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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라리 침묵할지어다 > -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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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은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10건 조회 2,525회 작성일 2007-11-20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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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이가 토요일 저녁 친구들을 만나러 나가더니 감감 무소식이었다. 핸드폰에서는 한밤이 되어서도 통화를 할 수 없다는 음성 메시지만 앵무새처럼 되 뇌이고 있었다. 워낙 자기 자리를 지키고 사는 아이고, 고교 때 친구들 역시 참 괜찮은 아이들이라서 큰 걱정은 안했지만 그래도 연락 두절이 되니 아무리 다 큰 자식이라도 부모 맘이 편할 리는 없었다.

원래 연락도 없이 귀가를 안 하는 아이는 아닌데 고등학교 친구들과 오랜만에 놀다보니 그런가보다 이해를 하려 했다. 그런데 토요일 밤이 지나 일요일 오후까지도 연락이 닿질 않다가 해가 저물 무렵 아이는 귀가를 했다. 귀가를 하고 나면 야단을 따끔하게 쳐야겠다고 내심 맘먹고 있던 터였는데,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아이 표정이 영 심상치가 않았다.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조심스레 물었더니 토요일 저녁에 나가서 친구들을 만나자마자 뜻밖의 소식을 듣고는 바로 영안실로 가서 밤을 새우고 일요일 오전 화장터까지 다녀오는 길이라 했다.

나는 깜짝 놀랐다. 이 나이가 되도록 나도 아직까지 화장터를 가본 일이 없었는데 아이가 무슨 연유로 갑자기 화장터까지 다녀와야 했나 내심 놀라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런데 고교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가 올해 3수를 했는데 15일 날 치룬 수능 성적이 원하는 만큼 나오질 않자 토요일 새벽 1시 넘어서 20층에서 몸을 던졌다는 것이었다.

그 소리를 듣는데 갑자기 내 눈에서 눈물이 핑 돌았다. 무엇이, 누가, 왜 이 땅의 스무 살 청년을 이렇게 허무하게 생을 던지게 만들었는지 가슴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학창시절에도 공부를 잘 하던 아이였고, 변리사가 꿈이었던 친구였기에 삼수를 하면서 느낀 심적 부담감은 너무도 컸으리란 것은 짐작만으로도 가슴이 아파왔다.

올해는 하나밖에 없는 남동생과 함께 수능을 쳤다고 했다. 그 엄마는 입시 때문에 잃은 자식을 뒤로하고 좀 있으면 또 남은 자식을 위해서 대입 원서를 쓰러 다녀야 할 것이다. 지긋지긋한 대입제도의 불합리를 몸소 몇 년씩 겪었고, 그로 인해서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그 엄마 심정이 어떨까를 생각하니 속에서 불같은 화가 치밀었다. 잘난 교육부 사람들의 탁상공론에서 나온 입시 부담감. 그 청년의 고뇌를 그들은 단 한번만이라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을까? 그들이 오늘날 고교를 다니고 있다면 지금의 대입제도 아래에서 자신들이 나온 대학을 제대로 입학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모르긴 몰라도 거의 없을 것이라 확신한다. 공부를 잘해도 원하는 대학을 못가고, 공부를 못해도 운이 좋으면 쉽게 대학을 가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요행을 바라는 점집이 성행을 하고, 족집게 과외가 극성을 부리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더군다나 올해부터 등급제로 바뀐 입시제도는 정말 운이 좋아야 가는 제도라고 단정 지어 말하는 게 옳을 것이다. 어차피 성적대로 가는 학교도 아니고, 운으로 가는 대학이라면 차라리 애들 혹사시키지 말고 행운의 추첨 번호로 학교를 배정하는 건 어떨까. 자괴감마저 들었다. 누우면 자는 체질인데도 그날 밤엔 잠이 안 와서 밤새 뒤척였다.

친구들은 그 아이 영정 앞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대학을 다니는 아들 친구들을 바라보는 그 엄마 심정은 또 어떠했을 것이며,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대학을 다니고 있는 자신들이 얼마나 죄송했을까를 생각하니 절로 눈물이 나왔다.

하염없이 울고 계시던 친구 어머니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는 말을 남기고 아들아이는 방으로 들어가서 아무 기척 없이 누웠다 잠이 들었다. 일부러 저녁밥을 먹이려고 깨우지도 않았다. 아들아이 역시 친구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현 교육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생각도 깊이 해보았을 것이다. 나 역시 뉴스에서 아이들이 수능 성적 때문에 세상 하직할 때, ‘좀 더 용기를 내서 살지.’라는 말을 너무 가볍게 해오던 건 아니었을까 많은 반성을 했다.

우리나라 교육제도는 삼 개월이 시한이라고 한다. 백년대계는 고사하고 고작 삼 개월마다 바뀌는 교육정책, 고려공사 삼일보다는 그래도 삼 개월은 훨씬 긴 시간이니 위로라도 삼아야하는 걸까? 공부를 잘해도 운이 좋아야만 들어가는 공정하지 못한 대입 정책 아래서 이리저리 휘둘리며 가슴에 피멍든 청소년들이 가꿔갈 이 나라의 미래가 과연 밝기만 할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이 땅에서 공부만 하며 살다가 나이어린 청년에게 사회를 책임지고 있는 기성세대인 우리들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말조차 삼켜야겠다. 부끄럽다. 세상을 떠난 청년을 소재로 이런 글을 써야 하는 이 현실이, 오늘도 가슴앓이를 하고 있을 또 다른 청년들에게 속수무책인 내 자신이…….

- 2007년 11월 18일 밤을 회상하며 -

추천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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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전 * 온님의 댓글

전 * 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공부가  다가  아닐텐데....
어른들은  왜  그렇게도  점수에  집착하는지.
정신문화는  아직도  개발도상국  수준에 있으니
대통령 이라도  제대로 뽑을 줄  알아야 할것이고.
나라의  미래가  사실은  걱정  됩니다.
꽃다운  나이에  몸을  던져  항거하는  이유를
깨닫는자가  많아야  겠지요.

늘,  아름다운  마음으로  세상을  직관하시는  이 작가님,
존경 합니다.

장대연님의 댓글

장대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교육 일선에 서있는 장본인으로서 유구무언입니다.
작금의 교육의 현실이나 입시제도 등에 대해 현장의 체험을 통해 느낀 바를
자근자근 이야기 하고프나, 시간도 여의치 않고, 무엇보다 필력이 따라주질 못해
망설이고 있습니다만, 언젠가는 서툴게나마 갖고있는 생각을 피력하려 합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이순섭님의 댓글

이순섭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안타갑습니다. 대학에 여식 둘을 보내고 있는 입장이지만 작금의 교육제도와 향후의 교육정책을 곰곰이
생각해보며 하늘나라에 간 청년이 그곳에서 원하는 대학에 다니며 본인이 하고 싶은 것 모두하며 생활하기를
기원해봅니다. `차라리 침묵할지어다` 잘 감상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은영님의 댓글

이은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다녀가신 분들의
안타까워하시는 마음
저승에 간 친구도 잘 전달받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더 이상의 비극은 없었으면 싶습니다.
다녀가신 분들 모두
평온한 휴일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

김성재님의 댓글

김성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작은 발전적 의견도 내놓을 수 없는 무능함이 부끄럽기만 하네요.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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