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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의 외출

페이지 정보

작성자 : 김진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4건 조회 1,242회 작성일 2005-09-13 13:09

본문


[ 황혼의 외출 ]


"쿨럭..쿨럭...큭...."

며칠째 기침이 그치질 않는다..

평생을 기다려온 여행이 오늘인데..

밤새 솟구치는 기침과 천식의 힘겨움..

식은땀과..가슴의 통증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주질 않는다.

아내는 아침부터..분주히 여행가방에 내 옷가지며 여행에 필요한

물건들을 챙겨넣고있다

내 나이 일흔

아내또한 일흔을 바라보고있다.

베란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아침햇살이 아내의 얼굴을위에서

빛나고 아내의 손놀림에 흩어지는 가느다란 먼지들이...

햇살의 평행선에 춤을춘다

열어놓은 창문을 통해 잔잔히 들어오는 바람이 커튼을 흔들어...

물결을 만든다.

밖은 여느때와 달리...일상의 바쁜 소리들이 들려온다.

아이들이 뛰노는소리..

그 소리와 어울어져 차바퀴에 부딪히는 아스팔트의 파열음..

장사하는 사람들의 외침소리...음악소리...마이크소리..

늦은 아침에 베란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소리들은

아직도 내가 살아 숨쉬는 희망이 소리로 탈바꿈되어..

오케스트라의 잔잔한 선율처럼 귓전에 머물며..

일흔이 되어버린 노회한의 어느날 하루를 떠올리게 한다.


내 바지를 잡으며 매달리던 아내의 눈물과 핏줄이 선 목에서

터져나오는 신들린듯한 호소력의 날카로운 비명...

그날 나는 아내가 아닌 동물적 본능을 가진 어미의 눈빛을 보았다.

자기것을 지키겠다는 집념과 책임...

..........

....................

벌써 30여넌이 지났다.

지금도 내가 그날을 떠올릴때면...

등줄기로부터 차가운 흐름을 느낀다.

30여년전 아내의 그것은 후일의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몸부림이었고....

내게는 중심을 잃지 않고 일흔의 나이까지 올수있었던...

못박힘의 날이었다.


문득....

그날을 떠올리며...나는 가만히 아내의 손을 잡으며...

눈시울을 붉힌다.

평생을 나와 함께 내켵에서 머물러준 아내가

오늘은 내 가슴을 짖누르듯...아픔으로 다가온다.

오늘 떠나야 할 여행을 생각하면..더더욱 ...

아내는 어제부터 별 말이 없다.

평생을 기다려온 여행이건만...

아내에게 그리 반갑지 않은듯하다.

절제된 말로 나의심기를 살핀다.

"여보..이제 일어나야죠.."

"차놓치면 어쩌려구요..?"

난 아내의 손을 놓지 않는다

" 여보 조금만 더 있어주구려.."

아내의 눈에 눈물이 맺혀..

아침햇살에 무지개빛 이슬방울을 만든다.

" 이제 짐 다쌌으니..어서 일어나세요.."

"평생을 기다려온 여행이라면서..늦으면..어쩔려고..그래요..?"

아내가 손을뺀다.

거실로 나가는 아내의 어깨가 가늘게 흔들린다.

자리에서..일어났다.

기압의 미미한 변화를 감지해서인지 일어나 앉으니

또 다시 기침이 솟는다.

"쿨럭..큭......"

화장실로 들어간다.

칫솔에 치약을 묻혀 양치를 하다가..무심히 거울을 보았다.

깊게 패인 주름...얼굴 여기저기 피어난 검은반점들....

희어진머리도 이젠 몇가닥 남지않았다.

며칠전에 치과에서 하나 남은 앞니를 뽑고나니...

입가에 주름이 더 심해 보인다.

치약을 묻힌 치솔도 제역할을 다 못하는지..

어금니 주변 언저리를 서성이다 끝나버렸다.

내 어느새..이렇게 늙어 버렸는가..?

내 마음은

첫사랑의 키스의 감촉을 아직도 느끼고 있는데...

이렇게 이빠진 할아버지라니...

세월 ...그것은 참으로 빠르다


옷을 입는다.

거실 식탁으로 나가서 의자에 앉는다.

아내가 차려준 아침밥을 먹어야 한다.

오늘 여행을 떠나면.....

다시는 아내가 차려주는 아침을 먹지 못할것이다.

자리에 앉아 의자를 당기며...아내에게 묻는다.


" 여보 당신 요즘 건강은 어때...?

" 나야 뭐 아직은 걸어다닐만하죠...왜 걱정이라도 되요..?"

" 아니..그냥..물어본거요.."


난 고개를 숙이며..수저를 들었다..

아내는 여행하면서...밥 잘 챙겨먹으라는것과...

무엇보다..시간맞춰 약을 먹으라는것 등...

어린 아들을 수학여행 보내기라도 하듯..

그렇게 잔소리를 해대지만..

난 그져...밥을 먹으며..고개숙인채..

내 감정을 추스리고만 있었다.


" 알았어요..여보...걱정말아요.."

" 내 소식은 자주전해 주리다"


아내가 따라주는 물을 한잔 마시고..식탁에서 일어났다.


" 당신 틀니 해야죠.."


아내가 가져다 주는 틀니를 입에 물었다.

며칠전에 맞춘것이라..아직 자리를잡지 않아...

입안이 어색하다..

턱을 이리저리 굴려본다.


" ㅎㅎㅎ"


내 모습이 우스웠는지..아내가 나즈막히..웃음짓는다...


웃음짓는아내를 품안에 안는다..


" 여보..고맙소..."

" 당신을 평생 사랑했었다는걸 말하고싶구려..."

" 당신이 있어..내가 지금까지 올수있었던 거요.."

" 여보 사랑하오"

아내가 가슴에 얼굴을 잠시 묻는다.

아내가 챙겨주는 여행가방을 들고...현관문을 나선다.

아내는 내가 현관문을 나서자 마자..문을 조용히닫는다.

나는 돌아보면..발길이 떨어지지 않을것같아...

그냥 걸었다..

일흔의 노회한이 바라보는 그날은

아침햇살이 나뭇잎사이로 반짝이고 있었고...

멀리 바라다 보이는 산은 푸르기만 했다.

아까부터...기다리고있는 집앞 버스정류장에 서있는 할머니 여인..

그녀에게 다가간다..


"오래 기다렸소...?"

" 지루했지..?"

" 아니요..별로..."


그녀도 마음이 무거운지..별 말이 없다..

우린 손을 잡았다..

소풍길 짝꿍의 손을 잡듯..

평생을 기다려온 여행...


버스가 온다.

버스에 오르면서 아내가 남겨진집을 돌아보았다.

거실의 창문으로 우리를 바라보고있는 아내의 얼굴이

먼 발치로 보였지만.표정은 볼수가 없었다...

손을 잡고 버스에 올라탔다

나와 내가 평생을 사랑한 이미할머니가 되어버린..

또 한여인...

그녀와 여행을 떠난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여행을 떠난다.

주머니에서 안경을 꺼내쓴다..

떠나는 버스의 창을 통해...안경을 통해 ..

창문에 서있는 아내의 얼굴이 보였다..

두손을모아.. 얼굴을 감싼 어깨가 떨리고 있었다...

아침 햇살이 빛났다.

서글프리만큼.....


/ 살구


...........................

어쩌면..

일어날수도 있는 미래의 어느날을 떠올려 봅니다.

점심때 찾아와 삼계탕을 마주하고 앉은

조약돌이 들려준.이야기가...

이글의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좀더..아주 먼훗날이라도..

나중에 이글을 토대로....소설같은 이야기를 써보고 싶군요..

그때까지..친구들이...내 곁에 남아있다면..

여러가지 소재를 제공해 주리라 생각됩니다.

salgu2.gif

추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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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석범님의 댓글

no_profile 김석범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김작가님,  누구에게나  다가올 인생의 여정을...그렸군요..
다시올 수 없는 여행/또 다른 한 여인에 깊은 여운을 가지면서 감상 잘하고 갑니다..^*^~

허순임님의 댓글

허순임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선생님 저두 제 이야기를 토대로 꼭 한개만 쓰고싶은게 있어요..
저두 친구되어 지켜드릴께요..힘내셔요..
눈물이 이슬이되어 맺힙니다,,건강하셔요..

김영태님의 댓글

김영태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인생의 여정에서 제가 가장 깊게 생각하는 것은 나의 마지막 까지 내 곁을 지켜 줄 사람이 있으면 행복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좋은 글 읽고 갑니다

김태일님의 댓글

김태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내 바지를 잡으며 매달리던 아내의 눈물과 핏줄이 선 목에서
터져나오는 신들린듯한 호소력의 날카로운 비명...
그날 나는 아내가 아닌 동물적 본능을 가진 어미의 눈빛을 보았다."

김진수 선생님!
아주 감동적입니다.
오랜만에 정말 감동적인 글을 읽었군요.
제 부인과 동갑내기인 것 같은데
이미 산전수전 다 겪으신 것 같군요.
그렇죠?
제 눈이 그렇게 말하고 있어요.
감동적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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