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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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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순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7건 조회 1,719회 작성일 2010-04-23 22:22

본문

낡은 가방 하나
우리 집 책장 맨 위 선반에 올려져 있다.
가끔씩 기분 울적한 날 그 가방을 열어 본다.
추억의 보화가 한 뭉치 쏟아져 나온다.

요즘이야
이 메일로 사연을 전하고
문자로  메세지를  보내지만
우체국에서 편지를 보내고
전보를 치고 하던  옛 시절이 있었다.

우체국 그리고 우체국 앞의 빨간 우체통
우편 배달부 아저씨를 기다리는 설레임
그런 추억 누구나 있을것이다.

외출에서 돌아오면 우편함부터 기웃거렸다 .
예쁜 우표가 붙은 하이얀 봉투
우표는 곱게 곱게 뜯어내서는 우표수집 앨범에 넣고선
마음 담은 글씨 한줄 한줄 읽어 내려가노라면
눈물 같은 그리움이 아련히 편지지에 번져었다 .

친구의 편지와 엽서
아버지의 편지, 어머니의 편지
크리스마스 카드
결혼식 때 받은 축하 전보 등
세월의 저 편에 서서 다시금 읽어보니
필체에 묻어있는 체취로 인하여
그립고 보고프다.

아 !
세월이여!
돌아 올 수 없는 가 버린 세월이여!

지금 우리들은
20세기의 유물이 되어버린
빨간 우체통을 찾기보다는
전자우편함을 이용하는것에 더 익숙해져 버린
보내고 나서는 일분도 안되어 확인 할 수 있는
이처럼 빠른 세상에 살고 있다.

빠른것이 좋을 수도 있지만
느림의  미학이란 것도 있다.
기다림의 맛은
기다리는  순간의 안타까운 그 애절함과
절실한 그리움을 잉태한다.

청마 유치환은 통영의 우체국에서
여류시인 이영도에게  오천여통의 편지를  보냈다.
이 편지들은 그의 사후에 공개 되었다.

여류 시조시인 이영도에 대한 청마의 사랑은
현실적으로 용납 할 수 없는 불륜의 사랑이였다.
청마는 기혼자였고 이영도는 21살에 결혼하여
딸 하나를 낳고 29살에 남편과 사별하여 청상과부가 되었다.

이영도는 통영 여중에 가사교사였고
청마 유치환은 국어교사였다.
1947년부터 청마는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이영도에게 (정운 혹은 정향이라 부르며) 편지를 보냈다. 

그러기를 3년, 마침내 이영도의 마음도 움직여
 이들의 플라토닉한 사랑은 시작됐다.
플라토닉 사랑이라 하여
기혼자의 사랑이 불륜이 아닐 수는 없다.

사실 육체적인 사랑보다 정신적인 사랑이 더 깊고 단단한 것이 아닌가
이루어 질 수 없는 숙명적인 사랑 때문에
청마의 가슴속에는 칼날 같은 아픔이 있었을게다.
그의 시 '파도' ' 바위'에서도 느낄 수 있다. 

하루에 한통의 편지를 쓴다 하여도
5,000여통의 편지를 보낼려면 15 여년의 세월이 소요 될 것이다.
참으로 대단한 사랑의 편지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의 불륜은 이해 받고  감동받고
사랑하는 연인들에게는  사랑의 감정이 이런 것인가 ? 하는
공감대마저 형성되는지 모른다.

청마가 쓴 연서 한 귀절 한 귀절을 읽노라면
사랑의 부러움이 사무치게 가슴속에서 물결친다.
세상에 태어나서 그런  연서 5,000 여통을  받아보다
죽는다면 여한이 없을 듯 하다.


 ---사랑한 정향!
오늘 내 안에서 무엇이 귀한들 당신만 하오리까.
진정 당신의 고운 눈을  볼 때 마다  껴안고만 싶은
무한히 고운 안타까움입니다. 무엄합니까?

아버지여 . 이 나를 벌하라. 벌하라.
나의 이 사랑을 벌하겠거든 벌하라.
애달픈 정향!

내가 설령 당신 그리움에 애타 죽는대도
당신 앞에 이것을 보여서는 안될 것 입니다.---

영혼의 깊은데 까지 와 닿는 여자
그러나 어찌 어디에도 안아 볼 길 없는 여자
신이 내리는 벌을 받더라도 사랑하고픈 여자

청마의 편지는 단순한 연애 편지라기보다는
청마 문학의 일부다.

우리가 그의 불륜에 돌을 던질 수 없음은
'무한히 고운 안타까움' 이라 표한  연정의  조각이
우리의 가슴에도  사무치게 박혀
정신적인 고통과 함께
무한한 슬픔을 자아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청마로 부터 5,000여통의 연서를 받은 이영도가 부러운 밤이다.
은근히 나도 그런 사랑의 신데렐라를  꿈꾸는지도 모르겠다.

        -  행              복 -
          청마  유치환 

___________ 사랑하는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봇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 꽃인지 모른다.

___________ 사랑하는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행복하였네라.

 

 

 

 

추천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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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한미혜님의 댓글

한미혜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김순애시인님!
봄이에요.
새싹들을 보며 마냥 부러워도 해 보지만
성숙의 의미와 지혜로 가득찬 나이의 수를 헤아려봅니다.
항상 산의 기운을 전해주시는
김순애시인님께
사랑기운 가득한 편지를 쓰고 싶었어요!
그 죽일놈의 사랑의 기운을 다 빼고
이젠 사랑만을 찬미하며 살아야 겠다고 마음먹는 사월의 휴식의 하루!
이렇게 시인님을 생각하며 편지를 쓰니 얼마나 마음이 평안한지요.
자주 이렇게 소식 전하며 그렇게 살아요 우리~~~

전 * 온님의 댓글

전 * 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ㅎㅎ 청마 시인님은
저도 학창시절 무척 흠모하던 분입니다.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행복하였네라"
아직도 귀에 쟁쟁하게 울리는 말입니다.ㅎㅎ
김순애 시인님
늘, 건강한 일상과 향기로운 글귀로
행복을 찾아 주시니 고맙습니다.
봄햇살 따사로운 주말, 행복을 누리시기를...

김성현님의 댓글

김성현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유치환의 행복... 1000번도 넘게 읽어 외우며 다녔던 시들 중 하나이다. '너와 나의 애틋한 인연도 한방울 연연한 진홍 빛 양귀비 꽃인지도 모른다.' "양귀비 꽃이다"라고 차마 말하지 못하는 시인의 마음이 이 글을 읽다보니 조금씩 와 닿는 것같습니다. 저번 이사오면서 옛날 받아 모아두었던 편지들을 다 잃어버렸습니다. 가슴이 비는거 같았지요. 이젠 더이상 그런 편지를 모을 수 없다는 것이 더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편지지 한장 사러 가야겠습니다. ^^

손종구님의 댓글

손종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김순애 시인님 반갑습니다.
얼마전 통영에 갔다 왔습니다.
시인님의 '편지' 읽고
다시 한 번 더 가서
청마의 가슴으로 느끼고 싶습니다.
항상 좋은 글에 감사드립니다.

김석범님의 댓글

no_profile 김석범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편지의 사연..!!  가슴 찡합니다 ...  빨간 우체통 ...  열정의 가슴을 담았다하여 빨간색으로 제작하였나 봅니다 
시사문단에서 통영, 유치환 선생님 생가를 문학기행했던 기억이 생생하며 다시금 가고픈 충동이 일렁거립니다 

윤기태님의 댓글

윤기태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김순애 시인님,
반갑습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기분이네요
저도 이런 추억이 있었답니다.
근데 요즘은 모든게 너무 빠른 것
같네요.
까까머리 학창시절이 그리워 지네요
엊그제 저희도 졸업 40주년 행사를
치뤘답니다. 그시절 그모습을 슬라이드로
감상하니 가슴이 찡 하더군요
우리는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 겠지요
좋은 글에 머물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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