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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줌의 재가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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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진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4건 조회 1,791회 작성일 2005-09-06 05:53

본문

200.jpg


♧ - 한줌의 재가 되어.... - ♧


그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창틈으로 들어오는 겨울틈새바람을 막으려 베란다의 창틀을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있을때...한통의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잠시 말이 없는 상대편..

뭔가 알수 없는 불안함이 엄습한다.

"어머니 돌아가셨다."

한동안 침묵후 전화기로 부터 들리는 부고의 목소리.

어머니 ..그러니까..내게는 큰어머니가 되시는 분이다.

그 큰어머니의 아들 ..내게는 사촌형이 되는 분이

전화를 한것이다.

"여보...큰어머니 돌아가셨데..."

난 별로 말을 하지 않았다.

내게는 큰어머니겠지만..아내에게는 별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는 분이기때문이었다.

주섬 주섬 꺼내주는 옷을 받아 입으며..

" 당신도 가봐야지..?"

내 뒤를 따라 나서는 아내...

우린 캄캄한 주차장으로 가서..자동차에 올랐다.

차안은 꽁꽁얼어붙은 겨울의 느낌처럼..아무런 생명도 없이 그렇게 차가움뿐이었다.

차가운 시트에 몸을 얹으며..시동을 켠다.

큰어머니의 얼굴을 떠올리며....악셀에 발을 가져가 힘껏 그것을 밟는다.

자동차는 조용히 겨울밤을 미끄러지듯....목적지를 향해 전조등을 밝히며...

출발을 했다.

...........................

큰어머니를 처음 뵌것은....

내가 중학교3학년때 그러니까..지금부터 거의 30여년전 일것으로 기억이 된다.

아버지의 뒤를 따라 용산역에서 기차를 타면 거의 오후늦게 논산역에도착을 한다.

말이 기차역이지만 넓지도 않은 어느집 마당같은 광장을 가로질러..나오면..

큰 찻길이 나오는데..그 찻길 건너에 빨간 벽돌담의 정미소가 한눈에 들어왔다.

그 정미소의 빨간 벽돌이 내게는 무척이도 인상적으로 남아...

논산..하면..그냥 빨간 벽돌부터 떠오르곤 했다.

그 빨간 벽돌의 정미소 앞에서 버스를 타면...또 한시간정도의 시간후에

우린 어느 이름모를 정류장..에 내린다.

아니 정류장이랄것도 없다..그져 내려 달라고 하는대서 내려주는거니까..

버스가 떠날때...내뿜는 매연과...흙먼지를 온통 뒤집어 쓰며...

버스가 저멀리 지나갈때까지..

아버지와 난...그 자리에 서있었다.

먼지가 가라앉고 내 시야에 처음으로 들어온 광경은 논..이었다.

내 눈앞에 펼쳐지는 논...

이미 가을의 노란 알곡이 알알한...논두렁길을 걷는다.

아버지가 앞서고 난 아버지의 뒤를 따라걷는다.

같은 논두렁 길을 걸으며..아버지는 무슨생각을 했는 알수는 없다...

또한 그때의 그 일을 두번다시 아버지와 추억할수도 없다...

이미 나의아버지또한 이세상에 않계시니까..

나는 느끼며 걸었다..

내 발길에 채이는 논두렁의 잡초들과 놀래서 뛰어 달아나는 메뚜기들..

그리고...논두렁으로 뛰어 도망가는 개구리들의 줄달음질..

내 귀밑을 스치고 지나는 바람의 내음....

그리고 무엇보다도...저멀리 산등성이를 빨갛게 물들이고 있는 석양이 었다.

그 석양빛에 반짝이는 내 머리위를 가득메운 잠자리들의 군무(群舞)...

내가 고향을 연상할때면..이렇게 항상 빨간 벽돌담이 먼저 떠오르고.

연이어 석양과 흔들리는 잡초와...그리고 메뚜기들...개구리..잠자리..

이러한 것들이 내 고향의 원초적 그리움으로 각인되어있다.

한참을 걷다보면...시커먼..어느 커다란 목조건물이 나타나는데..

그곳이 정미소라고 한다.

시내의 그것과는 사뭇다른 모습으로 논 한복판을 차지하고있는 정미소..

그 정미소는 내 아버지의 어린시절부터..그곳에서 자리하고 있었다는 말을

아버지로부터.전해 들었다.

그 정미소는 오래전부터 그곳을 버티며...내 아버지에게 지금의 나와같은

또다른 추억의 소재를 만들어주었으리라..

정미소를 지나쳐 한참을 더 걷다보면..

낮은 산등성이가 나타나는데..그곳은 공동묘지..

그 공동묘지를 지나면... 평평한 평지의 논밭이 나타나고 그 논밭 사이사이에

마을이 형성되어있었다.

그 마을이 바로 내가 태어난 은진면..이었다..

봄,여름날에 도착하면..푸른 빛으로..가을에 도착하면..노란빛으로..

그리고 겨울에 도착하면...눈덮인 하얀빛으로 군데군데..굴뚝의 연기를 피워올리는

그런 마을이었다.

공동묘지가 있어...

중학생이었던 내가 밤에 화장실을 가고 싶어도 참았던 기억이 떠오르고..

아버지와 난 노란빛으로 물든 마을의 어느 집에 도착을하고...아무말도 없이..

싸립문을 열고...마당으로 들어가...마루에 앉는다.

내가 처음 접하는 시골집...아버지는 내가 이곳에서 태어났다는 말을했다.

마당은 그냥..흙이었고..군데 군데...풀들이 자라고 있었으며...

소먹이통...세숫대....작두..이런것들이 마당에 널부러져 있는게 보였다.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찾아가보니..돼지우리에 하얀 돼지가...나를 쳐다보며..

꿀꿀..거리고 있었고...그 옆에는 누런 황소 한마리가 연신 입에서 거품을 물고..

까치소리...흙담너머 감나무잎에 이는 바람소리...

난 모든게 신기하기만 했다.

싸립문이 열리면서..머리에 하얀 수건을 두른 아주머니가 들어오시는데..

아버지는 그 아주머니한테..형수님이라고 불렀다..

내가 큰어머니를 처음으로대하던 날은..그렇게 모든게 낯설었다.

그 큰어머니께서 돌아가신것이다..

.........................................

고속도로는 붐비지 않았다.

캄캄한 밤길의 고속도로.....

내가 가야하는 목적지 만큼이나 암울하다.

보이지 않는 앞을 달려가는 그것은 우리네 인생과 어쩌면.같은 길일지도 모른다.

난 오늘 죽음을 보러달려간다.

부여의 한 노인요양소를 찾아간다.

그곳은 이미 오랜시간동안 치매를 앓아오던 큰어머니가...계시던곳이다..

내가 마지막으로 이곳에와서..나를 알아보지도 못하는 큰어머니를 뵌게..

두달전이었다.

우리모두는 그것이 마지막만남이라는걸 알고있었다..

단지 큰어머니만 모르고 있었을뿐....

큰어머니의 모습은 이미 인간이라고 할수가 없었다..

퀭한..눈...뼈에 가죽만 붙어있는 미이라같은 모습....

난 차마..큰어머니의 손조차 잡아볼수없엇다.

그래도..돌아서가는 아들.. 내 사촌형님의 뒷모습에..

알수 없는 어떤 말을 내뱉으며....눈물을 흘리는 큰어머니의 얼굴을 보면서..

저마다 느낌은 달랐을것이다.

병원에 도착했다.

장례식장은 항상 병원의 뒷편을 차지하고있었다..

웅성거리는 사람들....난 큰어머니의 영정이 모셔진..장례식장을 찾았다.

사촌형님과 인사를 나누고...향을 하나 들어 불을 붙인다.

내 손놀림이 가늘께..떨린다..

불이꺼진..향은 향로에 꼽히고..난 엎드려 두번의 절을 올린다.

무릎을 끓고..절을 한다...

내 모습에 서러운듯..사촌형님의 통곡이 들린다..

"아이고 ~~" "아이고~~"

" 어머니 진수왔어요.."

한번의 절을 한다..

그리고 일어나 두번째 절을 올린다.

눈물이 내 볼을 타고 흐른다..큰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는데도..

한 주검앞에서..그져 난 눈물이 흐를뿐이었다.

절을 하고 사촌형과 또 맞절을 하고..난 조문객들이 있는 자리로 왔다.

"얘가 진수여..?"

이미 60을 훨씬 넘긴 사촌누님들..그리고 동네 어르신들이 나를 알아본다.

" 얘까지 아마 여기서 낳고 서울로 갔을걸..?"

이름모를 촌로들이 나를 알아본다.

나또한 이미 중년의 나이가 되어...이렇게 나 태어난 고향마을의 장례식장에서...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어릴적 한번쯤 나를 업어주었을 법도한..촌로들을

대면하고있다.

난 아내를 소개했다..

아내또한 그 특유의 젊잔은 모습으로 인사를 한다.

아내에게 그들은 또 어떤 존재로 비춰질까..?

고향..그것은 오늘 내게 또 많은 느낌들을 갖게한다.

어느분이 술을 한잔 따라 주신다.

한잔술을 받아 마신나는 또 상념에 잠긴다.

.....................................

내가 큰어머니를 또 한번 뵙게 된것은...또 한번의 추운 겨울날...

그러니까...80년 내가 고3을 졸업하고...다음해..

취업을 한후..대학시험을 보려...서울역의 모 재수학원에 다닐때였다..

그시절...대학생들의 연이은 대모와 전두환정권의 살육이 시작되기 시작한 해였다.

난 단지..대학생들의 대모로 인해...학원에 갈수없다는것 하나만으로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때 내가 살던곳은 삼각지...정승화참모총장이 잡혀가던..그날...

밤새..총소리를듣기도 했다.

몇몇 친구들과..집으로 돌아오는길...대모에서.해산하던..대학생을 골목에서 만났고..

우린 누가 먼저 시비를 걸었는지 알수없지만..젊은 혈기과 대학생들이 배가 불러..

대모나 하고있는것이란...비아냥으로...싸움이 붙었다..

아마 대학생들을 무척이나 두들겨 팼던것으로 기억난다..

그네들의 가방과 돈까지 다 뺐었으니까..

누군가 신고로..우린 경찰에 쫓기게되고.. 몇명은 경찰서에 끌려가고...

난 사력을 다해...남의 집 담을 넘어 도망을 갔고...

그 쫓아오던 전투경찰이 왜 그리 무섭게 느껴졌는지..

그시절을 회고한다면.다들 알겠지만...

경찰에 가서도 훈방정도면.될것들이 그때는 그렇지가 않았다.

난 그길로.....도망아닌 도망을 간곳이 시골의 큰어머니한테였다.

아버지와같이 갔던 그길의 기억을 되몰아...시골을 향했다.

용산역에서 기차를 타고....논산역에 내리니...거의 어스름한 저녁..

한겨울 땀이 찰정도로의 빠른걸음으로...걸어 갔던..그길..

그길에는 그 시커먼..정미소가 버티고 있었고...

어두워진...산등성이 공동묘지의 묘지들..

금방이라도 쫓아 올것같은..전투경찰...

입에선 연신 하얀 김이 내 가쁜숨을 타고...내뿜어지고 있었다..

어떻게 큰어머니의 집을 찾았는지..기억이 없지만...

큰어머니집앞에 섰을땐.....이미 캄캄한 밤이 었다.

희미한 전등불빛이 창호지문틈으로 누군지 알수없는 문 안쪽의 그림자를

얼핏..비추었다.

" 큰어머니..저 진수 왓어요.."

문이 열리고..큰어머니의 모습이 어둡게 보였다.

" 들어오거라.."

뭐라 한마디 말을 할만도 한데...이불을 펴주면서도..아무말도 없던..

큰어머니..

내가 눈을 떴을땐...아침이 밝았고..밖은 온통 하얀눈으로 덮여있었다.

큰어머니는 안계셨고..부엌엔...나 춥지 말라고..장작이 아궁이에서 타고있었다.

머리맡에는 밥상이 차려있었다....밥상이라야..김치에.동치미가 전부였지만.

한창 젊은 나이의 나는 그것을 게눈감추듯 해버렸다.

난 할일이 없었다..

돼지우리에도 가보고...소우리에도 가보고...

방안에서..뒹굴고...그러다..마루에 나가보고..

친구들의 일이 걱정되기도 했지만..아무런 연락도 할수없었다..

한숨을 잤다..그리고 눈을 떴다..

창호지 문밖으로 빨간 석양이 비추고 있었다..

문을 열고..마루로 나갔다..

초가처마밑으로 고드름이 녹아...땅바닥에..배꼽을 파고있었고..

곧이어 큰어머니의 모습이 싸립문 안쪽으로 들어선다.

등뒤에 붉은석양을 짊어지고...

내 기억속...항상 등뒤로 석양을 짊어 지고 다니던 큰 어미니께서..돌아가셨다.

...............................

한두잔 받아 마신술에..난 정신이 몽롱했다.

평소에도 술을 잘 마시지 못한 내가...반가움에.건내주는 술한잔에..

너무 취해 버린것이다.

아내가 덮어주는 담요를 얼굴까지 끌어 당기며...

주검앞에서의 통곡소리...화투치는 소리...

이 모든소리들은 내 귓전에서 웅웅거림으로 들렸고..

희미한 백열전등의 불빛을 느끼며...나는 술에 취해 잠이 들었다.

.......................................

며칠을 있었는지 지금에와선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하지만..때가 되면..들어오는 밥상과...저녁 석양이 붉게 물들때..들어오시는 큰어머니

시골생활에서 말을 잊었는지..너무도 말이 없었던..큰 어머니..

난 내 인생의 며칠을 내 의지를 잃어버리고 살았다면..

그곳에서의 며칠이었다고 말할수있다.

큰어머니가 나를 불렀다.

부엌아궁이에서 잘익은 고구마를 한개 꺼내 주며...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씀을 하셨을뿐...그후론 내게 아무런 말씀도 없으셨다.

다음날 아침..나를 찾아온 아버지를 따라 집을 나설때도..

별 말씀이 없으셨던 큰어머니.

항상 그렇게 별 말씀이 없이 사셨던..

큰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

..........................................

아침에 눈을떴다..

깔깔한 입으로...어슬어슬한 한기를느끼며...아내가 가져다 주는

육개장을 한그릇 받아 먹었다.

마지막..한입을 막 떠먹으려 할때..

"이제곧 염을 할거니까..가족되시는 분들은 모두 들어오세요.."

난 얼른 소주한잔을 입에 털어 부어넣으면..염하는곳으로.. 들어갔다.

소주한잔을 입속으로 털어 부은것은 염(殮)이란것을 이미 한번 봤기때문이엇다.

모두들 손을 앞에 가지런히 모아놓고..

냉동실에서 꺼내지는 큰어머니의 시신을 바라보고있었다.

침묵...

냉동실에서 꺼내진 큰어머니의 시신은 미이라 같았다..

"이제 부터 염을 시작하겠습니다."

염을 하는 사람의 손놀림이 바빠진다.

큰어머니의 옷을 모두 벗긴다..

그리고 알콜로 적신 솜으로 온몸을닦는다.

이미 굳어버린..큰어머니의 시신을 나무토막다루듯..그렇게

가지런히..정리를 한다.

수의를 입힌다.

죽어서도 자유의 몸이 되지 못하게..온몸을 광목으로 묶는다.

"이제 얼굴을 씌웁니다."

"마지막으로 얼굴을 보고싶으신분이 있으면.보세요.."

하지만..선뜻 누가 나서지 못한다.

오직 친자식만이 다가가 얼굴을 한번씩..본다.

얼굴이 봉투모양의 수의로 씌어진다.

여기저기서 울음이 터진다.

이제 다시는 얼굴을 볼수가 없다..이제 다시는.....

이렇게 수의로 뭉뚱그려진 큰어머니의 시신은 다시 관에 놓여진다.

못질이 행해진다..

관안에 놓여진 큰어머니의시신은 이제 영원히 빛을 보지 못하겠지..

빛을 보지 못한다는것..죽음의 가장 두려운 순간이다..

또한번의 울음이 터진다.

.....................................

화장터로 향한다.

장례식장을 나온 운구행렬은 호남고속도로로 들어섰다.

때마참..불어닥친 눈보라가 고속도로의 차량행렬을 막아놓았다.

어딘지 알수없는 그곳..화장터로 향하는 운구의 행렬은 숨가쁘기만 하다.

살아있는 사람들의 바쁜 일상들...화장터까지 가는 길은 그져..살아있는 사람들에겐

일상에 지나지 않는 일이었다.

평소와 다름없는 차량의 행열....눈보라...거리의가로수들...

삶과 죽음의 갈림길은 이렇듯...평온하기만 하다..

우리를 실은 장례버스는 어느 화장터에 우리를 내려주었다.

그곳또한 비좁고 바쁜일상들이 펼쳐지고 있었다.

바쁜 걸음들..흰장갑을낀..검은양복의 사람들..오열..통곡...찬송가...

마지막..예를 지내고..큰어머니의시신이 소각로 안으로 밀려들어간다.

자손들의 마지막 통곡소리...옆의 소각로에선 또다른 시신의 화장이 행해지고

그쪽의 자손들은 찬송가로...마지막 애도를 한다.

통곡과 찬송가의 울림이 어우러져 내 귓전은 웅웅거림으로...아프다.

1시간30분

시신 한구를 태우는데 그렇게 걸리는가보다.

커피한잔과..오랜만에 만난 친지들과의 잠깐의 대화후에..

다시 찾은 큰어머니의 소각로

모두 타버린 시신이 놓여있던 자리엔.. 뼈조각 몇개뿐...

쓰레받기에 빗자루로 뼈조각을 쓸어 담으며..

"분쇄하시겠습니까.."

분쇄를 의뢰하면...그뼈조각 마져 가루로 만들어 준다.

허무했다..

나 또한 후일 죽으면... 화장을 택한건지..

아니면..일정한 날에 매번 내 자식들이 찾아오는 매장을 택할건지..

이러한 생각들로 어지러웠다.

금강하구둑..

큰어머니의 유골을 산골하러...금강하구둑을 찾아 갔다.

그길엔 친척들만이 대동을 했다.

유난히 눈이 많이 온날이다.

몇시간 차를 몰아 금강하구둑에 도착을했다.

우리는 하구둑의 가장 높은곳으로 올라갔다.

매서운 눈보라가 불었다..

내 기억속에 항상 말이 없이..빨간 석양을 등에 짊어지고 다니던...큰어머니..

그 큰어머니의 유골이...사촌형님의 하얀장갑사이로 바람에 나부끼며...

산산히 흩어졌다

매서운 추위는 우리의 등을 떠밀듯 다시 차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큰어머니의 유골을 그렇게 경건하지도 못하게...산골(散骨) 해버렸고..

그 뼈가루는 불어오는 금강하구둑의 겨울바람에...흩어져 날렸다.

눈보라와 함께..날려간 유골은 저 멀리...어딘가 알수없는 땅에 떨어져..

겨울찬바람에 묻혀있다 봄이 되면...서서히 땅속으로 스며들겠지..?

저멀리 이름을 알수없는 겨울철새 몇마리가 눈보라속에 힘겹게 서있었다.

철새의 모습은 그져 검은색의 형체뿐이었다.

지금도 금강하구둑의 모습은...

눈보라와 사촌형님의 흰장잡사이로..흩날리는

큰어머니의 유골과 저멀리 검은 점으로 보이던 겨울철새의 힘겨운 모습..

그런모습들이 어우러져 내 기억의 영상에 담겨져있다.

산골을 하고 내려오는 길목...

오를때 보지 못했던 입간판이 커다랗게 눈에 들어왔다..

" 이곳에 유골을 뿌리는 행위를 하는사람은 일년이하의 징역과...."

너 죽어 자연으로 돌아가라..

하지만..죽어서도 갈곳또한 자유롭지 못한우리네 인생의 한단면을 보는듯했다.

간단한 식사를 하고..우린 각자의집으로.헤어졌다..

큰어머니의 죽음으로 만난 친척들...

그 만남후에 남은건 아무것도 없었다..

돌아오는 길...

한치앞이 보이지 않을듯..그렇게 눈은 내리고있었고..

라디오에선..언제 그 눈이 그칠지 모르다는 뉴스와..

피곤에 취해 잠이든 아내의 얼굴과...내 사랑스런 아이들의 모습..

그리고 이젠 그 죽음까지도 생각을 해봐야 하는 나이가 된 나자신을 생각하면서..

삶과 죽음....

그것또한..그져 하나의 일상에 지나지 않음을 깊게 생각해본다.

중년...

그 중심에서있는 내게있어..

죽음이란 과연 어떤것인가..?

그 알수없는 물음표를 깊이있게..찍어본다.

[ 살 구 ]

salgu2.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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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조연상님의 댓글

조연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말 죽어서도 마음편이 갈곳이 없다는것이 가슴 아프게 다가 옵니다.
한줌 재가 되어서도 마음편히 흩뿌려질 땅한평 없는사람이 많은데도
인간은 살아 있음에 그 많은 욕심과 허영을 밥먹듯이 해대면서 반성할줄을 모르니
그들의 우매함을 어떻게 깨우쳐야 한단 말입니까..
고인이 되신 큰어머님 영전에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김진수님의 댓글

김진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는 가끔 죽음이란걸 생각해봅니다..그것또한 그져 일상에 일어나는 일에 지나지 않는다는걸 알게됬습니다.
삶과죽음...그것은 서로 꼬리를 물고 뫼비우스의띠처럼 연결되어 있는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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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같은 사랑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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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55 2005-09-0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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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계절 댓글+ 1
no_profile 임남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89 2005-09-0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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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스케치 댓글+ 5
이선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3 2005-09-0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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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나비에게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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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칼날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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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그리며 댓글+ 6
황용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64 2005-09-0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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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이 익는 마을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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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가던날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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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되는날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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