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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서 만났던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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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박효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5건 조회 1,142회 작성일 2008-03-05 04:01

본문

길가에서 만났던 할머니

박효찬

내가 어릴 적 제주에는 지금처럼 물이 흔하지 않았다
화강암으로 뒤덮인 섬은 비가 와도 금세 땅속으로 스며들어 고여주는 물은 없었다
강도 없고 바닷가가 아닌 산간지방들은 빗물에 의존하여 살던 시절이었다
육지 사람들의 들어오고 지하수개발을 통하여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좋은 물을 먹고 쓰는 도시가 되었지만
그 이전에는 그러하지 못했다.
산간지방들은 우물을 파서 시멘트로 바닥을 바르고 물이 고이게 해서 동네 공동으로 물을 길어다 먹었다.
어릴 적엔 나도 물 허벅을 지고 우물가로 물을 길으러 다녔다
그때가 내 나이 열한두 살 정도였다.
우리 동네에는 두 개의 우물이 있었다
하나는 먹는 물이고 또 하나는 빨래터이고 허드레 물통이었다.
그것도 여름 가뭄엔 물이 말라버리면 명도암 절물이라는 산물을 길어와야 한다
봉개에서 절물까지의 거리는 약 12km 정도였다
국민(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어린 나이에 물 허벅으로 물을 길어보고 싶은 마음에 엄마를 졸랐다
오일장 날 메주콩 한 말을 팔아 조그만 양은 물 허벅을 사왔다
아마도 닷 되짜리 허벅이었던 같다 학교에서 돌아온 길로 새 물 허벅을 챙겨지고 혼자 길을 떠났다
말리는 엄마를 뒤로 한 채 신이 나서 반은 뛰고 걸으며 그 먼 길을 갔다
절물에 도착하니 어른들이 어떻게 그 먼 길을 혼자서 왔느냐며(이웃마을에서도 내가 누구인지를 다 알았다.)
물을 길어주시고 등에 올려주셨다
돌아오는 길은 내리막이고 서투른 등짐에 비틀거리며 돌아오는 길에서 할머니를 만났다
낯 설은 할머니였다.
그 할머니는 여름날 목마름으로 고통스러울 정도로 힘들어하며 길가에 주저앉아 쉬고 있었다
할머니께서 날 보더니 힘들게
[미안하지만 그물 한 모금 먹게 해주면 안 되니?]하는 것이었다
그때는 몰랐다 허벅에서 물을 덜어내면 안 되는 것을
그런데 어린 마음에 그 할머니가 불쌍하여 얼른 [예 잡수세요.]했다
그리곤 길을 나섰다
헌데 걸을 수가 없었다
물이 가득했을 땐 몰랐는데, 줄어든 물은 움직임에 맞추어 출렁출렁 거리며
조그만 허벅입구로 물이 튕겨 나와서 온몸을 젖 시어 갔다
조심조심 살금살금 걸으며 조금이라도 덜 흘러내리게 하느라 날의 어두워지고
무서움에 온갖 생각을 했다
성냥이라도 주머니에 놓고 나올 걸
도깨비는 화약냄새를 싫어해서 성냥불을 키는 순간 도망간다고 외할머니가 가르쳐주셨는데...
아니야 큰길 한가운데로 걸어가면 될 거야 하면서 걷다 보니 물은 출렁거리며 온몸을 적시어버렸다
도착한 내 모습에 엄마는 놀래면서도 환한 미소로
[왜 이렇게 늦었어]하며 내꼴에 웃으시며
[힘들지 다시는 안 갈 거지 하신다.]
그리곤 바닥에 조금 남아있는 물을 보면서
[오다가 넘어졌니?]
[아니 어떤 할머니를 만났는데 목이 말라 하기에 물을 조금 드렸더니 출렁거리면서 쏟아져 버렸어요.]
[그래 잘했다 그것도 공부란다]
그 후론 혼자서 그 먼 길로 물을 길어가지 않았다
우리 집에도 수돗물이 들어왔다.
가끔 그 할머니가 생각이 난다. 아마 지금쯤 돌아가셨겠지.....
* Eres Tu (You Are) / Mocedades
추천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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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옥자님의 댓글

김옥자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물을 걸러서 먹던 그 시절이 생각납니다
나무 하러 산에도 가고 싶었던 일
그때의 경험이 삶에 많은 보탬이 되었다고 생각하면서
그리운 고향 생각이 납니다. 고마운 글 감사합니다

최승연님의 댓글

최승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낡은  물 허벅을 보니 할머니 생각이 나는가 봅니다.
추억 그것은 그리움입니다.^^
아름다운 음악!
고운 글밭에서 쉬었다 갑니다.

이월란님의 댓글

이월란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허벅>이란 단어를 처음 봐요 시인님.. 제주도 방언으로 물동이를 물 허벅이라고 하는군요.
물 허벅을 지고 올 땐 물이 가득 차야만 하는군요. 오묘한 진리 같습니다.
할머니의 목을 축여 드리고 물 허벅을 지고 오시느라 흠뻑 젖으신 어린 시인님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고운 글 뵙고 갑니다. 행복한 하루 되시고 건필하십시오.

김순애님의 댓글

김순애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어릴 때 양동이를 머리에 이고 물 길렀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주 무슨 민속 박물관에 가보니 양쪽으로 물 긷는 물동이가 있던데 그것 이름이 허벅인가보네요
목마른 할머니께 물 한모금 주신 시인님의 마음씨는 생명수 같네요 ..  아름답게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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