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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꾸로 가는 버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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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은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5건 조회 2,943회 작성일 2008-06-1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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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버스를 탔다. 꿈이라도 꾼 것일까?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더니, 뭘 잘 못 먹었나? 날도 화창한 날 무슨 헛소리를 하고 있는 건가. 동화 나라의 주인공도 아니고, 세상에 거꾸로 가는 버스가 정말 있기나 할까? 그것도 서울 시내 한복판 종로통을 통과해서 오는 버스가 거꾸로 달린다면 안개 낀 날 고속도로 30중 추돌사고보다 더 큰 사고가 날 것은 자명한 일 아닌가 말이다. 그러니 웬 뜬금없는 소리를 하는 건지 적잖이 궁금할 것이다.

사실은 즉 슨, 버스가 거꾸로 가는 게 아니라 좌석이 거꾸로 배치가 된 버스의 의자에 앉아 있다 보니, 거꾸로 가는 버스를 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이왕에 거꾸로 앉은 거, 거리나 바라보자 마음먹고 바라보고 있노라니, 세상은 온통 앞으로앞으로 신나게 달려가고 내가 탄 버스만 뒤로뒤로 활기차게 달리고 있었다. 기차에서 뒤로 앉은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 들었다. 나만 뒤로 가고 있는 듯 어린애 마냥 신이 나고 말았다. 그러나 웬걸? 그것도 잠시, 멀미가 나려는 듯했다. 버스 바퀴야 운전기사 지시대로 굴렁굴렁 굴러가면 그만이지만, 가슴은 울릉도행 연락선 타고 가는지 울렁울렁 울렁증이 나고 말았다.

거리를 내다보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버스만 거꾸로 가서야 쓰겠나? 말이야 바른 말이지, 시계도 거꾸로 돌리면 거꾸로 가고, 웬만한 것들은 다 원래 자리로 돌아간다. 그런데 어쩌자고 나이만 거꾸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일까 말이다. 그야말로 억지춘향 격이지만 형평의 원칙에 어긋나는 거 아닌가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격다짐으로라도 나이를 거꾸로 먹어봤으면 싶었다.

언제가 읽은 글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일흔 살 할아버지가 산에 나무를 하러 갔다가 우연히 산신령을 만났는데, 산신령이 무슨 소원이든지 한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하였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할아버지는 오십 살 어린 여자랑 살아보는 것이 평생소원이라고 하였다. 할아버지의 말을 듣고 산신령은 잠시 고민을 하더니, 방금 소원이 이루어졌으니 얼른 집으로 돌아가 보라고 하였다. 신이 난 할아버지는 지게도 내팽개치고 그길로 내달은 집 문앞에서 얼마나 젊고 예쁜 새악시가 있을까를 상상하며 대문 안으로 발을 들여놓다 깜짝 놀라고 말았다. 마당에서 키질을 하고 있는 여인이 있었는데 그 여인은 다름이 아닌 바로 자신의 늙은 마누라였던 것이다. 늘상 보던 자기 마누라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다 말고, 산신령이 자신을 속였다는 괘씸한 생각이 들어 가랑잎에 불붙은 듯 산신령에게 달려가 따져 물었다. 그랬더니 산신령이 당신보다 오십 살은 젊은 부인으로 만들어줬는데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고 도리어 할아버지한테 버럭 성을 내는 것이었다. 할아버지는 이에 질세라 집에 달려가 보니 늙은 마누라만 있고 젊은 새악시는 어디에도 없더라며 산신령에게 더 큰 소리로 씩씩대었다.

그랬더니 산신령이 말하기를 자신은 젊게 만드는 재주는 없고 늙게 만드는 재주만 있어서 할아버지의 나이를 오십 살 더 먹게 만들었으니, 집에 있는 할머니가 할아버지보다 오십 살 더 어린 여자 맞는 거 아니냐며 혀를 끌끌 차는 것이었다. 그제서야 할아버지는 땅을 치며 후회하였지만 산신령에게는 젊게 만드는 재주가 없던 터라 더 이상 나이를 되돌리지 못하고 평생을 살았다는 이야기다. 할머니가 오십 살 젊어진 것이 아니라, 할아버지가 오십 살 더 먹음으로 해서 나이 차를 오십 살로 만든 산신령의 짓궂은 유머에 웃음을 흘렸던 시간의 이야기다.

평생을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아니, 수십 번쯤은 젊은 시절로 되돌아갈 수만 있다면 하는 생각들을 해보았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아픈 곳 없이 활기차게 살아볼 텐데, 그랬더라면 꿈을 이루기 위해서 좀 더 노력하며 살아갈 것인데, 그랬더라면 부모님께 못 다한 효도도 하고, 그랬더라면 자상한 부모노릇도 하면서 알콩달콩 제대로 살아볼 텐데, 그랬더라면 바쁘다는 핑계로 친구들에게도 소홀히 하지 않고, 그랬더라면 젊은 시절 부족한 용기 때문에 평생 그리움이 되어버린 짝사랑을 위해서도 용기 한 번 크게 내볼 텐데, 그랬더라면, 그랬더라면, 그랬더라면…….

그러나 오늘 거꾸로 가는 버스를 겨우 잠시 타고서 울렁증이 생긴 걸로 보아 분명 나이도 거꾸로 돌아가 보면 울렁증이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는 않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돌아가다 멀미가 날 지언 옛날로 돌아가 보면 정말 매우 아주 열심히 잘 살아낼 수 있을까? 머리를 하늘로 향하고 걸어 다니는 평범한 사람들이란 자고로 현재의 자신에게 만족할 줄 모르는 투덜이족들이 아니던가. 다른 이들은 어떤지 몰라도 나는 분명코 젊은 시절로 돌아가도 성실히 살아내지 못 할 거란 확신이 선다. 이것은 내가 나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렇듯 장담할 수 있는 거다. 또 그동안 나를 지켜보던 지인들이 증언을 해줄 것이다. 아무리 옛 시절로 돌아간다 한들 지금의 내가 바뀌면 얼마나 바뀌겠는가. 또 오늘 바뀌지 않는 게 어찌 젊은 시절로 돌아간다 하여 쉽게 바뀌겠는가. 이치가 그렇지 않은가?

아마도 몇 년 후엔 지금 바로 글을 쓰는 현재 이 시간으로라도 돌아갈 수만 있으면 하고 또 다시 후회 할 날이 분명히 오겠지? 문득 마지막 스캔들이라는 드라마에서 최진실이 활짝 웃으며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며 목소리 높이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 ‘잘 먹고, 잘 살자!’하는 말에는 무한한 의미를 포함하고 있음을 상기하며 나에게 한 마디 하련다. 그러니 바로 내일, 오늘의 시간을 더 이상 부러워하지 않도록 ‘바로 지금 잘 먹고, 잘 살자!’고.


추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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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효태님의 댓글

김효태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 이은영 작가님!
흥미있는 주제로한 글을 읽으면서 상상력의 역발상처럼
느끼는 우리가  진정 자신의  현실을 잊고 지난 날의
 추억속의 미련에 매혹 되지나 봅니다.
나,자신을 뒤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되는군요.
좋은 글 잘 감상하고 갑니다. 항상 건안 하세요.

탁여송님의 댓글

탁여송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너무 아름다운 글입니다.
‘바로 지금 잘 먹고, 잘 살자!가
제일 기억에 남고요
그게 우리 인간의 기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앞으로 시인님 덕분에
잘 먹고 잘살겟습니다.

이은영님의 댓글

이은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김효태 시인님,
탁여송 시인님,
귀한 흔적 남겨주심에 진심으로 감사한 새벽입니다.
고운 하루가 두 분의 새벽 창가에서 서성이고 있을 거예요.
힘차게 맞이하시길요~~  ^^*

현항석님의 댓글

현항석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혹씨 신령님이 소원을 들어 준다고 말하라고 하면....
그 신령님의 신통령(?)을 먼저 시험해 보고 소원을 빌어야 겠습니다...(ㅎㅎㅎ)

옳으신 말씀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추억을 그리지만.
또한 그 추억을 바꾸거나 다시 살면 더 잘할 것 같은 아쉬움이 드는게 사실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은영 작가님의 말씀대로
그런 생각하는 현실, 현재에 충실하고 오늘 하루에 열심하는게 더 현실적인 것도 같습니다.
그러나 몸이나 정신이나 회기성이 강한 인간이기에,,.. 저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20년만 돌리고 싶어지네요(ㅎㅎㅎ)

작가님의 작품속에 재미있게 놀다 갑니다.. 건필하세요!

이은영님의 댓글

이은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
현항석 시인님,
욕심이 너무 과하신 거? 하!! 사실은 저도 그래요. ^^*
빈여백동인지 출간식날 뵐 수 있어서 반가웠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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