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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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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7건 조회 1,677회 작성일 2007-09-21 11:23

본문

가을이 오면 기다려지는 것이 있다.
작년 추석 성묘에 부모님 무덤 앞에
심어 놓은 국화꽃이 제대로 피어있는지
기다려진다.
부모님 묘아래 눈 비 바람 속 사시사철
부모님 얼굴 바라보는 가엾은 형님 묘 옆
소나무
어머니 심으신 소나무
가을이 오면 하늘 빛 더해
하늘은 더 푸르러진다.

가을이 오면 원하는 것이 있다.
내 앞에 앉았던 이 여자
옆에 앉았던 그 여자
나와 정답게 이야기 하였던
모든 여자들이
마음 아프지 않게 살기를 원한다.
지금 마음이 아파도 곧 아픔 사라지기를
간절히 원한다.

가을이 오면 읽어보고 싶은 것이 있다.
1970년 한글날 비원에서 중학교 3학년 때 쓴
詩 나무를 읽어 보고 싶다.
원고지 맨 앞 장 시인이신 이재현 선생님이
쓰신 빨간 크레용 글씨 장원
돌아오는 길
5·16 혁명 공약문 인쇄한
대동여지도 김정호 고향 중림동 위
만리동 고려인쇄소 밑
중국 요리 집에서 먹은 자장면
입에 뭍은 자장 자국 떠올라
詩 나무를 읽어 보고 싶다.

가을이 오면 보고 싶어 걸어가고 싶은 곳이 있다.
섬진강 김용택 시인
그 여자네 집
은행나무 가지 사이 찬 하늘 보이고
살구나무 가지 사이 뒷산 잔설 남아있는
눈 덮인 그 여자네 집 불빛 새어나온
마당 건너 여닫이 문 앞까지 걸어가고 싶다.
남아있는 눈 발자국
兄이 그 여자하고 만났던 느티나무에
이어진 눈물 발자국
느티나무 한쪽 큰 줄기 죽어가고 있다.
兄嫂는 진작 죽어야 할 나무가 이제 죽는다고
군산 쪽 찬 푸른 하늘 쳐다본다.
다가오는 겨울 걸어가고 싶은 곳이 있다.
눈 덮인 나의 그 여자네 집
첫 눈 발자국 남기며 걸어가고 싶다.




추천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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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목원진님의 댓글

목원진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을이 오면 원하는 것이 있다.
내 앞에 앉았던 이 여자
옆에 앉았던 그 여자
나와 정답게 이야기 하였던
모든 여자들이
마음 아프지 않게 살기를 원한다.
지금 마음이 아파도 곧 아픔 사라지기를
간절히 원한다.>
시인님의 어진 마음이 깃들어 있음을 잘 느낍니다.
가족님들 건강한 가운데 즐거운 추석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이월란님의 댓글

이월란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을이 오면
기다려지는 것
원하는 것
읽어 보고 싶은 것
걸어가고 싶은 곳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시인님...
이재현 시인님께서 빨간 크레용으로 쓰신 <장원>이란 원고에 씌여있었을
그 시가 정말 읽고 싶어 집니다.
가지고 계시다면 언제 한번 올려주시겠어요?
저도 초등학교 때 백일장 시였던 <비오는 날>이란 시가 참으로 읽어보고 싶지만
제목과 시상, 그리고 시립도서관 윗층만 달랑 생각이 나는군요..
행복한 추석 보내세요 시인님..

방정민님의 댓글

방정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을이 오면..에 인생사, 현대사 모든 것을 담고 가시려나봐요... ^^
많은 지난 것들을 반추하게 하는 계절이 가을인가 봅니다.
행복한 한가위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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