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속의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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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순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12건 조회 1,136회 작성일 2008-02-03 10:44본문
묵향이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묵향속에 스며들었던 그리운 사람의 내음인지도 모릅니다
다시는 뵐 수 없는 가슴속에 품어 두어야 할 그리운 모습
쓱쓱쓱 먹가는 소리
아버지의 두툼한 손이 벼루위에서 상하로 움직입니다
싹싹싹
가로 10 cm
세로 20cm 의 크기로 한지를 자르시는 어머니의 손길이 곱습니다
모서리가 낡아 빠진 검은 교자상은
어머니가 시집 오셨을 때 해오신 혼수품 중의 하나라는데
오랜 세월을 거쳤음에도 자개가 유난히 아름답습니다.
은은하면서도 휘황스런 빛은 지금의 자개와는 틀리는,
아마도 그 옛날 진짜배기 통영 자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음지에서 일곱번 칠을 하여 만든다는 나전 칠기 같은 고급제품인지도....
세월의 연륜을 말해 주는 듯 하는 그 낡은 교자상은 언제 부턴가
아버지의 앉은 뱅이 책상노릇을 하였습니다
아버지는 교자상 앞에 정좌를 하시고 붓 글씨를 쓰십니다
立
春
大
吉
집안 가득 묵향이 스며듭니다.
어머니는 옷깃을 여미시고
방, 대청, 주방 , 대문 골고루 정성들여 입춘대길을 붙히십니다
해마다 치루어졌던 봄맞이 행사였습니다
"아버지 ! 저거 붙히면 뭔 좋을 일 생겨요?"
" 봄이 오면 좋은 일들이 생길꺼야"
아버지의 대답에 나는 웃었습니다.
미신이라고 여기면서...
세월 흘러 이제 생각하니
봄이 온다하여 뭔 좋은일이 생길까마는 아버지는 봄이 오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그렇게 믿는것이 좋아 그랬나 봅니다
달력을 바라보니 2월 4일이 입춘입니다
지금은 아니 계시는 아버지 생각이 왜 이토록 납니까?
한번만이라도 아버지께서 쓰주신
'立 春 大 吉 ' 을 우리집 곳곳에 붙힐 수 있다면...
겨울의 끝자락, 봄이 오는 길목에서
가슴에 立 春 大 吉 을 붙여 봅니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다독이며
아버지 !
하고 차가운 겨울하늘 향하여 불러봅니다
사랑하는 나의 큰딸아 !
입춘대길이다. 하하하
아버지의 웃음 담긴 목소리가 묵향과 함께
차가운 겨울 하늘 위로 은은하게 울러 퍼집니다...
봄은 이렇게 은은하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댓글목록
이광근님의 댓글
이광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김순애 시인님 안녕하시죠 한지의 따뜻함과 흩트러지는 묵향
동양적 전통이 요즘은 조금씩 잊어감이 안탁갑습니다 저도
시 서예 한국화를 좋아하나 저의가정에서 어느놈 하나 거들떠
보지 않아요 좋은글 편히 쉬였다 감니다
이정희님의 댓글
이정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봄은 이렇게
은은하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가까이 있지요
건안하시고 건 필 하세요
전 * 온님의 댓글
전 * 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입춘이 되면
묵향을 흩날리며
집안 에 내 걸리던 입춘대길,
시인님의 가슴에 이미 내 걸렸습니다.
향기에 취해 봅니다.
김옥자님의 댓글
김옥자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입춘대길
시인님의 가슴에 새겨져 있는 듯
묵향이 번져오는 것 같습니다.행복한 삶이 보입니다
한미혜님의 댓글
한미혜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 큰 딸을
많이 이뻐하시면서도 기대를 많이
하셨을 그 마음을 엿보고 갑니다
입춘대길~~~
제가 불러드릴께요
사랑하는 김순애시인님 !
입춘대길이랍니다. 호호홍ㅇㅇㅇ
윤시명님의 댓글
윤시명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아버님께서 가슴에 붙여놓으신 "입춘대길" 마음의 보석입니다.^^
법문 박태원님의 댓글
법문 박태원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입춘대길 하십시오.
벌써 봄이군요.
바람 속에 묵향 내음이 묻어납니다.
고윤석님의 댓글
고윤석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서예 배울 때가 있었는데 쉽지가 않았어요..
묵향 향기롭죠..묵향 같은 삶 사세요...
김성재님의 댓글
김성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제 입춘이니 겨울이 다 갔네요.
시인님의 고운 마음에도
봄의 대길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행복한 한 주 시작하세요.
최승연님의 댓글
최승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봄소식 못지않게 묵향냄새 가득합니다.
건강하세요
이월란님의 댓글
이월란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참으로 아름다운 묵향 속의 그리움입니다.
시인님의 찬 겨울 뜨락엔 벌써 아버지의 호탕하신 웃음소리와 함께
희망찬 봄이 파릇파릇 솟아나고 있겠군요.
김영배님의 댓글
김영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름다운 글 [묵향] 잘 감상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