓글
양남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글의 백미는 단연 세째연이네요.
"//차라리 금단(禁斷)의 열매 몰래 따먹고/~/ 휘몰아치는 눈보라에 활활 불꽃으로 타올라 /꼭 껴안고 등신불(等身佛)이 되어요. "
그런데, 두 가지 생각이 스쳐가네요.
한가지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오랜 수행의 경지를 직접 몸으로 보여줌으로써 세인들이 수양할 때 교훈으로 삼으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等身佛"을 적절히 시어로 삼으신 지혜가 기발해 보입니다.
둘째는 마지막 연을 첫번째 연으로 가져가심이 완성도에서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납니다.
아무튼 고운 글이 있어 행복했습니다.
김석범님의 댓글
김석범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난 그대를 위하여 그 어떤것도...오직 살아있는 등신불이 되리라는 느낌만을 가지고 갑니다..^*^~~
김태일님의 댓글
김태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김춘희 시인님, 고은영 시인님, 가을이 옵니다.
가을은 시인의 계절이라고 합니다.
올 가을에는 좋은 작품들 많이 남기시길 기원합니다. ^.~**
양남하 시인님, 정말 고맙습니다.
사실, 저도 당초 마지막 4연을 1연으로, 1연을 3연으로,
그리고 3연을 마지막 4연으로 하려고 고민을 하다가
3연이 너무 격정적이어서 부담스러워 그렇게 올렸습니다.
옳으신 지적이십니다.
양남하 시인님의 지적대로 마지막 4연을 1연으로 옮기고
3연을 마지막 연으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제1연은 당초 구상대로 3연으로옮기겠습니다.
머리 숙여, 거듭 고마운 말씀 올립니다. ^.~***
이선형님의 댓글
이선형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긴 고통이 보입니다.
이별의 갈등과 후회의 현실을...
한참을 머물다 갑니다 늘---행복하십시오
허순임님의 댓글
허순임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하르르 떨어지는 저 꽃잎들...
전 가을보다 겨울이 싫어요..
아덜 둘을 여름에 낳구 산후조리를 잘 못했더니....
겨울은 뼈속까지 찬 바람이 스며든답니다..
이제는 잊을때도 되었건만 ...그 아펐던 사랑의 상처가....
어쩜 선생님은 시에는 여성스럼이 가득한가요..
사랑가득 행복가득~저 여린 여인의 꽃바구니에 담아보셔요~~
김태일님의 댓글
김태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선형 시인님! 항상 고맙습니다.
우리 귀공자 시인님을 언제 한번 만나봐야 하는데... ^.~**
허순임 시인님, 그럼 하나 더 낳아서 산후조리 잘 하세요.
제 부인도 위로 둘 낳고 야위기만 하면서 몸이 허약했는데
막내를 하나 더 보고 산후조리를 잘 해서 지금은 아주 건강하답니다.
그 막내 아들이 지금 중 3인데,
그 놈 없으면, 저 못살아요.
얼마나 귀여운지... ^.~**
김유택님의 댓글
김유택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금단의 등신불이라
깊이있는 글 감상 잘 했습니다 김태일 시인님!
초연한 초발심의 경계가 다시금 생깁니다 해탈의 경지에 도달한 등신불입니다
오영근님의 댓글
오영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아름다운 글 입니다......항상 정진 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읍니다....건필 하시길...저의 집 방문 해주심도 감사 드리며...
김태일님의 댓글
김태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김유택 시인님, 격려의 말씀, 감사합니다.
오영근 시인님, 홈이 참 보기가 좋드군요.
동료 직원들이 달아놓은 댓글들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작품이 알차고 깊이 있는 내용이어서 좋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