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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버려진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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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현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5건 조회 1,178회 작성일 2008-11-23 08:55

본문

지금은 버려진 땅

                              김현수

저 산등성이를 빙 돌아
등 너머에는 밭이 있었다.

지금은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
비가오나 눈이오나
괭이와 끝이 뭉퉁한 삽 하나로
새벽부터 밤 늦게 까지
진한 구슬땀을 흘리며
거미줄처럼 얽힌 나무뿌리와
돌멩이들을 치워가며
밭을 만들었다.

한 때는
고구마 심고 또 한 쪽 이랑에는
콩을 심고 수수도 심어서
가을이면
마당에 척 깔린 멍석위엔
오곡이 풍성해서
논이 작은 우리지만
천석군도 부럽지 않았다.

한 여름의 긴긴 가뭄으로
고구마 잎은 메말라 가고
요소 비료부대에 물을 넣어 짊어지고
산등성이를 오르내릴 때는
그 먼곳에 밭을 만든 할아버지를
속으로 한없이 원망했고
차라리 먹지 않고 굶는 게
더 낫다고 투덜거렸다.

땅은 거짓말을 할 줄 몰라
내 너희들에게 물려줄 것은
등 너머 밭 500평.
더 일구고 잘 가꾸어서
선대부터 내려온 가난의 한을 풀고
남 부럽지 않게 살아야 한다는
할아버지의 그 마지막 유언.

넷이나 된 손자녀석들은
다 도시로 도시로 돈을 벌러
뿔뿔히 떠나고 말았다.

설날 아침
산책을 하는 길에
등 너머 밭을 휭하니 지나가던 중
그 곳은 엉겅퀴와 잡풀과 칡넝쿨로
산인지 밭 인지
경계선 조차 분간하기 어렵게
한 5년은 묵어가고 있었다.

우리 밭도 그 주변의 다른 밭들도
흔적조차 없이 소멸되어 가고 있었다.

내 이 밭으로 돌아올 날은 아직도
아득하고 아무 기약 없는데
그때쯤이면 한 뼘인 이 소나무가
내 키를 훨씬 넘을 것이다.

짐승도 죽으면 머리를
태어난 곳으로 둔다는데

나도 언젠가는 고향으로 돌아가
그 밭을 내 아들이랑 둘이서
다시 일구어서 유자랑 밀감나무 심어
할아버지가 그 옛날 그 터에
밭을 만들었던 이야기들을
내 아들에게 대대로 전해 줄 것이다.
추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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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방정민님의 댓글

방정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생태에 관한 중요성이 날로 더해가는 요즘입니다.
우리네 삶이 자연과 더불어 살때 더욱 빛이나고 소중한 것인데
현재의 삶은 그렇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좋은 시 감사합니다.

최인숙님의 댓글

최인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김현수시인님 그렇게 훌륭한 유산이 있다니요
아이들과 주말농장을 하며 가을에 염매 열린것을 보면 조상님의 고마움도 알고
흙을 만지고 밟고  아담과 이브의 심성으로 돌아가고 시인님 행복하세요

전 * 온님의 댓글

전 * 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귀향의 꿈이 꼭 이루어 지시기를 기원합니다.
저도 그런 버려진(?)땅을  찾고 있습니다 ㅎㅎㅎ
귀향하고 싶어서요.
자연으로 돌아가야 하는 당위성이
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깨달아야 할것 같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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