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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상 살 아 가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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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정해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1,915회 작성일 2005-09-2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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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이 글을 쓰기 전에 무척이나 망설였다. 글의 주제와 내용이 사회의 어두운 면을 조명하는 것 같기도 하고, 믿음이 정착되어야 할 우리 사회에 의심과 불신이 조장될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때론 글에서 나오는 기법들이 좋지 못한 방향으로 응용될 수도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직접 꺾어보지도 아니하고 타인이 경험한 내용을 읽고 그것들이 마치 자기 경험인 양 생각하고 바른 생각과 행동을 하는 것이 현자가 취할 자세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싣다. 』



아이엠에프(IMF)전 어느 해 여름날, 경기도 소재의 어느 회사로부터 한 통의 기계 구입 상담전화가 걸려 왔다. 상대는 그 회사의 중역이었고 우리 회사 제품을 기계분야의 정보통인 M씨로부터 추천받았다고 했다. 6대의 당사 제품에 대해 견적을 요청하였다. 그 회사는 신설된 회사로서 유통업의 회사가 모체라고 했다. 유통업을 하다가 보니 직접 제조에 참여할 필요성을 가지게 되었고 신설회사를 차리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해 왔다.

견적서를 팩스로 전송하였더니 며칠 후 그 중역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우리 회사 제품을 꼭 사용하고 싶다고 했다. 그런 결론은 많은 전문가들로부터 제품의 품질을 조사한 결과라고 했다. 따라서 좋은 금액을 제공하여 주기를 요청하였다. 유선 상으로 금액은 6천만 원 선으로 합의가 이루어졌다. 지불조건에 대해서 자가 발행의 약속어음으로 지불을 제안해 왔으나 나로서는 동의할 수가 없었다. 이제 막 신설되는 회사가 어음을 발행 해놓고 계획대로 일이 추진되지 않아 매출이 발생치 못하여 부도를 내고 마는 회사들을 자주 보아 왔기 때문이다. 그들의 계획착오로 나 자신이 피해를 입게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동의하지 않자 그는 타소발행어음을 주겠다고 했다. 그것도 타소발행어음은 그들이 모체라고 하는 유통업체에서 물품을 공급하고 받은 어음이라고 하였다. 그 어음에 그들 신설회사의 배서를 해서 지불하겠다고 다시 제안을 해왔다. 발행자가 부도를 내더라도 배서 자가 둘이나 있으니 문제가 발생시 채권확보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수락하였다.

그리고 발주서를 팩스로 요청하였다. 발주서를 받아보니 회사의 체계가 확실히 갖추어져 있을 뿐 아니라 내용이 빈틈이 없이 잘 꾸며져 있었고 믿음직스러웠다. 기계를 납품하기 전에 그들의 모체라는 유통업체를 방문하여 보고 안심을 하고는 그 회사를 방문했다. 회사는 6백여 평 정도이고 종업원은 모두 깨끗한 유니폼 차림으로 각자의 업무에 매달려 있는 듯 보였다. 사무실에는 여기저기 컴퓨터가 많이 운용되고 있었고 공장 내에는 다른 일부의 기계가 설치되고 있었다. 내방객에 대한 친절과 인사와 절도가 분명했다. 잘 교육된 종업원으로 보였다. 계약서를 작성하고 지불은 제품을 공급하는 당일 일시불로 지불 받기로 약정을 하고는 돌아왔다.

그 후 약정된 날짜에 기계가 납품되고 약정대로 타소발행어음을 전액 지불 받았다. 10여 일이 지나서 내가 알고 있는 한 기계공급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 회사에 우리제품의 기계가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본 그는 그 회사에 대해 정보를 얻기 위한 전화였다. 그는 우리 회사 제품과는 다른 기계를 공급하기 위하여 그 회사와 상담을 진행 중이었고 계약 직전에 그 회사에 대한 나의 시각을 물어보고 싶은 것이었다. 신설 회사의 약속어음 지불에 대한 리스크(risk,위험)를 그는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내가 느끼는 그대로를 이야기해 주었다.

이와 같은 정보를 파악하기 위한 전화가 그 외에도 많았다. 그리고 그들은 계약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정보를 파악하기 위한 노력들을 보면서 나도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그들 모두가 한 가지씩의 리스크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회사에 계약을 체결하고 기계류를 공급한 공급자는 내가 모두 잘 알고 있는 회사이고 또한 나하고도 거래가 있었던 것이었다. 나는 그들과 만약에 생길지도 모르는 부도 사태를 대비해서 긴밀한 연락 하에 업무를 추진시키기로 연대망을 만들고 모든 정보를 나한테로 모으고 문제발생 전에 공동 대처키로 하였다.

이렇게 연대망을 만들고 그 회사를 예의 주시했다. 기 납품되어 설치 된 기계들의 가동여부를 방문하여 확인하였다. 일부 기계들이 가동되고 있었다. 사기를 칠 목적이라면 절대 기계를 가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계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고 가동을 위해서는 무시 못 할 또 다른 부대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프레스인 경우에는 금형을 제작하여야 하고 그 금형은 다른 사람에게는 고철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사기의 목적이라면 그런 것을 비싼 돈 들여서 투자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들의 사기수법은 어음으로 지불하고 어음이 도래하기 직전 어느 날 밤에 몽땅 반값 이하의 금액으로 현금 처분하여 잠적해버리는 것이다. 물론 어음은 부도처리 되는 것이다. 여러 가지의 방법으로 체크하는 과정에서 무언가 이상한 느낌들을 가졌으나 물증을 찾아내기는 어려웠다.

재료를 구입하고 기계는 일부지만 가동되는 것이 의심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므로 기계는 점점 설치대수가 많아졌다. 약 5억원 가량의 기계가 시차를 두고 착착 투입되고 있었고 종업원도 차츰 늘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모르는 아주 젊은 회사원이 나를 찾아왔다. 그는 내가 납품한 경위를 알고 싶어 했고 그 회사에 대한 의문의 포인트를 말해 주었다. 그 친구는 그 회사와 캐드캠(CAD/CAM)의 공급계약을 체결하였고 계약금조로 어음을 받아 쥐고 있었다. 그 친구는 그 회사의 규모로 보아 그렇게 많은 캐드캠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사기성의 냄새가 난다고 하였다. 필요 없는 능력을 초과하는 캐드캠을 비싼 돈을 지불해 가면서 투자하는 것은 이해가 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계약은 했지만 계약금 돌려주고 계약을 해지하려고 결심을 굳히고 있었다. 단지 나로부터 정보를 얻고자 하는 것은 그 친구 회사 내에서 계약취소에 대한 품의를 해야 하고 그 품의내용에 정당한 근거를 제시하기 위함이고 그것은 그 친구 개인의 회사에서 고과와도 직결되기 때문에 풍부한 근거자료를 준비하기 위함이라고 하면서 정보를 요구했다. 그러나 정보는 노출할 수가 없었다. 문제가 발생치 않을 경우 그 회사에 대한 예의가 아닐 뿐 아니라 나와 연대를 맺고 있는 공급자들에 대한 사업내용을 지켜야 할 도덕적인 의무가 나한테 있기 때문이었다. 깊은 정보노출을 계속 거절하였다. 그는 나의 고집을 알아차리고 마지막 그의 히든카드(hidden card)를 나에게 던졌다. 그 회사 인물에 대한 정보를 테이블 위, 내 앞으로 내밀어 놓고는 화장실에 다녀올 테니 한번 보시고 이해가 되시면 도와 달라고 하였다.

그가 자리를 비운 후 그 내용을 보았다. 앗! 비명이 절로 나왔다. 그 내용에는 그들이 사기전문가라는 확증할 만한 근거가 확실하게 나열되어 있었다. 눈앞이 캄캄해 왔다. 난 연대망의 공급자에게 전파를 날려서 내용을 설명하고 정보노출의 양해를 얻어냈다. 그가 화장실에서 돌아오자 절대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열심히 나를 설득시켰다. 그도 연대에 같이 참여할 것을 요청했다. 수락이 되었고 그는 또 다른 임무 수행을 맡았다. 그 문제의 회사에는 컴퓨터가 많지만 제대로 다룰 수 없는 초보자들이 다루고 있었다. 초보인 그들에게 컴퓨터를 공부시키면서 하드에 든 회사의 정보를 읽어 보는 일이었다. 사실 하드 안에는 아무것도 없음이 후에 드러났다.

그 후 문제를 사전 예방조치를 위해 각자가 받은 어음의 지급 도래 일과 금액, 어음번호 등을 파악 정리했다. 두 종류의 어음이었다. 하나는 신설 회사 발행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들의 유통회사에서 물품을 공급하고 받았다는 어음이라는 것이었다. 여기서 문제는 발견되었다. 첫째는 어음의 지급 도래 일이 어느 한 날짜에 모여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그들이 어음을 지불하고 구입한 설비 류 들을 헐값으로 현금화해서 튀고자 하는 D-DAY(행동개시일)를 추정할 수가 있다. 즉, 어음지급기일 도래 일 이전에 그들은 그런 작업을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도래 일은 추석을 지나고 얼마 되지 않은 날이었다. 세상이 고요한, 종업원도 없는, 모두가 고향에서 명절에 취해 있을 그 시간인 추석휴일을 이용해서 해치울 의도임을 강하게 느꼈다.

둘째는 그들의 유통회사에서 물품납품하고 받았다는 그 많은 어음들이 발행자가 모두 동일한 일련번호순대로 발행될 수 있는가? 그들은 백지어음을 가지고 장난을 치고 있음을 직감할 수가 있었다. 셋째는 지방에 있는 어음 발행회사에 전화를 해보았다. 물품을 공급 받고 발행한 어음이라고 했다. 시차를 두고 너도 나도 전화를 해본 결과 그 회사에는 한 사람뿐인, 그것도 거의 비워져 있는 사무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규모의 금액과 같이 많은 물품을 구입할 회사가 아니란 냄새가 전화만으로 팡팡 풍겼었다. 여기서 짜고 치는 고스톱의 어음사기단이란 확신이 섰다.

이런 정황을 파악하였지만 어음을 돌려주고 기계를 가져 올 수가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정당하게 지불하고 구입한 기계이기 때문에 우리의 그런 제안을 묵살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어음 던져주고 강제로 기계를 가져올 수도 없다. 그것은 반대로 우리가 법적으로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계약서에는 물품대금이 현금으로 완제될 때까지는 우리의 소유로 명시되어 있지만 어음 지급 도래 일까지는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방법은 그들이 어음 도래 일까지 기계를 타 장소로 이동하지 않는 것과 이동하는 경우 그 현장을 잡아서 형사적 책임을 묻도록 하여 되돌려 받는 일뿐이다.

이런 상황 하에서도 그들은 종업원을 시켜서 공급자들의 전화, 팩스, 주소 등을 상세히 물어왔다. 기계를 사용하는 중, 고장 발생 등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시에 연락하기 위한 설비별 카드를 만들기 위함이라는 치밀함을 보였다. 먹어치우고 도망칠 놈이 이런 걸 일일이 전화해서 확인할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말이다. 고수들인 것이다. 뛰는 놈 위의 나는 놈들인 것이다 그걸 대가리 좋은 쪽으로 좀 굴리면 얼마나 좋을 가.

그 후 다음과 같은 일들이 만들어지고 벌어졌다.
회사 내에 기계구입을 주도한 중간간부가 한 패거리인지를 파악시키게 하고, 그로 하여금 그 회사 내부 동정을 파악하는 일이었다. 중간 간부를 별도로 만나서 확인을 해보니 그는 한 패거리가 아님을 읽어내고 자초지종을 설명하게 하였다. 중간 간부는 그런 낌새를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고 내용을 듣고는 자신도 모르게 그런 음모의 주도자로서 역할을 한 것을 후회했다. 문제가 발생되면 그도 공모자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고 크나큰 죄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고의든 아니든.

추석을 10여 일 앞두고부터 철저한 비상대책을 강구해 두고 24시간을 밀착하여 예의주시하면서 관찰했다. 추석휴무일에는 팀을 구성하여 그 회사 근처에서 잠복하였으나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전국의 기계상에 소문을 냈다. 기계류 매입한다는 정보를 뿌렸다. 전혀 공급자가 아닌 제3자의 이름으로 우린 그런 조치를 해 두고 그들의 판로에 그물을 쳐두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물에는 피라미 한 마리도 걸려들지 않았다.

추석이 지나고 어음 도래 일이 임박한 어느 날 갑자기 그 회사에 내방객의 숫자가 늘어났다는 시그널을 받았다. 감이 전해져 오고 있는 것이었다. 그들의 행동개시일인 D-DAY의 날짜가 임박해 옴을 알리는 시그널인 것이었다. 회사의 조직에서 상부에서 하부까지 그들의 조직원이 끼어 있음을 사전에 여러 가지의 시험을 통하여 알아 두었다. 이때부터 회사 내에 야간당직자에 그들이 모르도록 종업원 중 우리 편 요원들을 심어 넣었다. 그러기를 이틀 후 회사 측에서 야간당직을 전혀 서지 않던 종업원 두 명이 야간당직을 선다고 다른 사람이 끼어들지 못하게 하였다. 그걸 끝까지 만류하고 우리 편 종업원 한 사람과 같이 당직을 섰다. 당직을 선 나머지 두 사람이 우리 편 요원인 그에게 사우나를 같이 하고 오기를 권유하였으나, 그는 독서와 피로를 핑계로 거절하였으나 2~30분이면 사우나를 할 수 있는데 참 이상타는 질타에 못 이겨 빨리 사우나 마치고 돌아올 결심으로 그들을 따라갔다. 사우나를 마치고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도 없었다.

그는 급하게 옷을 주워 걸치고 당직실로 달려갔으나 아무도 없었다. 별다른 이상 상황을 발견할 수는 없었고 초조한 독서를 하고 있었다. 자정이 가까워오자 주위에 자동차 엔진 소리가 한적함을 깨고 들이닥쳤다. 험상궂게 생긴 건장한 사람들이 나타나서는 그에게 위협을 한다. 그때까지 같이 당직을 섰던 그 친구들은 나타나지를 않았다. 위협에 못 이겨 어디론가 끌려가서 감금 되었다. 그 순간 우리는 그런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은 까마득히 모른 채 집에서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다음날 아침 출근하자마자 또 다른 연대한 공급자로부터 급한 전화가 날아들었다. 어젯밤에 그들은 해치웠다. 아침에 종업원들이 출근하니 공장과 사무실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었다. 전화를 한 그는 확인차 지금 그 회사로 달려간다는 이야기였고 연대망의 비상출동대기태세를 갖추도록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 회사에 가서 상황파악하고 바로 연락한다는 것이었다.

종업원들도 몇 개월 동안 월급 한 푼 못 받고 그냥 사기를 당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공장을 임대해 준 주인도 사기를 당한 것이었다. 그들과 같이 한 회사에 생활한 종업원 까지도 감쪽같이 당해 버렸으니 텅 빈 회사에는 허탈 그 자체만 난무했다. 초조한 한 시간의 시간을 흘리고 있던 중 전화가 따르릉 울렸다. 급하게 수화기를 들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지금 기계를 잔뜩 실은 트럭 10대 가량이 대열을 이루면서 어느 톨게이트를 빠져나가고 있는데, 기계들을 유심히 보니깐 우리 회사 기계가 보이고 아무리 보아도 도망가는 차같이 보여서 연락했단다. 나는 그에게 부탁을 했다. 그 트럭들을 멀리서 끝까지 미행하면서 전화해 달라고, 그러면 내가 따라붙겠다고. 그는 나의 부탁을 들어 주었다. 난 그것이 사기 당한 물건이라고 말해 주었다. 갑자기 몸과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일회용 카메라를 준비토록 지시하고 기본사항을 챙겨서 호주머니에 쑤셔 넣은 후 사무실 문을 나섰다.

급하게 차를 몰고 달려갔다. 차를 몰면서도 이 순간 챙겨보아야 할 일들을 차분한 마음으로 생각했다. 우선 휴대폰으로 텅 빈 그 회사에 전화를 해서 공장 내에 남아 있는 상황을 다시 물어 보았으나 휴지조각과 허탈해 하는 종업원뿐이란다. 그 회사의 중간 간부에게 그곳에 있는 휴지조각을 하나도 빠짐없이 주워서 챙긴 후 연락이 갈 때까지 기다리라고 하였다. 연대비상망을 가동하여 문제의 장소로 집결토록 전파를 날렸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길가에 트럭이 대열을 이루고 정차해 있었고 한대씩 어느 넓은 창고로 들어가서는 기계를 하차하고 한대씩 빈 차량이 빠져 나오고 있는 중이었다. 준비해간 일회용 카메라를 들고 대열한 차량 곁에서 머뭇거리는 사람들 곁으로 다가갔다. 별로 좋지 않은 인상을 한 그들에게 물었다. “이 기계들의 주인이 누구냐고”. 그러나 그들은 자기들은 전혀 모르는 거라고 시치미를 떼었다. 트럭의 차량번호와 정차해 있는 승용차의 번호판과 적재되어 있는 기계와 차량, 어슬렁거리는 사람들을 모두 몰래 카메라에 담았다.

일단 기계의 하차가 종료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하차를 완료한 다음에 우리의 행동을 개시해야만 한다고 판단이 섰기 때문이었다. 그곳에서 1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으로 이동하고 그들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동안 텅 빈 공장에 전화를 했다. 휴지조각들의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휴지조각 중 국제전화 통화내역이 있었다. 동남아 어떤 나라와 집중적으로 통화한 내역을 알게 되었다. 그로 하여금 휴지조각을 버리지 말고 모두 가지고 내가 있는 장소로 오도록 하고는 문제의 인물들이 출국 정지 명령이 떨어지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초조한 한 시간 정도의 기다림 중에 연대의 공급자들이 집결하기 시작하였고 그때는 기계의 하차가 거의 끝나는 시점이었다. 조용히 우리의 행동 방향과 이성을 잃어버린 행동을 금지시키고 상대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대응방법을 정했다. 우선 경찰에 범죄 신고를 하고는 모든 차량을 끌고 가 하차한 장소의 출입구를 자동차로 봉쇄하였다. 들어간 차는 한대도 빠져나올 수 없도록 만들었고 기계인수 총책이 나오도록 유도하였다. 그들은 다짜고짜로 “차들을 비켜 달라”고, “응하지 않으면 차량을 불태워버리겠다”고 공갈 협박을 해왔다. 그래도 비켜주지 않자 그들은 모두 죽여 버리겠다고 협박을 더 한층 가해 왔다. 미친놈들은 제 놈 죽을 줄 모르고 큰소리를 뻥뻥 쳐댔다.

미리 배치해 둔 우리 측의 행동 대원들이 앞에 나섰다. 이 일팔새끼들! 너부터 죽여줄까! 하면서 한방에 목숨을 끊어 놓겠다며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죽여버릴 듯이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들은 어~어~하면서 뒤로 물러났고 그 제사 그 놈들은 심상치 않은 우리의 힘과 거칠음에 섣불리 대할 상대가 아닌 것을 파악하고 대화 해결 방법으로 급선회하였다. 우리는 ‘기계의 주인’이라고 신분을 구두로 밝혔다. 그들은 기계를 매입하였다고 하였다. 그러던 중 경찰들이 들이닥쳤다.

경찰이 도착하였지만 주위의 환경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당황하는 듯 보였다. 일단 관계자의 주민등록증을 회수하여 경찰서에 가서 자초지종을 얘기하자고 경찰에게 권유했다. 우선 그들의 정확한 신분을 파악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그렇게 했고 그들은 따를 수밖에 없었다. 경찰서에서 쌍방의 주장이 나왔다. 그들은 계약서를 보여 주면서 1억원에 매입하였다는 것이고, 우리 측은 “기계대금이 현금으로 완제될 때까지는 우리 소유이며 우리 소유의 물건을 문제의 회사가 우리의 허락도 없이 야간을 이용하여 당신들에게 팔아먹은 것이다. 이 사람들은 도둑놈과 짜고 해먹는 공모자이다”라고 주장을 폈다. 이는 “문제의 회사가 도둑질한 장물을 당신이 취득한 것이다. 또한 당신의 주장대로 정당하게 매입했다면 왜 야간에 그것도 종업원도 모르게 그렇게 일을 해야 하나, 떳떳하게 주간에 하면 좋을 것을 “우리의 주장은 계속되었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시가 5억의 물품을 1억에 산다는 자체가 장물취득 혐의의 증거이다. 경찰은 듣고만 있을 뿐 별다른 방책을 찾지 못한다. 우리는 그들을 공모자로서 일단 유치시키기를 주장했다. 그들이 도망을 치게 되면 경찰이 공모자를 방조한 것이 될 것이라고 조여 들어갔다. 경찰은 더 이상 개입하기를 거부했다. 그리고는 인적사항이 파악되었으니 그 점은 염려하지 말라고 했다. 정식으로 법적으로 처리하라고 하고는 신분을 파악해두고는 모두 내보냈다.

우린 그 날부터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24시간 매일같이 보관된 기계가 제3의 장소로의 유출을 방지하기 위하여 사람을 사서 지켜야만 했다. 일 단계 급선무로 가압류 조치를 신속히 했다. 가압류 조치를 하였지만 24시간의 감시는 계속되어야 하는 고달픔을 안아야 했다. 가압류 된 물건을 그들이 임의로 이동 유출시키면 그들을 강제집행면탈 죄목으로 형사적 조치를 취할 수는 있으나 잠적해버린 그들을 찾는다는 것은 기소중지밖에 없고 기소중지로 검문검색에서 잡힌다 하더라도 그들이 돈이나 기계를 내어 놓지 않고 형을 살아 버리면 아무 것도 건질 수 없기 때문에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24시간 감시를 게을리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이 형을 살더라도 착취한 돈으로 빠른 석방을 꾀할 줄 아는 그들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가압류를 마친 3일 후 매입했다는 그들로부터 협상이 들어 왔다. 그들의 사무실로 날더러 좀 오라고 했다. 그들을 알기 위해서는 내가 가보야 한다고 판단하고 그러자고 했다. 나에게는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한 가닥 하는 동생이 있었다. 그 동생이 나의 사정을 어디서 듣고 달려왔다. 그리고는 나에게 말했다. “방법은 하나뿐입니더. 형님, 그냥 가서 까불면 패주어 버리고 빼앗아서 가져오는 길밖에 없심더! 그놈들 달려들면 제가 처리할게요. 그놈들 모두 한 작당이 틀림없심더.” 나는 생각에 잠겼다. 동생의 의견에 따르고 싶었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는 그에게 말했다. 일단 만나기로 했으니 만나보고 결정하자. 그도 따랐다. 그리고는 나와 동행을 했다. 나는 동생 둘을 데리고 그곳을 찾아갔다.

그곳에 도착하여 차량 안에는 만약을 대비하여 한 사람을 대기시켜 두고 그들의 사무실에 들어섰다. 사무실 안은 어둠침침할 뿐 아니라 어지러이 널려 있는 것이 정상적인 회사의 사무실 같지가 않았다. 게다가 험상궂게 생긴 서너 명이 책상 위에 걸터앉아 담배를 자욱하게 품어대면서 어느 집 똥개가 왔느냐는 둥 쳐다보는 모습이 마음이 들지 않았고 닭살이 돋았다. 그런 역겨운 분위기의 냄새를 맡고 있던 중 걸상에 걸터앉은 친구 하나가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아이구! 형님이 여기 우얀 일이요!” 하며 같이 간 동생을 향해 고개를 숙인다. “어이, 너 오랜만이구나! 짜식~ 안 죽고 살아있었네” 하고 동생이 그의 손을 잡아준다. 그 친구는 머리를 긁적이며 반가움과 이상한 자리에서의 만남을 겸연쩍어 했다.

잠시 후 당사자가 바깥에서 어슬렁거리며 나타났다. 그는 사실처럼 거짓을 늘어놓는다. 사실은 사채놀이를 하는데 문제의 회사에게 5천만 원을 두 차례에 걸쳐서 빌려 주었고 어음을 담보로 잡아 두었단다. 문제의 회사로부터 받은 어음은 추석 직후 부도가 발생되었고 그 회사 사기꾼 사장 놈을 찾으려고 고생한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미끼를 던져서 그 사기꾼을 잡았으나 해결 방안이 없다는 것을 알았단다. 그래서 그 놈을 죽이겠다고 위협하니 회사에 있는 물품 전부를 가져가서 팔아서 1억을 챙기고 남으면 그놈한테 좀 돌려주기로 했단다. 그의 이야기가 포켓 속의 고성능 녹음기에 기록되고 있었다. 그래서 빌려준 돈 1억과 그 놈에게 1억 정도는 주어야 함으로 합계 2억은 손에 쥐어야 기계를 줄 수 있다고 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는 끄집어내지 말라고 일격을 가했다. “도둑놈에게 돈을 주다니” 도둑놈과 짜고 치는 고스톱 같은, 말 같지 않은 소리라고 쏘아 주었다.

그 친구의 얼굴이 험상궂게 일그러졌다. 침묵이 잠시 흐르고 사무실 안의 공기는 무겁고 음침해졌다. 그때 같이 간 동생이 튀어나왔다. “기계공급자들도 손해를 좀 보고 당신도 손해를 좀 보면서 원만히 처리하는 방법이 제일 좋다. 모두 피해자이니 피해를 균등하게 나누는 것이 제일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방법이다. 어떠냐?” 그는 2억을 되풀이하며 응해 올 기세가 아니었다. 동생이 또 거들었다. “형님! 이 친구들 말로는 안 되겠네요. 소귀에 경 읽기니. 우리대로 처리합시다.” 하고 말을 꺼냈다. 2억을 되풀이하던 그 친구가 얼굴이 다시 한 번 일그러지더니 “당신들대로 처리한다꼬? 그게 무신 말이오?”라고 물어왔다. 동생은 빙그레 웃으면서 “핏방울 좀 튕기는 거지, 뭐!”하고 맞받았다.

그때 내 동생을 형님이라고 부르는 상대측의 험상궂은 주먹쟁이가 그를 불러가서는 무언가 귀엣말을 한다. 그러고 나서는 순식간에 당사자의 얼굴이 밝아지면서 우리의 제안을 쾌히 승낙하였다. 그 친구에게는 7천만 원만 받아 가게끔 하였고 기계 이외의 컴퓨터 등의 집기류에 대해서는 우리는 상관하지 않기로 합의를 마쳤다.

공급자들이 모두 한곳에 모였다. 그리고는 경과 사항과 합의 내용을 얘기하니 두 사람이 반대하였다. 손해를 전혀 볼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강행했다. 빨리 해결하고 지친 몸에 활기를 불어 넣어 정상영업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납품 총액 비율로 손해금이 배당되었고 이틀 후 모두 준비가 완료되었고 잃어버릴 뻔했던 기계를 찾을 수 있었다.

이야기는 다시 거슬러 올라가서 당직을 섰던 그 친구는 그날 끌려가서 감금된 상태에서 벌벌 떨고 있던 중 밤 한 시경에 문제 회사의 사장이 그 곳에 나타났다. 사장은 지키고 있는 그들에게 “이 짜아씩들이~~ 왜 우리 직원을 감금하느냐”고 호통을 치고는 그의 이름을 다정하게 부르면서 자기와 같이 가자고 하였다. 그는 사장의 차를 타고 2시간 넘게 달려서 서울의 어느 여관에 들어갔다. 사장은 맥주 몇 병을 시켜서는 한잔하고 여기서 같이 자자고 하였다. 의심쩍었지만 거절할 수가 없었단다. 그래서 맥주를 마시고 잠이 들었다.

아침에 눈을 뜬 시간은 8시 반, 사장은 옆에 없었다. 사장은 그가 잠이 든 후 어디론가 사라진 것이었다. 그가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에는 공장 안의 기계들은 쏙쏙 공장 밖으로 빠져 나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같은 날 같은 시각에 문제회사의 모체(母體)라고 하는 유통업체에서도 똑같은 일들이 벌어졌음을 우린 그 다음날 알 수가 있었다.

그 다음 해 겨울, 설비의 견적을 요청하는 팩스 전문 한 장이 날아들었다. 견적 요청 양식에는 회사가 3개나 있는 조그만 그룹의 냄새를 풍기고 있었고 짜임새 있는 회사의 냄새가 물씬 풍겼다. 상대는 부장이었다. 전화 통화 후 견적을 팩스로 제출하였다. 견적서에는 육천이백만 원의 금액을 적어 넣었었다.

다음날 구매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가격협상을 위하여 방문해 달라는 것이었다.
“우리 금액은 협상이 어렵습니다. 저희들이 받아야만 하는 금액으로만 견적을 내는 회사입니다.” 라고 말해 주었다. 어쩐지 방문하기 싫었다. 금액만 잔뜩 깎아 두고 상부 결재 받아보고 연락한다고 하면 그냥 계약도 못하고 돌아와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기계는 다른 회사 제품보다 금액이 비싸다. 품질을 살 것인가, 아니면 예산에 맞는 기계를 살 것인가”를 물었다. 품질 좋고 싼 것은 없다. 그 회사가 우리 회사에 발주하겠다는 의지를 굳히기 위한 작전상의 이야기인 것이다. 그는 깎지 않는 장사가 어디 있느냐면서 금액만 조금 협조해주면 계약하겠다고 했다. 그럼 얼마나 협조해주면 되겠느냐고 물었다. “얼마나 해줄 수 있느냐”고 역(逆)으로 물어왔다. 우린 “No discount 입니다만 그 쪽에서 이를 감안하여 말씀해주시면 긍정적으로 답을 드리겠다.”고 하자 부장은, “6천만 원에 해 달라.”고 요구했다. “좋습니다! 그렇게 해드리겠다.”고 말하고 지불조건을 물었다. 어음지불을 제시해 왔다. 어음은 받지 않는다고 하니 “우리 회사는 튼튼한 회사” 라고하면서 나를 설득시키려 했으나 난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한두 번 당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 좋습니다. 어음을 지불 받겠습니다. 단 어음이 부도가 난다는 가정 하에 부동산 근저당설정 또는 은행지급보증 등과 같은 채권확보를 해주실 수가 있어야 한다.”고 못박았다. “그것이 안 되면 방법이 없습니다.” 부장은 그것을 수락할 수가 없었던지 다른 방법을 제안해 왔다. “이 달 중순에 기계를 납품하면 이 달 말일에 현금일시불로 지불하겠다.”고 하면서 1개월 후 도래 일의 어음을 담보로 맡기겠다고 했다.

난 여기서 생각에 잠겼다. 내가 부장의 입장이라면 이렇게 배짱부리고 콧대 높은 회사의 기계는 사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제2의 지불 방안까지를 제시하며 우리 제품을 사야 할 그들의 생각에 의심이 갔다. “일단 발주서와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세 개 회사의 사업자 등록증을 보내 봐주십시오. 우리 내부에서 긍정적 차원에서 검토하여 빠른 시간 내에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그는 발주서와 세 장의 사업자 등록증을 팩스로 보내 왔다. 그들 그룹 회사의 사업자 등록증 세 개를 보았다. 한 회사가 그 해 초에 설립되었고 다른 두 개는 설립일이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다. 먼저 설립된 회사가 모체로 보였다. 그들의 계열 회사라는 곳에 전화를 했다. 누군가 전화를 받았다. “무엇을 생산하는지? 지금 기계를 어떤 것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전화 받는 사람은 종업인양 싶었다. 그는 지금 기계가 한참 설치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기계 전체 투입 액수를 미루어 보아 6억은 될 것으로 추산되었다. 공장 임대와 부대사항을 고려하면 15억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느낌이 왔다.

여기서 문제를 발견하게 되었다. 모체라는 회사가 불과 1년 남짓한 기간에 수익을 얼마나 올렸었기에 은행의 대출 없이 그런 금액의 투자를 할 수 있는지를 검토해 본 결과 모체의 영업 품목으로서는 계산이 나오지를 않았다. 그런 거액 중 현금으로 지불하는 것만도 7억은 될 것으로 추산되나 그들의 능력으로는 어렵다는 판단이 섰다.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추진하는 데는 함정이 있다는 판단이 섰다. 어떤 함정이 있을까. 발주서의 내용 검토에 들어갔다. 발주서의 양식이 눈에 많이 익었다. 그러나 기억이 나지 않았다. 발주서에 하자는 없었다. 지친 몸을 질질 끌고 귀가하여 뻗어버렸다.

다음날 아침 출근 중 승용차 안에서, 그들에게 어떤 답변을 해 줄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하다가 문득 머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다. 견적요청서 내용 중에 있었던 부장의 이름이 어디에선가 들었던 이름 같았다. 곰곰이 생각에 잠겨 운전하다가 갑자기 급브레이크를 끼~익 밟았다. 교통사고를 낼 뻔했다. 좌회전 신호등도 깜빡이지 않은 채 갑자기 내 차 앞으로 끼어들기를 한 것이었다. “개새끼!” 나도 모르게 욕설이 튀어나왔다. 운전을 하면 자신도 모르게 욕설이 늘고 개(犬)의 가족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다행히 접촉은 면했고 그 차는 손을 들어 주고는 휑하니 달아나 버렸다.

식은땀이 났다. “누굴까, 어디서 만났을까, 누구한테 들었을까”하는 궁금증을 버리지 못한 채 사무실에 도착했다. 책상 앞에 앉아 가져다주는 커피를 마시면서 담배 한 개비를 피워 물고는 그 인물에 대해 생각에 잠겼다. M 씨? M x x?를 뇌까리면서 되풀이했다. 그래! 케이스북(case book)-내가 경험한 사건사고내용을 책으로 묶어 둔 책-을 들추기 시작했다. 30분을 뒤지다가 동일한 양식의 발주서를 그 책에서 발견하였다. 그 발주서는 바로 내가 겪었던 그 문제 회사의 발주서와 거의 같았다. 발주서 두 개를 나란히 펼쳐두고 비교해 보았다. 상호와 사람만 틀렸지 똑같았다. 파일을 계속 읽어 내려갔다. 아! M xx란 이름이 있었다. 그 당시 견적을 요청한 사람이 정보통의 M xx의 추천으로 우리 제품의 기계를 산다고 메모되어 있었다. 바로 우리 제품을 그 당시에 추천해 주었다는 사람! 그 사람이었다. 그 사람이 근무했다는 회사에 확인한 결과 그는 벌써 그 회사를 그만두었다고 했다.

이젠 모든 것이 밝혀졌다. 그러나 나에겐 여기서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이들이 사람과 상호를 바꾸어 또 다른 장소에서 일을 벌이고 있음을 간파했으나 이의 처리 문제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그들은 현행법상 현재로는 정상적인 방법을 취하고 있다, 그런 그들을 어떤 형사적 법적 조치를 취할 근거나 증거가 없는 가운데 그 어떤 조치도 취할 수 없음을 깨닫고, 일단 본 건 포기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그들에게 생각해 둔 방법으로 또 한번 그들의 속셈을 확실히 파악해 보기 위하여 전화를 했다.

그가 온라인상에 나타났다. 부장님! 어음을 담보로 기계 납품하고 보름 뒤에 현금으로 받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 기계를 만들려면 45일이란 기간이 걸리고 현재 완성된 기계는 우리의 자금 사정상 현금으로 당장 팔지 않으면 안 될 입장입니다. 그러니 제가 특별히 5천만 원으로 디스카운트를 해 드릴 터이니 현금을 바로 지불해 주십시오. 6천만 원에서 천만 원의 디스카운트는 불과 보름간의 이자보다도 엄청난 이익으로서 귀사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제시를 했다. 실제 그들은 그런 엄청난 조건을 수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었기 때문이다. 한탕 해먹고 달아날 사람들이 5천만 원의 현금을 지불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역시 그는 회사의 방침을 핑계대면서 수락하지 않았다. “잘 검토해 보시고 가능하면 연락 주십시요.” 하고는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다음 달 바로 그 회사에서 동일한 사건이 크게 터지고 말았다는 소문이 떠돌았고, 한참 후에 어음 전문 사기단들이 대거 구속되었다는 뉴스가 내 귀에 들려왔다. 이런 세상 살아가기도 지나고 보면 한 토막의 소꿉놀이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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