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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짝짝이 구두 > -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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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은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5건 조회 2,478회 작성일 2007-10-17 21:26

본문

딸아이 구두를 새로 사러 나갔다. 고등학교 입학하면서 사준 구두에 너무 상처가 많아서 도저히 더 이상은 신고 다닐 수가 없을 지경에 이르고 말았기 때문이다. 어떻게 걸음을 걷는지, 몇 달 되지도 않았는데, 종종 넘어진 탓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렇지 급기야 체인징 파트너를 해야 할 시간이 되었던 것이다. 간만에 없는 시간을 만들어 기분 좋게 나가서 딸아이의 구두도 사고, 예쁜 티도 샀다.

원래 쇼핑을 하러 나가기 전에 메모를 해가지고 나가는 게 습관이 되어 있는 나로서, 없는 시간을 쪼개서 써야 하는 요즈음이고 보면 더더욱 메모를 해가지고 나갔어야 한다. 그러나 때로는 부대에서 탈영을 꿈꾸는 군인처럼, 너른 바다로의 유영(遊泳)을 꿈꾸는 민물고기처럼, 푸른 창공을 꿈꾸는 오목눈이처럼, 생사의 뒷일이야 어찌 되었던 간에 습관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하고 싶을 때도 있더라는 거다. 그래서 딸아이와 함께 맛난 것도 사먹어 가며 그야말로 다리가 쑤시고 아플 정도로 아이쇼핑이란 걸 원 없이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딸아이에게 구두를 다시 신어보라고 했다. 그런데 웬걸? 구두를 무심결에 꺼내 신던 딸아이가 요란스레 웃어대는 것이었다. 의아한 표정으로 딸아이의 구두를 바라보던 나 또한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짝짝이 구두가 새색시처럼 얌전히 놓여있던 것이다. 가끔 식당에서 신발이 잘 못 바뀌는 경우가 있기도 하고, 또 때론 신발 크기가 바뀐 경우는 더러 보았지만, 오른쪽 발만 두 개인 구두는 내 평생 처음인 것이다. 웃음의 원인을 확인한 식구들은 그들 나름대로 으하하하, 웃어죽겠다며 배꼽들을 쥐어댔지만, 난 마냥 웃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나에겐 소중하고 귀한 시간을 새로이 내서 바꾸러 가야하는 고민거리를 안겨주었지만, 그렇다고 웃음을 멈출 수 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나의 사랑스런 아가씨 말이 더 가관이다. 그래도 신발 덕분에 원 없이 웃었으니, 그걸로 보상 받았다 생각하라는 것이었다. 신발을 바꾸러 가야한다는 압박감 속에서도 짝짝이 구두만 생각하면 청평댐 수문 열어 놓은 듯, 불꽃놀이 폭죽이 쏟아지듯 웃음보가 터지는 것이었다. 그러다 딸아이와 욕실에 나란히 들어가서 장난을 쳐가며 이를 닦는데, 갑자기 딸아이가 구두 생각이 낫는지 치약을 다 쏟아내며 웃어대는 것이었다.

욕실 거울에 하얀 치약들이 물방울무늬를 만들어내긴 했지만, 나 역시 딸아이가 왜 웃는지 원인규명이 된 상태라 같이 웃음을 쏟아내고 말았다. 불혹을 넘긴 나이가 웃음을 누를 수는 없었다. 엄마라는 권위도 웃음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나는 혼자서 웃고 있다. 한 편 생각해보면 내가 만약 구두를 바꾸러 가지 않는다면, 그 구두를 팔던 백화점 점원도 곤란해지긴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백화점에서도 왼쪽 발만 두 개인 짝짝이 한 켤레를 팔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아, 난 이제 그 구두를 바꾸러 가야한다. 딸아이와 알콩달콩 보낸 데이트 시간은 즐거웠지만 혼자 나서야 하는 발길은 마라톤 선수들 연습용 모래주머니라도 단 듯 무겁고 또 무겁다. 백화점 점원에게 가서 내 귀한 시간을 내놓으라고 떼라도 써야 하겠지만, 구두를 팔던 총각이 어찌나 친절하던지, 아마 항의는 한 마디도 못하고 웃음보를 또 쏟아놓고 올 것이다. 차라리 좀 덜 친절하고 구두를 제대로 받아오는 게 나았을까? 아니면, 그래도 친절한 모습을 보고 짝짝이 신발을 받아온 게 나았을까에 대해서 다시 신발을 사던 시간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지만 어리석게도 목하고민 중이다.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고, 유난히 친절하던 그 총각은 어쩌면 이런 일이 있을 줄 미리 예견을 했던 건 아닌지 모르겠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했다. 언제 어느 막다른 골목에서 누굴 만날지는 아무도 모를 일, 역시나 사람은 누굴 대하듯 늘 겸손하고 친절해야 하는가보다. 실패는 병가지 상사라고 했지만, 실수 역시 병가지 상사 아닐까 싶다. 악의적이지 않은 실수에 대해서 관대할 수 있는 것은 친절한 미소, 그 이상은 없는 것 같다. 유비무환이라 했다. 나 역시 언제 어디서 누군가에게 또다른 유형의 짝짝이를 건네는 실수를 저지를지도 모를 일에 대비해서 미리미리 웃음을 달고 살아가도 좋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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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장대연님의 댓글

장대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악의가 실리지 않은 실수에 대한 작가님의 여유도
멋진 생활의 방정식을 풀어가고 있는 멋진 모녀의 멋진 마음에서 풀어져나온 해답이 아닐까요?
일상속의 보석같은 소재를 짚어내어 보석같은 글을 지어내시는 수필작가님들이 부럽습니다. 

이월란님의 댓글

이월란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욕실 거울에 치약거품을 뿜어대며 웃어제꼈을 따님의 모습에 저까지 웃습니다.
제가 못된 계모같다는 말을 자주 들었는데... 작가님의 글을 뵈니 정말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저같음 딸아이를 나무랬지요.
덤벙댄 결과로 확인도 하지 않고 박스를 들고와 버린 실수를 용납하지 못했었지요. 자주 그랬었다는 아픈 자책을 해봅니다.
시간에 늘 쫓기면서 살고 있다는 이유 하나로 말이죠..
이은영 작가님의 삶의 여유와 넉넉한 사랑을 배워 봅니다.
댓글을 달다 보면 수필이 자주 사라지더군요. 황진이도 읽었었는데 말이죠..^^*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이은영님의 댓글

이은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장대연 시인님,
저는 시인들이 부러운 걸요.
각자 자기에게 부족한 점에 대해서
상대방을 질투할 게 아니라,
서로 부러워하면서도 한편으로 존경심을 갖는다면
세상은 좀 더 넉넉해질 것 같지 않나요?
남겨주신 발자취, 꼭 기억하고 있겠습니다. 고운 밤 되시길요~~ ^^*

이은영님의 댓글

이은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월란 시인님,
황진이도 아직 있고, 글 삭제하는 일 거의 거의 없는데요? 에궁~!
누군가 그러더라구요.
아이들에게 악모, 악부 소리를 못 들어본 사람은 부모될 자격이 없다고 말이예요.
저라고 마냥 좋은 건 아니예요.
근데 딸아이만 쳐다보면 그냥 좋아요.
아무래도 저 사랑에 포~~옥! 빠진 거? 맞죠? ㅎ~
세상 그 누구에게도 지탄 받지 않아도 좋을 사랑일테니까
계속 쭈욱 밀고 나가려구요. ㅎㅎ~~
늘 관심 가져주심에 대해서 감사히 생각하고 있답니다.
밝은 하루 시작하시길요~~^^*

김성재님의 댓글

김성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글에서 풍기는 따스함이
실수를 보시는 작가님의 넉넉함 때문이겠죠?
개인적으로 따스한 글을 좋아한답니다.
오늘 작가님의 글을 읽고, 아름다운 세상을 생각했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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