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 젖은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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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현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4건 조회 1,165회 작성일 2007-09-02 00:00본문
비에 젖은 편지 (최진희 선생님 전 답서)
김현길
오늘에야 저는 빗물에 얼룩진 선생님의 편지를 받아보았습니다. 그동안 집으로 오는 우편물들을 먹고 살기위해 식당을 시작한 뒤로 제때 확인을 못했습니다. 몇 일째 쌓여있던 우편함을 열어보니 각종 우편물이 들이친 비에 젖어 있었습니다. 그 속에 빗물에 글씨가 퍼진 편지 한 통이 있었습니다. 발신인을 보니 마산시 회원구 최진희 라고 써 있었고, 설마하고 급하게 개봉해보니 내가 생각했던 최진희 소장님이 맞았습니다, (거제수필문학 전 회장님을 나는 지금부터는 소장님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습니다.) 김현길 시인님 귀하라고, 황송하게도...
아마 저번 모임 때 저의 처녀시집을 보고 새까만 후배한테 시인이라는 칭호를 쓰셨나봅니다.
소장님의 감동적으로 쓴 수필집과 근래에는 암이라는 병을 손수 극복한 병상 일기체의 "숲에서 길을 만나다" 라는 책도 읽어보았습니다. 어떤 구도자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소장님은 제가 막 군에서 제대하고 4H 활동을 할 때에 거제군 농촌지도소 소장님으로 제직하고 계셨습니다. 소탈한 성격과 자상한 인품으로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은 것도 알고 있습니다. 소장님의 여러 말씀 중에 아직도 내가 기억하고 있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고향도 사람 살기 좋은 곳이지만 이곳 거제는 우리 고향보다 한 가지 더 좋은 것이 있다. 산 좋고 물 좋고, 그리고 또 한 가지 바다가 있어 더 좋은 곳” 이 라고 (나는 그때 소장님이 산청 분 인줄로 알았습니다. 뒤에 알고 보니 산청이 아닌 사천 정동 출신이었지만.) 그래선지 거제가 마냥 좋아 전망 좋은 남부면 다대 언덕배기에 조그만 터를 장만하여 자칭 화이트하우스(백악관) 이라는 별장을 지어 살고 계신 것도 역시 알고 있습니다.
편지의 내용은 농사를 지으면서 틈틈이 시를 쓴 저를 대견해 하며 칭찬한 내용이 대부분이었지만, 특히 “회귀" 라는 나의 졸 시를 보고 소장님도 유년의 추억이 떠올랐으리라 짐작이 됩니다. 그 당시 타작이 끝난 타작마당에는 짚빼가리가 여기저기 생겼고, 그 사이로 끼어 다니며 놀았었지요. 팔대잡기, 뎅까이, 땅따먹기 같은 놀이도 하였고, 밤이 깊어 가는 줄도 모르고 흙먼지를 덮어쓰며 놀던, 그런 유년의 시절이 아마 떠올랐겠지요. 그래서 소장님께서는 여러 시중에서 유독 회귀를 거론하신걸로 저는 압니다.
마지막으로 건강 챙기며 건필 하라는 소장님의 말씀은, 4H 시절 농촌지도소 소장으로서 우리들에게 하시던 훈시 같은 생각이 떠올라 왠지 자꾸 목울대가 울컥거립니다.
비록 글씨는 빗물에 얼룩졌지만 하얀 편지 봉투에 존경하는 선생님의 손수 쓴 편지를 받아보았다는 그 자체가, 전자우편, 폰 매일, 몇 자로 끝내는 요즘 같은 세상에 직접 쓴 편지를 받아보는 나는 이 얼마나 행복합니까? 하루 내내 소장님 생각으로 보냈습니다. 항상 건강하게 오래오래 저희들을 지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건강이 좋지 않다는 소식 들었습니다. 다음번 모임에서는 반갑고 가벼운 마음으로 소장님(선생님)을 뵙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겠습니다. 그럼 다음 만날때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2007년 8월31일
나무꾼 김현길 올림
김현길
오늘에야 저는 빗물에 얼룩진 선생님의 편지를 받아보았습니다. 그동안 집으로 오는 우편물들을 먹고 살기위해 식당을 시작한 뒤로 제때 확인을 못했습니다. 몇 일째 쌓여있던 우편함을 열어보니 각종 우편물이 들이친 비에 젖어 있었습니다. 그 속에 빗물에 글씨가 퍼진 편지 한 통이 있었습니다. 발신인을 보니 마산시 회원구 최진희 라고 써 있었고, 설마하고 급하게 개봉해보니 내가 생각했던 최진희 소장님이 맞았습니다, (거제수필문학 전 회장님을 나는 지금부터는 소장님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습니다.) 김현길 시인님 귀하라고, 황송하게도...
아마 저번 모임 때 저의 처녀시집을 보고 새까만 후배한테 시인이라는 칭호를 쓰셨나봅니다.
소장님의 감동적으로 쓴 수필집과 근래에는 암이라는 병을 손수 극복한 병상 일기체의 "숲에서 길을 만나다" 라는 책도 읽어보았습니다. 어떤 구도자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소장님은 제가 막 군에서 제대하고 4H 활동을 할 때에 거제군 농촌지도소 소장님으로 제직하고 계셨습니다. 소탈한 성격과 자상한 인품으로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은 것도 알고 있습니다. 소장님의 여러 말씀 중에 아직도 내가 기억하고 있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고향도 사람 살기 좋은 곳이지만 이곳 거제는 우리 고향보다 한 가지 더 좋은 것이 있다. 산 좋고 물 좋고, 그리고 또 한 가지 바다가 있어 더 좋은 곳” 이 라고 (나는 그때 소장님이 산청 분 인줄로 알았습니다. 뒤에 알고 보니 산청이 아닌 사천 정동 출신이었지만.) 그래선지 거제가 마냥 좋아 전망 좋은 남부면 다대 언덕배기에 조그만 터를 장만하여 자칭 화이트하우스(백악관) 이라는 별장을 지어 살고 계신 것도 역시 알고 있습니다.
편지의 내용은 농사를 지으면서 틈틈이 시를 쓴 저를 대견해 하며 칭찬한 내용이 대부분이었지만, 특히 “회귀" 라는 나의 졸 시를 보고 소장님도 유년의 추억이 떠올랐으리라 짐작이 됩니다. 그 당시 타작이 끝난 타작마당에는 짚빼가리가 여기저기 생겼고, 그 사이로 끼어 다니며 놀았었지요. 팔대잡기, 뎅까이, 땅따먹기 같은 놀이도 하였고, 밤이 깊어 가는 줄도 모르고 흙먼지를 덮어쓰며 놀던, 그런 유년의 시절이 아마 떠올랐겠지요. 그래서 소장님께서는 여러 시중에서 유독 회귀를 거론하신걸로 저는 압니다.
마지막으로 건강 챙기며 건필 하라는 소장님의 말씀은, 4H 시절 농촌지도소 소장으로서 우리들에게 하시던 훈시 같은 생각이 떠올라 왠지 자꾸 목울대가 울컥거립니다.
비록 글씨는 빗물에 얼룩졌지만 하얀 편지 봉투에 존경하는 선생님의 손수 쓴 편지를 받아보았다는 그 자체가, 전자우편, 폰 매일, 몇 자로 끝내는 요즘 같은 세상에 직접 쓴 편지를 받아보는 나는 이 얼마나 행복합니까? 하루 내내 소장님 생각으로 보냈습니다. 항상 건강하게 오래오래 저희들을 지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건강이 좋지 않다는 소식 들었습니다. 다음번 모임에서는 반갑고 가벼운 마음으로 소장님(선생님)을 뵙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겠습니다. 그럼 다음 만날때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2007년 8월31일
나무꾼 김현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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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금동건님의 댓글
금동건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비록 글씨는 빗물에 얼룩졌지만 하얀 편지 봉투에 존경하는 선생님의 손수 쓴 편지를 받아보았다는 그 자체가, 전자우편, 폰 매일, 몇 자로 끝내는 요즘 같은 세상에 직접 쓴 편지를 받아보는 나는 이 얼마나 행복합니까>> 시인님 가끔은 뒤도 돌아보시고 옆도 보시며 사세요 그래야 헹복이 넝클째 들어온다고 합니다 귀한글 고맙습니다
한미혜님의 댓글
한미혜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나무꾼 김 시인님
당연히
선녀와 알콩 달콩 행복하게 살고 계시겠군요
삽겹살이 먹고 싶다는 딸의 말을 들으며
김시인님이 생각났어요
맛난 글, 만난 음식, 멋진 글
항상 감사드려요
6밤 자면 김 시인님의
멋진 춤을 볼 수 있으리란 생각을 하며
웃어봅니다^*^
꼭 보여주세요~~~ 약속
강윤한님의 댓글
강윤한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눌러쓴 편지가 그리워 지내요 손으로 쓴 편지 우체통까지 걸어서 전달까지 긴~여운
답장 기다림 받은 설레임 정말 그러고 싶내요.~~막걸리 한잔 합시다요 마음속 깊은 통함이
찡~ 하게 감겨옵니다요 (011~232~3919)
김영배님의 댓글
김영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김 시인님 여성 대변인이십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