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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물지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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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강연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13건 조회 1,296회 작성일 2008-04-24 13:22

본문

몇년 전부터 매해 4월이 되면 이생진 시인은 제주에 온다. 4.3으로 인해 희생된 영혼들을
위로하기 위해 해마다 아끈 다랑쉬 오름에서 시낭송회를 개최하기 위해서이다.
다랑쉬 마을은 4.3당시 불타서 지금은 그 터에 대나무만이 남아있다. 1992년 마을 곁 다랑쉬
동굴에서 4.3희생자 유골 11구가 발굴되었다. 1948년 12월 18일 9연대가 동굴입구에서 불을
피우는 바람에 동굴안에 있는 사람들이 연기에 질식해 죽은 것이다. 다른 마을 사람들이 그곳에
숨어 지내다가 화를 당한 것인데, 희생자 중에 9살 아이도 있었다.
올해는 4월13일 일요일에 낭송회가 있었는데, 비가 오겠다는 일기예보와는 달리 날씨가 참으로
좋아 행사가 잘 마무리 되었다. 오름에는 산자고가 여기저기 피어 있었고, 무덤에는 할미꽃도 몇
송이 피어있었다. 어디에 있다 나타났는지 노루 한 마리가 잠시 머물러서 멀리서 사람들을 응시하다
사라졌다. 그 순간 사람들은 자연과 아주 가까이 있음에 행복해하는 것 같았다.
4.3에 대해 이데올로기적으로 밀어넣기보단, 아픔 위에 포근히 흙을 덮고 그 위로 꽃이 새로이
자라나도록 하는 것이 시인의 역할이라는 이생진 시인의 말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썰물 지는 날 /강연옥



1

밀물이 밀려와 날카로운 해안선을 지우고, 바위들이 안온하게 잠기면 바다는 식욕이 왕성해진다, 물결의 혀는
부드러운 바람으로 햇살을 말아 날름 삼키고, 파도가 맛있게 소화를 하는 동안 웃자란 아픔이 물거품이 되어
뭍으로 날아간다, 고기들이 지느러미를 빛나게 흔들며 유영하면 물의 겨드랑이가 간지러워 물빛이 곱다, 그러
는 동안 전복은 진주를 머금으며 살이 통통 오르는데

무자년, 무자비한 무자년에 마을에 큰 썰물이 났다, 한순간 물이 빠진 마을 운동장에 사람들이 줄줄이 붙잡
혀와 앉았다, 깍지 낀 두 손을 머리에 얹고 물애기 등에 없고서 오그려 앉은 어머니, 바릇잡이꾼들이 눈에 불을
켜고 바위를 뒤엎으면 움찔 오므라드는 보말들, 잡히는 데로 소쿠리에 담겨진다, 골갱이로 바위틈도 쑤셔댄다,
가시가 부러지며 성게가 뒤틀린다, 애기 아방 어디 있나며 총구를 들이대고, 서방 내놓으라 총대로 머리를 내려
친다, 바닷물이 멀리 빠져나가 칠 파도조차 까마득히 먼 젖물 마른 가슴, 감옥에서 물 마른 물애기가 어미품에서
-툭- 떨어진다

해와 달과 마을이 한 마음으로 서지 못해 사리 때가 되었어도 어긋나는 마음들, 바닷가엔 지독히 바람을 씹
으며 호흡하는 목 메인 파도소리와 짠 울음 삼키고 삼키는 돌들이 앙상한 뼈처럼 굳어져갔다


2
썰물 지는 날 바지를 걷어올리면
온 몸의 돌들이 일어나 돌이 돌을 뒤엎는다
돌바닥에 거품 문 보말들이 자글자글하다
세월이 거칠어 오히려 악착같이 달라붙은 보말들
정성껏 떼어내다 보니 큰 보말에 꼬옥 달라붙은 새끼 보말
<아> 무자년,
그 모습이 무자비한 무자년
물애기 등에 업은 그때 그 어머니 모습 같아
바릇잡이와 바른잡이 사이에서 되바라지게 생각을 고쳐보는데
밀물과 썰물이 끝없이 들락거려 아픔도 헐어버린 세월
그 세월이 붉은 해가 지고도 또 지는 수평선으로
자꾸만 쓸려가고 있습니다


*바릇잡이: 바닷물이 빠진 해안가에서 해산물을 채취함을 의미하는 제주어



추천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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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손근호님의 댓글

no_profile 손근호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랜만입니다. 강연옥 시인님. 사진을 보니. 문우님들 건안 하시군요. 지역문학발전을 위해 수고가 많으시고. 제주 지역에 문학이 바다에 파도 처럼 여울집니다.

고윤석님의 댓글

고윤석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인님 시 아름답습니다..시 너무 좋습니다..
강연옥 시인님 뵙지는 못했어도 빈여백에서 인사드립니다..
멋진 하루 되세요...

강연옥님의 댓글

강연옥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발행인님, 고윤석 시인님 안녕하세요?
오랫만에 글로나마 인사를 드립니다.
빈여백 동인님들 또한 화창한 봄날, 좋은 하루 되었으면 합니다. ^*^

손근호님의 댓글

no_profile 손근호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강연옥 시인님. 다시 사진과 글을 읽으니. 좌여순 작가님이 아마. 낭송을 하신 것 같은데. 들고 있는 푸른 책이 눈에 익어 보니. 시사문단 1월호 이군요. 이렇게 해서 좋은 글은 또 다시 읽게 합니다. 좋은 시 잘 감상 하였습니다. 시사문단 작가님들에게 안부 꼭 전해 주시길 바랍니다.

강연옥님의 댓글

강연옥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손발행님, 맞습니다. 발행님의 안부 인사 또한 꼭 전해드릴께요. ^*^
최승연시인님, 그리고 금동건 시인님 안녕하세요? ^*^

엄윤성님의 댓글

엄윤성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4.3사건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또 TV에서도 몇 번이나 봤습니다만, 시인 님의 시를 읽으니 가슴이 다시 서늘해집니다.
아팠던 우리들의 또 하나의 역사...
제주도는 한번밖에 못가봤지만, 다시 가고 싶어집니다. 건필하십시오.

강연옥님의 댓글

강연옥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엄윤성 시인님, 안녕하세요?
직접 4.3을 경험하진 않았지만,  어머니에게 늘 들어왔으면서도 지금껏 지역 문인의 한 사람으로서
관심을 덜 가져왔다는 사실이 늘 부끄러웠습니다. 이제야 시인의 역할이 뭔지를 조금 알 것도 같구요.
좋은 하루 되세요. ^*^
 

고산지님의 댓글

고산지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강연옥 시인님 오랜 만 입니다
" 해와 달과 마을이 한 마음으로 서지 못해 사리 때가 되었어도 어긋나는 마음들, 바닷가엔 지독히 바람을 씹
으며 호흡하는 목 메인 파도소리와 짠 울음 삼키고 삼키는 돌들이 앙상한 뼈처럼 굳어져갔다"
울림이 있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지난 3월 상공회의소 ceo 세마나가 제주도에서 열려 만나뵙고싶었으나
시간이 여의치않아 연락하지못했읍니다
늘 건강하시고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청원에서    고  산  지 


강연옥님의 댓글

강연옥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주도에 다녀가셨네요. ^*^
3월이었으면 날씨가 좀 쌀쌀하고, 꽃 냄새도 덜할지요.
일로 오셔서 바쁘시느라 제주의 3월의 풍광을 다 담지 못했겠네요.
요즘은 송홧가루로 온통 섬이 노랗습니다.
건강하시고 늘 문운도 함께 하시길 빕니다. ^*^

 

윤기태님의 댓글

윤기태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강연옥 시인님 반갑습니다.
5월 시사 문단에 등단한 이제막 걸음마 하는 윤기태 입니다
강연옥님의 시를보니 바다 내음이 물씬 거리는 바닷가의 일상을
정말 사실적으로 잘표현해 주셨네요.
제주 바다가 그립네요.
앞으로도 좋은 소식 부탁 드림니다.
이곳 진주는 아카시아꽃의 짙은 향기가 봄바람에 실려
삶에 활기를 더 해주고 잇네요.
그리고 도로가, 개천가에 피어있는 이팝 나무의 포송포송한
꼿말이 바람결에 휘날려,.....
그리고 시사문단 빈여백 동호님들 모두들
행복 하십시요.

강연옥님의 댓글

강연옥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윤기태 시인님 안녕하세요? 제가 덧글을 너무 늦게 보았네요.
진주는 제작년에 경남지부 회원들과 함게 가보았었지요. 촉석루에서의 기억이 문뜩 떠오릅니다.
개천가에 가로등 사이사이를 장식해놓은 꽃들.... 아름다운 거리라고 생각했어요.
앞으로도 좋은 시 많이 쓰셔서 많은 독자의 사랑도 받으시길 기원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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