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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망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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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3건 조회 2,639회 작성일 2008-08-0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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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망증
                                                                                                                             

                                                                                                                          성지 김영숙

  누구에게나 건망증은 있다. 의학적으로 그 뜻을 풀이해보면 경험한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기도 하고 어느 시기 동안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기도 하며  드문드문 기억하기도 하는 기억 장애'라고 한다. 또한 건망증과 치매의 차이가 모호하긴 하지만 분명히 구분된다고 하니 참 다행이다. 예전에 친정어머니께서 '너도 내 나이 되어봐라'깜빡깜빡 하시는 모양을 탓이라도 하면 하시던 말씀인데 요즘 내가 자주 쓰는 말이 돼버렸다. 그 정도가 좀 심하여 일상 속에서 낭패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를테면, 휴대폰을 냉동실에 넣어둔다든가, 요리 후 가스 불을 완전히 끄지 않아 냄비를 다 태워 먹는 다든가, 실컷 짬 내어 은행에 볼일 보러갔는데 통장을 안 들고 갔다든가. 어느 날은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면서 휴대폰을 찾은 적도 있다. 더 민망한 것은 상대방에게 휴대폰이 없어졌다고 해 실소를 자아낸 적도 있다.   

하지만, 어지간하면 직장에서는 실수 안 하려고 무척 노력하는 편이다. 어쩌다 가벼운 실수로 서류 하나만 빠트려도"에이, 아줌마의 건망증은 아무도 못 말린다니까 ........"동료들의 농담 한 마디도 예사로 안 들린다. 그런데 오늘은 실로 엉뚱한 경우로 한바탕 혼자만이 소동을 부리고 혼자 조용히 마무리 했다. 근무시간에는 늘 휴대폰을 모니터 밑에다 두고 업무를 보는데, 오늘도 예전과 다를 바 없이 두 서너 시간 일을 끝내고 습관처럼 휴대폰을 찾았지만 안 보였다. 차분하게 지난 시간을 되감기 해봤다. 그동안 내 동선을 체크하며 있을 만한 곳은 다 찾아 봤다. 심지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화장실 휴지통까지 다 뒤졌지만 휴대폰은 오리무중이라 급기야 동료들을 한 명씩 의심하기에 이르렀다. 가끔 젊은 대리 둘이서 휴대폰을 감추며 귀여운 장난을 친 전 적이 있는지라, 신호가 가면 둘 중에 한 명은 무슨 반응이 있으리라 기대하면서 내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놓고 표정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하지만, 무표정으로 일만 하는 사람들에게 내 휴대폰 감췄냐고 물어보면 되려 '또 어디다 두고 그러시냐?'며 건망증이 어쩌구 저쩌구 할 듯해서 열심히 전화를 걸고 다른 직원의 묵묵한 표정까지 지켜보며 혼자 조용히 사무실을 발칵 뒤 집었다. 아마 동료들은 '저 여자가 왜 갑자기 여기저기 다 들춰보고 다니는 거야?'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한 시간을 넘게 사무실 냉장고, 휴지통, 서랍, 캐비넷, 서류함, 신발장까지 뒤지며 지난 시간을 되짚어 보았다. 오랜 수고 끝에 다행히 외부에서 사람이 다녀간 기억을 떠올렸다. 사무용품을 배달 온 거래처 사람이 카드체크기를 내 책상에 올려놓고 결재한 기억이 어렴풋이 났다. 그분에게 전화를 걸어서 카드 체크기와 색깔이 비슷해서 자기도 모르게 가방에 넣었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억수처럼 쏟아지는 빗속을 뚫고 그는 되돌아왔고 둘이는 밖에서 조용히 접선을 하고 휴대폰을 돌려받긴 했는데, 괜히 열심히 일하는 동료들을 의심한 게 은근히 미안해져 바로 가게로 달려가 콘 하나씩 손에 들려줬다. 영문도 모른 채 '역시 총무님이라며 맛있게 먹는 두 대리를 보면서 도망치듯 퇴근을 했다.
 
 내 머릿속의 지우개는 너무 부지런해서 탈이다. 내가 명령하지도 안했는데 내 기억을 가둬두고 나를 곤란하게 한다. 정말 기억하기 싫은 굴욕 같은 까마득한 옛 일도 바로 며칠 전에 있었다는 듯 선명하게 펼치는 장난을 치기도 한다.  살아가면서 겪는 일을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기억한다면 과연 행복할까? 어쩌면 이는 삶의 굴레 속에서 더 노력하여 따뜻한 기억으로 다시 채우라는 배려라 믿고 싶다. 이제부터라도 하나하나 메모하는 습관도 들이고 오늘처럼 나 혼자 한 바탕 원맨쇼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쓰던 물건은 늘 제자리에 갖다놓은 습관을 들여야겠다.                                                           

08년07월

추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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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목원진님의 댓글

목원진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재미있게 한꺼번에 읽어 내렸습니다.
오늘 환자와의 대담 중 건망증에 대한 예기를 나누었습니다.
환자, "저는 잊지 말자 하여 달력에 동그라미를 쳤는데, 그 동그라미가
무엇이었는지, 잊어버렸습니다." 모두 하하하 한바탕 웃었습니다. 어디나 똑같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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