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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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현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4건 조회 1,632회 작성일 2008-11-11 20:47본문
낙조
김현길
산마루에서 소를 찾아 헤매다가
우연히 방아도에 빠진 낙조를 보았지
그때의 황홀함이란, 소를 찾는 것도 잠시 잊고
멍~하니 바라다보고만 있던 소년
가시내들과 어기여차 뱃놀이를 했고
놋가락 끝에 하얗게 시그리가 일던
그해 여름밤은 참으로 즐거웠었지
선창가 집어등 불빛아래 그물을 깁던 어부는
자식 월사금 낼 걱정하던 우리 아버지들이었고
가난에 신물 난 우리들은 계획도 없이
더러는 부산으로 서울로 반봇짐을 쌌었다
이런 아련한 추억들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느새 겨울 해는 서좌리 쪽으로 기울었고
시그리 일던 그 바다에 홍돔 떼가
금비늘을 마구 뿌려대고 있었다
아, 노을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고
언덕배기에 턱 고이고 앉아
동무들 얼굴은 어릴적 그대로인데
나만 혼자 늙어가고 있다며
중년의 남자가 주책을 바가지로 떨고 있는
어떤 날의 오후.
* 방아도, 서좌리: 거제시 둔덕면 내 고향 앞 바다의 섬 이름
*시그리(야광충): 여름날 밤바다에서 작대기나 손으로 저었을 때 하얗게 일어나는 착시현상
김현길
산마루에서 소를 찾아 헤매다가
우연히 방아도에 빠진 낙조를 보았지
그때의 황홀함이란, 소를 찾는 것도 잠시 잊고
멍~하니 바라다보고만 있던 소년
가시내들과 어기여차 뱃놀이를 했고
놋가락 끝에 하얗게 시그리가 일던
그해 여름밤은 참으로 즐거웠었지
선창가 집어등 불빛아래 그물을 깁던 어부는
자식 월사금 낼 걱정하던 우리 아버지들이었고
가난에 신물 난 우리들은 계획도 없이
더러는 부산으로 서울로 반봇짐을 쌌었다
이런 아련한 추억들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느새 겨울 해는 서좌리 쪽으로 기울었고
시그리 일던 그 바다에 홍돔 떼가
금비늘을 마구 뿌려대고 있었다
아, 노을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고
언덕배기에 턱 고이고 앉아
동무들 얼굴은 어릴적 그대로인데
나만 혼자 늙어가고 있다며
중년의 남자가 주책을 바가지로 떨고 있는
어떤 날의 오후.
* 방아도, 서좌리: 거제시 둔덕면 내 고향 앞 바다의 섬 이름
*시그리(야광충): 여름날 밤바다에서 작대기나 손으로 저었을 때 하얗게 일어나는 착시현상
추천4
댓글목록
전 * 온님의 댓글
전 * 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늙어가는 육신을 이끌고
낙조앞에 드러내면
온갖 추억들이 휘몰아치지요
그러나 오늘도 어김없이 낙조는 아름답고
추억은 회한에 젖어 갑니다.
김현길 시인님, 반갑습니다.
허혜자님의 댓글
허혜자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련한 옛 추억
잘 감상 하고 갑니다
건안 하십시요.
최승연님의 댓글
최승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우리네 인생 한번 격어야 할 낙조!
즐감하고 갑니다.
환절기 감기조심하세요 시인님^*^
김하영님의 댓글
김하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고향의향기가늘씬풍기네요 낙조는인생의황혼을뜻한다고경허스님의말씀이떠오르네요
김시인님건강은어떠세요항상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