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겅퀴 섬
페이지 정보
작성자 : 강연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6건 조회 1,051회 작성일 2008-03-07 11:30본문
강연옥
그리하여 먼 옛날
옛날부터 섬이 통째로 엉겅퀴로 자랐던 거라
바람이 파도를 부추기며 섬 테두리에 가시를 키우는 동안
설문대할망의 젖꼭지 오름이 삼백 예순 개 생겨나고
뜨거운 바람이 음습한 계곡을 핥을 때마다
건천乾川 마른 잎맥에 단물이 흘러 섬 전체가 푸르지요
바다 밑으로 뚫린 한라산 물장오리
그 속으로 들어간 설문대할망은 깊은 바다 속에서
엉겅퀴 뿌리 되어 섬을 받들고 있어요
바람의 살갗을 닮은 덜퍽진 비바리들
바다로 뛰어들어 파도의 야성을 흔들면
물거품 꽃씨가 오름으로 날아가
무덤가엔 폐허를 세우며 엉겅퀴꽃이 피어나지요
밭에서 검질 메는 아낙네들
젖가슴 환하게 드러내어 아기에게 젖 물리면
꿀꺽꿀꺽 목을 타고 넘어가는 힘찬 젖물
고성 장수물에 콸콸 솟구막질하는,
한라산 아흔아홉골 공동묘지에 죽은 자의 뼈는
밤바다 별빛으로 부서지며 백록의 뿔을 키우고
백록담에 은하수가 비단안개로 내려와 사슴의 목을 축이는 섬
몽니달이 태풍마저 어질게 주물러 뭍으로 곱게 보내는
스스로 힘을 품은 엉겅퀴 섬
영원히 내일의 살이 되고 뼈가 되며
섬이 동그마니 잘도 떠 있는 거라
댓글목록
강연옥님의 댓글
강연옥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랫만에 글로나마
제주에서 안부 인사드립니다. ^*^
이은영님의 댓글
이은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엉겅퀴 꽃으로 조심조심 너무도 조심조심,
손에 찔릴까 조심스레 건드린 손가락 끝에서 느껴지던
그 보드라움이란~~...
눈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니란 생각을 다시 한 번 상기 시켜주었던
꽃입니다. 제게 엉겅퀴 꽃이란~~...
강연옥 시인님,
귀한 글 통해서 제주의 전설을 접하게 됨을
영광으로 생각해도 되겠지요? ^^*
이병선님의 댓글
이병선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인님 제가 제주도 조천에서 한 6개월 살았습니다
제주도 참 좋았어요--
시인님의 글도 참 좋습니다 늘 - 행복하세요-
강연옥님의 댓글
강연옥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은영작가님, 탄산 음료를 입에 넣을 때 쏘는 맛처럼, 달콤한 통증이랄까, 아마 그런 느낌이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조심스레 엉겅퀴 꽃을 건드리는 예쁜 작가님의 모습이 상상이 되네요. ^*^
이병선 시인님, 저는 조천 옆에 신촌초등학교에 2학년 때까지 다녔어요. 조천은 제주 역사에 있어서도 많은 의미가 있는 곳이고요. 반갑습니다. 좋은 글 또한 많이 창출하시길 기원드립니다. ^*^
박효찬님의 댓글
박효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강연옥시인님
안녕하세요 이렇게 인사드리네요
전 봉개출신입니다.
제주가 출생지는 아니지만 자란곳이지요
반가웠습니다
이병선 시인님 조천이면 저두 아는곳인데.......
강연옥님의 댓글
강연옥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안녕하세요? 박효찬시인님
봉개에서 자랐다니, 반갑네요. 봉개 위에 있는 절물 휴양지가 아주 유명하잖아요.
언제까지 계셨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그 곳에 '제주 4.3평화공원'이
많은 사람들에게 4.3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조성이 되어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