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역배우>

                                    김혜련


계절의 창틀에 얼어붙은 바람
미아 되어 울어대는 밤
벌써 네 시간째 전쟁 씬 찍고 있네
고작 한 컷인데
텔레비전 화면에서 단 몇 초 섬광인데
내 모습 구름떼 같은 적군 속 점 하나인데
노모 위독 문자 메시지도 맘 놓고 못 보는
서러운 단역배우
까맣게 타들어간 시간 어둠 속에 쌓여가고
지친 몸짓 대사 한 톨 없는 액션
피비린내 나는 전쟁 계속되는데
술이라도 한 잔 걸쳤으면
술기운에 나도 어엿한 배우라고
호기라도 한 번 부려 볼 텐데
삼키다만 눈물은 결국 엔지로 돌아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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