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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 삶아 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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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최해춘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 댓글 5건 조회 1,357회 작성일 2005-10-11 08:44

본문

불면증 치료방법 (보름달 삶아 먹기) / 최해춘


나는 아주 독한 마음으로 달을 삶아 먹기로 했지.

고놈의 달빛 때문에 통 잠을 잘 수가 없었거든.

억지로 잠이 든다고 해도 꿈속까지 따라 와 속을 뒤집어 버리곤 하였거든.

분명히 말하건대 나는 달한테 잘못한 것은 없어.

고놈이 내 머릿속까지 덜 익은 햇수박처럼 허옇게 만들어 버리는데 누가 용서하겠어.

그래도 나는 그 훤한 용모가 아까워서 알이 꽉 찬 보름달을 보며 하루에 한 입씩만 베어 먹으며 그를 용서하려고 했어.

그렇게 한 입씩 한 보름정도 베어 먹으니 다 먹어 치우겠더군.

아, 그런데 그 놈이 또 살금살금 헛배부른 처녀처럼 둥글 넙적해지더라고. 이젠 아예 나를 잡아먹으려고 해.

그래서 이참에 아예 고놈을 삶아 먹기로 마음을 다잡았어.

최 부자네 조상 뫼땅에 가서 뗏장을 한 두어짐 정도 뜯어왔지.

물론 주인 몰래 야음을 틈타서 거사를 하였지.

그 뗏장으로 마당 한 가운데 솥을 걸었다네.

솥은 쇠죽을 끓이던 검정 가마솥을 옮겨다 걸었지.

그거 아주 크고 좋거든.

어릴 땐 내가 목욕탕으로도 쓰던 거였어.

다음에는 우물물을 가마솥이 넘치도록 가득 채웠지.

그런데 땔감이 문제더라고.

요즈음이야 어디 장작을 때는 집이 있어야지.

맨 날 고놈의 달이 올라타고 앉아 헤죽거리던 나무 한그루를 베어

땔감을 만들어 버렸지.

사실 그 나무도 미웠거든.

달하고 놀다 벼락 맞은 셈 치라고 했지.

모진 놈 옆에 있다가 벼락 맞는다는 말도 있잖아.

잘 한 일이라고 지금도 생각해.

간을 맞추기 위해서 왕소금 한 바가지를 솥에 부어 넣고

달이 떠오르기를 기다렸지.

그런데 달이 벌써 눈치를 채었는지 아무리 기다려도 떠오르지를 않아.

제법 밤이 이슥해졌는데 희끄므레 하던 밤이 갑자기 뽀얗게 변하더라고.

하늘을 쳐다보니 어느새 밤하늘 중간까지 고놈이 걸어와서는

구름 뒤에 숨어서 빼죽이 얼굴을 내밀고 염탐을 하고 있더라고.

얼른 내가 솥뚜껑을 집어 들고 뚜껑 뒤에 숨었지.

바보처럼 물이 찰랑거리는 가마솥에 제 집인 냥 떡하고 들어앉는 거야.

넵다 뚜껑을 덮고 밤이 새도록 장작불을 지펴 넣었지.

솥뚜껑 사이로 눈물이 주루룩 흐르더군.

그래도 자꾸 불꽃을 높였지.

김이 푸르륵 나고 쐑쐑거리는 소리가 요동을 치더라구.

고놈 엄청 뜨거운 모양이더라고.

나중에는 솥뚜껑이 다 들썩거렸거든.

쬐끔 불쌍한 생각도 들었지만 눈 딱 감고 일을 저질렀지.

그러다 새벽이 오더군.

뚜껑을 열어보니 아주 곰국이 되어버렸대.

달이 아주 폭 삶겨서 국물도 없이 하얗게 변해있더군.

한 숟갈 퍼 먹으니 좀 짜더라구.

그래도 어쩌겠어.

작심을 하고 만든 달 요리인 걸.

물을 마셔가면서 그걸 혼자 다 먹어치웠지.

그래서 어쨌느냐고?

뭘 어째.

그 날 밤에 내가 삶아 먹은 달하고 비슷한 놈이 또 보이는 거야.

아마 중국산 싸구려 짝퉁이거나 배아 복제로 만든 복제품이겠지, 뭐.

신경 안 쓰기로 했어.

그 날 이후 불면증을 고쳤거든.

만약에 또 병이 도지면 짝퉁이든 복제품이든

이번에는 짚불구이를 해먹을 생각이네.

자네도 한 번 해 봐.

재밌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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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윤해자님의 댓글

윤해자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ㅎㅎㅎ 최해춘 작가님! 글이 넘 재미있어서 눈을 뗄 수가 없네요. 달 요리가 맛날까요? 불면 있는 날이면 한번 해볼까 합니다. 재미있는 글에 미소 달고 갑니다. 건안, 건 필하세요~!

박인과님의 댓글

박인과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최해춘 시인님!
오랜만입니다.

참으로 해학적이면서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귀한 글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가끔 시인님의 글을 보면서 지냈습니다.
앞으로도 대성하시어 귀한 재목 되어주십시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아참~!
요즘은 나무 잘못 베면  잡혀갑니다.!!!!  하하하...(모처럼 웃는 통쾌한 메가톤급 웃음소리)

최해춘님의 댓글

최해춘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박인과 시인님,
얼마만입니까? 참 오랜만입니다.
함께 걷는 문학의 길이 즐겁습니다.
늘 건필하십시요.

윤해자 시인님,
시인님의 미소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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