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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사계

페이지 정보

작성자 : 고은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6건 조회 1,473회 작성일 2005-10-03 14:20

본문



아버지의 사계 / 고은영


1 아버지의 봄


아침이면 학교 등교,
도시락을 싸야 하는데도
달콤한 수면은 언제나 빗금 간
서슬 퍼런 호령으로부터 왔다.
한 번도 실행되지 못한 살아있는 무형의 무기

" 안 일어나면 달려가 팬티 벗긴다!"

그 한마디에 잠이 부족한 우리는
좌석처럼 벌떡 일어나서 주방으로 달려가
한참을 졸음을 쫓아내야 했다.



2 아버지의 여름


고등학교 시절
아버지 꾸중에 반항하여
말대꾸에 화가 나신 아버지는
회초리를 들고 나를 때리려고
빠른 걸음으로 내게 다가오셨다.

나는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나를 따라잡을 수 없다.
고목의 보리수 나무가 버틴
집 뒤 우엉 담을 훌쩍 넘으며
희열에 들뜬 그 카타르시스

화가 나신 아버지의
분통 터지는 얼굴이 클로즈업됐다.

나는 히죽 웃었다.


3 아버지의 가을


나는 울고 있었다.
평생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매를 맞고
서러움에 복받쳐
구들 목 군불 지피는 아궁이 앞
반 평정도 그 좁은 구석 깊숙이 박혀
문도 걸어 잠그고
사랑을 의심하면서 울고 있었다.

그때 아버지 목소리가 들렸다.
" 나가서 니 누나 찾아봐라.
혹시, 어디 가서 엉뚱한 짓 하는 건 아니냐?"

나는 아버지 걱정을 들으면서
사랑의 의심을 버렸다.
그것이 아버지의 가을이었기 때문이었다.


4 아버지의 겨울


따뜻한 물을 뎁혀
아버지 발을 씻겨드리는 날은
고사리 같은 작은 손에
대야 가득 아버지 큰 곰 같은 발뿐이었다.
그 시간은 얼마나 길고 지루했던가

아버지는
단 한 번도 평생을 따뜻한 물에
얼굴은 씻지 않으셨다.
얼음장 같은 세숫대야
차디찬 물에 얼굴을 씻으시는 아버지를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는 갔다.
눈부신 미소한 가닥 그리운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겨울이 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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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태일님의 댓글

김태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역시 고은영 시인님 아버님도 호랑이 아버님이셨군요.
대개의 경우 한국의 아버지들은 자녀교육을 위하여 어쩔 수 없이 악역을 자임하고 나서야 했지요.
어머니는 아버지의 호령 뒤에서 인자한 모습으로 다독거려 주시고...
역할 분담인 셈이지요.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자식들이 알아볼 나이가 됐을 때는
이미 아버지는 이 세상에 없지요.
한국의 아버지들의 뒷 모습이 너무 쓸쓸하게 느껴지지요?  ^^

허순임님의 댓글

허순임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고은영 선생님 왜 아버님은 평생 따뜻한 물로 씻지 않으셨을까요..
알것도 같으면서 궁금해져요..
저희 아버진 늘 따뜻한 물로 씻으셨어요..왜냐면 소 여물줄려구 늘 따뜻한 물이 필요했어요
남은 물로 씻으셨어요,,제주엔 소가 없나요? 말두 있을텐데..
전 선생님 글이 참 좋아요......

김태일 선생님^^ 안녕하셔요^^
남은 휴일 잘 보내셔요,,,저 이뿌죠~인사를 잘하쟎아여^^

박기준님의 댓글

박기준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버지의 사계에는 부녀의 따뜻한 사랑이 있습니다.
세상 어느 것이 이에 비교 될 수 있겠습니까.
저에게는 아버지의 얼굴을, 아니 사계의 추억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아픔이 서려오는군요.
하늘나라의 사계를 바라보며 감사히 감상하였습니다.
아름다운 시심의 세계를 열어 주시는 선생님 감사드립니다.

고은영님의 댓글

고은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김태일 시인님, 허순임 시인님, 박기준 시인님?
제게 아버지는 정말 사랑 그 자체였습니다.
늘 눈부신 미소를 머금고 계신 분이셨지요.
지금은 꿈에라도 한번 뵜으면 싶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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