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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고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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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진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8건 조회 1,429회 작성일 2005-09-19 23:14

본문



2004년....

밤은 깊어만 간다..

아직도 잠이 들지 못한 나의 상념은

조용히 한해를 정리하게 한다.

아직 눈같은 눈 한번 맞아보지 못했는데...

성질급한.. 갑신년의 원숭이가

남도의 따뜻한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가듯....

60년의 회갑을 기약하며...

겨울의 차가운 밤바람과 함께...

그렇게 저물어 가고 있다..


집으로 돌아오는길...

어디선가 군고구마의 달콤한 내음이

내 코 언저리를 스친다.

나를 자극하는 그 향기의 진원지로 고개를 돌렸다.

횡단보도 한켠에 자리잡은 군고구마 장수

드럼통에 굴뚝을 달고...지글지글한 장작더미속에서

노릇노릇 익어가는 군고구마의 향기와 귀마래가 달린 모자를 쓴...

턱수염이 덥수룩한 젊은 청년은 따뜻한 군고구마 통속에 장작을 넣는다..

잘익은 고구마를 꺼낸다 ...손이 쉴틈이 없다.

어쩌면 군고구마 장수의 기본적 패션을 맞추려

그렇게 차림을 했는지도 모른다.

군고구마통의 따뜻함과 함께...

내게 정겹게 다가오는 느낌..

그것은 나의 어린시절의 회상이요....

이미 세상에 없는 부모에 대한 그리움이요...

긴 겨울밤 ...항상 뒤쳐진듯한 인생의 중압감을

어깨에 짊어지고 사는 중년의

발걸음을 가족에게 향하게 하는

서민적..느낌이라 말하고 싶다.

그 위로 휘황찬란한 네온싸인이 대조를 이룬다.


3000원어치... 흔히 볼수있는 검은 비닐봉지도 아닌

아무렇게나 풀로붙힌

신문지 봉투에 담아 주는 군고구마를 한아름 받아들고...

행여 고구마의 열기가 식을 세라...

가슴속깊이 묻어안고 걸음을 빨리한다..

가슴이 따뜻하다...

고구마의 열기가 내 꽁꽁언 가슴의 응어리까지 녹일수 있다면...


띵~~동~~

언제나 처럼 아빠를 기다리는 아이들...

큰딸은 아직도 않왔다...

미술을 전공한답시고...허구헌날 싸돌아 다니는 녀석...

이젠 그룹사운드까지 한단다....누가 내딸아니랠까바..

여중1년생인 풀잎이와 초딩1년생인 막내아들이


"다녀오셨어요..?"

그 소리의 끝남과 동시에 군고구마 봉투를 채간다.


"앗~~뜨거..."


막내가 봉투를 놓친다.

가뜩이나 못생긴 고구마가 떨어져...

더 볼품없게 찌그러져 버렸다..

봉투안을 열어본 막내녀석은 ..


"이게 뭐야..?"


"군고구마야 먹어바 얼마나 맛있는데..."


아무런 대꾸도 없이..무관심하게...

봉투를 쇼파에 던져버리고 티브이에 열중한다.


"용겸아 먹어바..맛있어.."

고개도 돌리지 않고...않먹는다는 막내 녀석...

티브이가 아빠보다 좋은가 보다..

옷을 갈아 입는다...

아침에 아무렇게나 입고간 그 옷을 다시 벗어

벽장에 아무렇게나 걸어 놓는다..

내일이면 또 나는 아루렇게나 그 옷을 입어야 하기 때문이다.

식탁에는 배달시켜먹고 남은 피자가 동그랗다.

피자의 종이쟁반을 한켠으로 밀어 넣고..

군고구마 봉지를 찢었다..

아직도 열기가 식지 않은 군고구마..

반을 잘랐다..

노릇한 군고구마의 속이.. 하얀김속에서 달콤한 향내를 발한다.

알록달록 이것저것 뿌려앉힌 피자...

너무도 그 색감이 대조적이다.

군고구마를 한입 입에 넣는다.

물을 마신다.

그리 자극적이지도 않고...은은한 그 맛..

그 밋밋한 맛을 느끼며...

마흔네살을 살아온 중년의 나 자신을 생각해 본다.

세련되지도 못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풍치를 지니지도 못한 설익은 내 삶의 중년...

힘겹게 존재의 이유를 어거지로 꽤맞추며....오늘하루를 살고있는

나 자신을 떠올리며 한입 베어물은 군고구마...


오늘은 나도 맛이 없었다..


- 살 구 -


군고구마 장수를 오랜만에 보았다..


반가운 마음에 여기저기 주머니를 뒤져 3000원을 꺼내들고...


한봉지 사들고 들어간 군고구마...


어쩌면 시대에 뒤쳐진 우리 중년의 삶과 처지가 비슷한것같기도 하다..


아침이면....아마도 통째로 쓰레기 통속으로 던져질지도 모른채...


아직도 먹다 만 군고구마가 식탁에서 김을 모락..모락 피워 올린다.


아직도 남아있는 내 청춘의 열기인양 그렇게..


창밖이 오늘따라 추워보인다..


겨울의 긴긴 밤은 점점더 깊어만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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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박기준님의 댓글

박기준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린시절 추위에 떨며
도라무통(^^) 장작불에 겨울 냄새, 풍기는 고구마 아저씨 옆에서 발을 동동 구르던 생각이 나는군요.
-창밖이 오늘따라 추워보인다.. 겨울의 긴긴 밤은 점점더 깊어만 가고.... -
가슴이 아려오는군요.
감사히 감상하였습니다. 행복한 가정이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강연옥님의 댓글

강연옥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겨울이면 퇴근하는 길모퉁이에 군고구마장사가  늘 있어요.
나도 꼭 3천원 어치를 사고 가는데
봉지에 담는 그 순간에 그 고소한 냄새.....
나는 고구마를 사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인정을, 고소한 인정을 사고 있어나 봅니다.  ^*^

정해영님의 댓글

정해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는 고구마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릴 때 주식을 고구마로 할 정도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늘나라로 가신 어머님과 아내는 군고구마를 참 좋아합니다.
그래서 겨울이면 퇴근길에 군고구마장수가 있나 여기저기를 두리번 거리다가
드럼통 군고구마 장수를 찾기라도 하면 한보따리 사곤 했답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군고구마장수 찾기가 힘들어집니다.
올 겨울에도 군고구마 사서 아내에게 주어야할텐데.... 벌싸부터 걱정이 됩니다.
님의 글, 가을아침을 정겹게 느끼게 합니다.

홍갑선님의 댓글

홍갑선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작가님 우리는 TV 버린지 오래 됐어요
요즘 아이들 TV , 컴퓨터 중독이 얼마나 심한지
열중할 땐 밥이고 뭐고 보이는게 없어요 우리 아이들은 TV를 없애니
아무래도 책을 더 보는 것 같더군요 군 고구마 많이 먹으면 섬유질이 풍부하여
변비에 특효랍니다 잘감상하고 갑니다. 건필하소서

고은영님의 댓글

고은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ㅎㅎㅎㅎ 군고구마 맛있지요.
가난하고 어려웠던 유년의 기억에도
군고무마 생각을하면 미소 한줄기 스치는
부유함, 가슴까지 다뜻해 집니다.

이선형님의 댓글

이선형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자녀분들도 아버지의 길을 걸으리라 봅니다. 배상열 작가님의 흘러간 가요를 좋아하시는 것처럼
시대가 변하여도 옛것과 부모님 그리워하는 향수가 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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