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오시는 방법(-클릭-) 회원가입은 이곳으로 클릭++^^ 시작페이지로 이름 제목 내용

환영 합니다.  회원가입 하시면 글쓰기 권한이 주어집니다.

회원 가입하시면 매번 로그인 할 필요 없습니다.

할머니의 꿈

페이지 정보

작성자 : 이미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4건 조회 2,725회 작성일 2005-09-09 21:38

본문

                      할머니의 꿈

                                                          이미순



모내기철 때맞추어 내린 단비였지만, 간밤에는 참 요란스럽게도 비가 내렸다.
비온 뒤라 공원 저편에서 물기 먹은 진초록이 한껏 빛을 뽐내며 신이 났고, 나뭇잎사귀들의 소리에
가게 문을 활짝 열어보니, 참으로 청명한 파란 하늘이 내 마음의 창까지 활짝 열어 준다.
세찬 빗줄기는 오늘처럼 화창한 맵시를 보여주기 위한 몸부림이었을까?


사람의 얼굴은 참 다양하다.
환하게 미소 짓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꿈을 안고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사람도 있다.
꿈을 파는 나는 많은 사람을 만난다.
한숨에 저려진 얼굴을 하고 복권을 사러 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혹시나 하는 요행을 바라며 복권을 사러 오는 사람도 있다.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혹시나 해서 로또를 샀는데, 역시나 하며 허탈하게 웃고 돌아가는 사람도 있다.
손바닥만한 종이 한 장, 로또가 무엇이 길래 우리의 얼굴을 울고 웃게 할까?


우리 가게에는 장날이면 어김없이 오시는 단골손님 한 분이 계신다.
눈빛은 갓난아기 같고, 낮은 목소리의 소유자이신 할머니는
오일장이 서는 날이면 십리도 넘는 길을 걸어서 로또가 아닌 롯데를 사러 오시는데, 처음에는
주택복권 한 장 사 가시더니 어디서 로또를 들으셨는지 "새댁 롯데 어떻게 하는 거유? "
"아~로또 말씀 이십니까? 이 종이에 번호 6개 골라서 표시하면 되는데요. 라고 말씀 드렸더니
"그럼 당첨은 어떻게 되는 건지...“ 꼬치꼬치 캐 물으셨다.
‘할머니께서 고른 번호 중에 당첨번호 3개가 맞으면 5등에 당첨되고요, 4등은 4개 맞아야 하는데요.
그리고 1등 되려면 6개 전부 맞아야 해요.’하며 게임방법을 차근차근 설명드렸더니
할머니 대뜸 하시는 말씀
"6개 숫자가 다 맞으면 벼락부자가 되나요." 하신다.
할머니의 순수한 모습에 웃으며 그렇다고 말씀드렸더니
고독과 외로움을 바람에 실어 보낸 듯 활짝 웃으신다.
매번 로또라고 말해도 "새댁 롯데 주세요." 하며
꿈을 가득 안고 들어오시는 할머니
비뚤비뚤 표기한 슬립 종이 와 꼬깃꼬깃 할머니 쌈짓돈 천원으로 오늘도 행복한 꿈을 사 가신다.
‘이제 병들고 늙은 나, 욕심 부린다고 추하게 보지 말아요.' 하시는 할머니의
마음속에는 애절한 그리움이 숨어 있었다.
사업실패로 칠 년 동안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아들이 보고 싶어
롯데를 산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부터 오실 때마다
작은 희망을 안고 돌아가시는 무거운 걸음을 지켜보기가 힘든 적 많았지만, 자굴산정기를 받아
의령에도 로또 1등이 나왔으면 하는 희망사항이 내게도 생겼다.


기쁨인지 슬픔인지 모를 할머니 모습을 뵈면서
‘기다리는 것은 좀처럼 오지 않는다.' 고 누군가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오지 않는 것이 아니라 오지 않는다고 느낄 뿐 인지도 모른다.
할머니의 가슴속에 있는 아들이 꼭 돌아오기를 꿈꾸며
오랜 허기 끝에 먹는 따뜻한 밥 한 그릇의 고마움처럼, 로또로 인해
할머니의 꿈꾸는 희망이 돌아올 수 있기를, 그리고 손등에 살갗이 터지고 등이 휘어진
할머니 얼굴에 군데군데 피어있는
검버섯이, 환하게 웃는 붉은 장미처럼 눈부신 유월에는
손바닥만한 종이 한 장이 새우처럼 굽은 할머니 등 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돌고 도는 한세상 행복한 바람 한 줄기 불어왔으면 좋겠다.



                                                2005 . 6 .13
추천46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댓글목록

박기준님의 댓글

박기준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웃 사랑, 행복 방긋.
-할머니 얼굴에 군데군데 피어있는
검버섯이, 환하게 웃는 붉은 장미처럼 눈부신 유월에는
손바닥만한 종이 한 장이 새우처럼 굽은 할머니 등 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돌고 도는 한세상 행복한 바람 한 줄기 불어왔으면 좋겠다.-
진한 감동으로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빈여백동인 목록

Total 21,423건 505 페이지
빈여백동인 목록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추천
1263
당신의 바다에 댓글+ 6
허순임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1407 2005-09-12 0
1262
안전의 생활화 댓글+ 1
정해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1 2005-09-12 6
1261 황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2 2005-09-12 2
1260 no_profile 양남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52 2005-09-12 19
1259 김진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97 2005-09-12 0
1258
집으로 가는 길 댓글+ 3
고은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49 2005-09-12 0
1257
가을 밤 댓글+ 6
오영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42 2005-09-12 21
1256 no_profile 손근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6 2005-09-11 0
1255
호박꽃 댓글+ 9
박기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50 2005-09-11 0
1254 박기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18 2005-09-11 10
1253 박란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23 2005-09-11 8
1252 지은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33 2005-09-11 0
1251 고은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75 2005-09-11 0
1250 김진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84 2005-09-11 1
1249 김유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5 2005-09-11 0
1248
힌트의 美學 댓글+ 4
정해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0 2005-09-10 1
1247
너의 모습 댓글+ 2
백원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53 2005-09-10 10
1246 no_profile 손근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 2005-09-10 0
1245 고은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5 2005-09-10 3
1244
당신이 참 좋아 댓글+ 4
김춘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0 2005-09-10 4
1243
그곳에 가면 댓글+ 3
고은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8 2005-09-10 2
1242
나의 하루 댓글+ 4
no_profile 임남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67 2005-09-10 4
1241 박란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6 2005-09-10 3
1240
그대 보고픈 날 댓글+ 8
황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55 2005-09-10 0
1239
남겨둔 말 댓글+ 5
김영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9 2005-09-10 4
1238
긴 밭 댓글+ 5
한종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95 2005-09-09 0
열람중
할머니의 꿈 댓글+ 4
이미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26 2005-09-09 46
1236
마음, 그렇게 댓글+ 4
전승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8 2005-09-09 2
1235 no_profile 시사문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12 2005-09-09 6
1234 no_profile 손근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92 2005-09-09 0
1233
가을비 댓글+ 1
no_profile 전혜령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2 2005-09-09 0
1232
그거 이야기 댓글+ 1
정해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9 2005-09-09 0
1231 최상효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1324 2005-09-09 0
1230 박기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1 2005-09-09 1
1229
바보의 사랑 댓글+ 3
황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33 2005-09-09 0
1228
바램 댓글+ 2
김영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5 2005-09-08 2
1227
가을은 그렇게 댓글+ 1
정영순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1424 2005-09-08 0
1226 최상효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1288 2005-09-08 0
1225 최해춘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1419 2005-09-08 0
1224 박영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 2005-09-08 0
게시물 검색
 
[02/26] 월간 시사문단…
[08/28] 토요일 베스트…
[07/03] 7월 1일 토…
[04/28] 5윌 신작시 …
[11/09] 2022년 1…
[08/08] 9월 신작 신…
[08/08] 9월 신작 신…
[06/29] -공개- 한국…
[06/10] 2022년 ◇…
[06/10] 2022년 ◇…
 
[12/28] 김영우 시인님…
[12/25] 시사문단 20…
[09/06] 이재록 시인 …
[08/08] 이번 생은 망…
[07/21] -이번 생은 …
 
월간 시사문단   정기간행물등록번호 마포,라00597   (03924)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4길 17 사보이시티디엠씨 821호   전화 02-720-9875/2987   오시는 방법(-클릭-)
도서출판 그림과책 / 책공장 / 고양시녹음스튜디오   (10500) 고양시 덕양구 백양로 65 동도센트리움 1105호   오시는 방법(-클릭-)   munhak@sisamundan.co.kr
계좌번호 087-034702-02-012  기업은행(손호/작가명 손근호) 정기구독안내(클릭) Copyright(c) 2000~2024 시사문단(그림과책).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