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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레 놀이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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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현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4건 조회 1,851회 작성일 2008-10-30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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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레 놀이기구

 

                                                                                                                              김현길

 

내가 고물차 맥스를 끌고 다닐 적 일이다. 고물차라고는 하지만 1988년만 해도 촌에는 차가 귀할 때라 내 차 맥스는 면내에서 꽤 인기가 있었다. 면소제지에서 자그마한 식당을 할 때였는데 그 차로 연습해서 운전면허 딴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인근 통영에 시장을 보러 갈 때면 세 살 먹은 딸 '보름'이는 자기도 태우고 가자고 졸랐다. 어쩔 수 없이 시장을 간단히 봐 올 요량으로 보름이를 태우고 통영 중앙시장에 도착했다. 아직 온 세살도 안 된 딸애를 데리고 다니며 시장을 볼 수가 없었다. 시장 입구 손수레 놀이기구 아줌마에게 시장 봐 올 동안 딸아이 잘 부탁 한다는 말과 함께 보름이에게는 월남방망이 사탕 하나 손에 쥐어주고는 `아빠 얼른 갔다가 올께' 했다. 제법 의젓하게 손까지 흔들어주며 스프링 말을 굴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중앙 시장에 가면 야채 파는 부부가 있었는데, 주인아저씨가 술을 무척 좋아했다. 우리 둘은 단골인 관계로 친했다. 그날도 순대가계에서 순대 한 접시를 주문 해다가 혼자 마시고 있었다. 내가오니 여간 반가운 게 아닌 모양이었다. 주는 술을 안 받을 수 가 없어 한잔 두잔 주고받다 보니 시간이 꽤 흘렀다. 시장 안 가계들이 하나 둘씩 불을 켜기 시작 했다. 문득 놀이기구에  맡겨놓은 보름이가 생각이 났다. 아차 싶어 대충 시장 본 것을 부랴부랴 챙겨서 와 보니 놀이기구에는 다른 아이들은 아무도 없고 보름이만 아주머니의 손을 잡고 서있었다. 양 볼에 눈물 자욱이 선연했다. 내가 늦게 오는 바람에 아주머니는 마치고 집으로 가지도 못하고 우는 아이를 달랜다고 여간 애쓴 게 아니었단다. 얼마나 미안했던지, 그 당시만 해도 음주운전이라는 것이 없었기에 천만다행이었다.

세월이 흘러 식당은 그만두게 되었고, 그러던 딸 보름이는 어느새 대학생이 되었다. 얼마전에 우연히 그 중앙 시장 앞을 지나가게 되었다. 그런데 그곳에 아직 까지도 그때 그 아줌마가 손수레 놀이기구를 하고 있었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동요가 그 당시는 "퐁당 퐁당 돌을 던지자"였고, 지금은 "호롱호롱 호오롱 산새소리에"로 바뀌었을 뿐이었다. 다만 아주머니의 검던 머리칼이 약간 희어졌을 뿐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변한 것이 없어 보였다. 반가운 마음에 '아주머니 절 아시겠습니까?' 하고 물어보니 당연히 몰라보았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애기손님들이 없어 자리를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손수레 놀이기구 할머니(지금 부터는 할머니라고 해야 옳을 것 같다.)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그때 보름이가 나를 보고 원망스런 모습으로 삐죽삐죽 울던 모습이 흑백영화처럼 스쳐지나 갔다.

손수레 놀이기구 할머니를 보고 세삼 내 인생을 뒤돌아보게 되었다. 저렇게  몇십년을 손수레 놀이기구 하나만을 끌며 열심히 살아가는 할머니나, 이것저것 직업을 바궈가며 돈 버는 일이라면 닥치는 대로 하며 숨 가프 게 살아왔던 내나, 삶 그 자체에는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였다. 그러나 비록 손수레 놀이기구지만 오래토록 하다 보니 정이 들었고 이제는 소일거리삼아 하고 있단다. 손주 같은 애기손님들이 귀엽기도하고...
하루하루 빚에 쪼들리며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는 나보다는 보람되고 안정된 삷을 살아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여 보였다. 그곳을 떠나오면서 인생을 산다는 것은 부와 명예보다도 저 손수레 놀이기구 할머니처럼 '주어진 삶을 거역하지 않고 묵묵히 살아내는 것도 한편으로 아름다운 삶이겠구나' 하고 혼자 생각하며 집으로 왔다.

 
추천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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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조남옥님의 댓글

조남옥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주어진 삶을 거역하지 않고 묵묵히 살아 갈 수 있다는 것
참으로 아름다운 삶이라 생각합니다
좋은글 감상 잘하고 갑니다.

손갑식님의 댓글

no_profile 손갑식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참을 읽어내려 왔습니다,
맞아요,,
저도 삶의 무게로인해 해가 지는것도 모른채
하루를 넘기는날이 많지요
이게 삶이고
이게 나의 의무라고 다 받아내고 있습니다만
너무 힘이 듭니다,
김현길 시인님 지난번 만남에서
제대로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헤어졌군요
다음에 만날날을 기다리며,,
또 이렇게 물러갑니다,,
건필 하십시요,

김석범님의 댓글

no_profile 김석범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제 남은 시간은 오직 창작에 힘을 쏟아야 겠다고 다짐하여 봅니다.
다른 것에 눈 돌리지 않고....  물론 직업에 충실하면서 ..

금동건님의 댓글

금동건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주어진 삶을 거역하지 않고 묵묵히 살아내는 것도 아름다운 삶이겠구나' 하고, 수없이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 왔다. >>네,,,주신글 머물다갑니다 잘계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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