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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신인작품 응모

페이지 정보

작성자 : 정혜진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 댓글 0건 조회 145회 작성일 2020-04-03 15:20

본문

<시사문단 신인상 작품 응모>

꽃이 지다
                정혜진
   
세월의 강이
한줄기로 굽이쳐 흐르던 날
중년의 꽃으로 만개한
곱디고운 연분홍꽃 한 송이
맥없이 떨어지고 말았다.

막힌 길 트여줄 기대로
망설임 없이 찾아간 생명 수선집

천사 웃음 환한 얼굴로
손 맞잡아 기약한 보람도 없이
다시는
닫힌 문 열고나오지 못한 3층 고침방

침묵으로 숨죽인 수술실엔
차가운 금속성 쇳소리만 가끔씩 들려올 뿐
세상 모든 정막이 한 곳에 모여 있었다.

산소호홉기 조차
더 이상 동행을 거부한 그 순간
긴장의 절정에서
고요는 기어코 생명줄을 놓아버렸다.

무기력하게 멈춰선 맥박 앞에
하나 둘 떨어져 내린 꽃잎들

정녕 이대로
영영 돌아올 수 없는 넋이 되어
중년의 포근한 품 잃어야 옳은 건지
정답 찾지 못해 동동거리는데
무심한 꽃송이는 속절없이 떨어졌다.




4월, 그 힘찬 발돋음
                        정혜진

산자락 휘감아
매몰차게 다그치던 겨울바람
시리게 파고들던 기세가 수그러든다.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시간의 정거장 어디 쯤
하차 결정 서두른 찬 공기
햇살 무늬 훈훈한 입김에 눌려
흔적마저 지워져 간다.
 
가진 것 하나 없이 훌훌 털어 내려놓고
앙상한 빈 가지로 서서
모진 북풍 하얀 정막 이겨낸 나무들
뿌듯한 대견함이
힘찬 맥박으로 일어설 때

땅속 깊은 곳에서부터
솟구쳐 발돋움하는 의지의 깃발 펼쳐
앙상한 가지 끝마다
색깔 찾아 꽃망울 훈장 달아주고
마른 풀 작은 뿌리까지 새잎 틔우며
기운차게 태어남을 기약하는
무한의 생명력이 반짝인다.

아지랑이 씨앗 흩뿌린 4월은
대지를 깨우는 꿈틀거림
꽃빛 발돋움으로 일어서고 있다.





진달래꽃
                정혜진

그랬다.
적어도 두 가지만은
마침표 아닌 진행형으로 남아 있다.
혹한의 채찍에 휘둘려 앙상한 빈 가지로 남은 산천
햇살 눈빛에 기운 얻어 남쪽바람 마중할 채비 서두르고 있을 때
예고도 없이 깜짝 놀래킴으로 진분홍 눈짓 앞세워 불을 밝힌 진달래꽃
삭막하기 그지없는 몸체 흔들어 잘난 척 일어서서 얼굴 드러내며
달보드레한 입맛으로 유혹하다 못해
화전으로 다시 태어나 마음 흔들어 들뜨도록 휘저어 놓더니

이랬다.
여덟 바위 그림자 봉우리 찾은 꼬불꼬불 산줄기 팔영산 중턱
꽃물결 불타오른 아! 저절로 터져 나온 환호!
심장이 출렁거렸다.
황홀함에 취해 모든 게 멈춰 섰다.

이후
또 하나
운암산을 물들인 진분홍 꽃 시위
바람은 아직 꽃샘 심술 거두지 않았지만
추억마디 익히며 키넘이 꽃대에 묻히던 날
사랑도 한 덩어리인가 했는데 설레임은 거기까지였다.

3월 23일 오후
산기슭에 강렬한 자부심으로 서서 시선 강탈해 놓고
잠 깨우기 위해 안간힘 쏟는 마른 나뭇잎 흔들며
듬성듬성 진분홍 촛불을 켠 진달래꽃

꽃샘바람 앞세워
하늘 멀리 여행길 오른 그림자는
휘파람으로도 마주할 수 없는 존재 자체를 부인하면서
못내 잊지 않았다는 눈빛 언어 쏟아내며 발걸음 막아섰다.

그랬다.
영원할 수 없어도 결코 사그라지지 않을 거란 확신만큼은
이 봄에도 분명한 언약이라고
산책길 마주한 진달래꽃은 가슴에 파고들어 새겨 앉아 있었다.





잊었는가
                정혜진
                   
생의 바퀴 굴러가는 속도에
부질없이 감기면서
문득문득
회귀의 뜰에 펴 보인
순수의 조각들

아직도
촉촉한 눈빛은
깃털만큼의 투색됨도 없이
옛 자취 품은 흔적
그날에 멈춰 있는데
어지러운 나이테 앞에
이젠
훌훌 털어내야 하는 건지

열정 하나로
뛰는 가슴 채워 달리던
긴 시간 어디쯤에
오롯이 갇혀있는 시선 향해
한 번도
눈 맞춤 틈새조차
내어주지 않은 사람아!

행여
겹겹 쌓아둔 침묵 안에
시공의 폭 전부를 접어두었다가
영영 잃어버리진 않았을까?





예초기 높은 음               
                정혜진
   
초록 악보
거칠게 읽어낸 예초기

잘려나간 풀들이
항변 한마디 못한 채
힘없이 눕는다.

매몰차게 휘저은 기계음
금속성 떨림 앞세워
다투어 토해내고 있는
위협적 공포감

아픔 감싸 안은 밭 언덕이
풀들 대신 울고 있다.




수증기
                정혜진

스멀스멀
훈김이 목줄 타고 올라온다.

꺼억꺼억
입 밖으로 빠져나온 틈새에서
서서히 사라진 물입김
처음엔 분명 안개였을 게다.

세월 따라 부옇게 차오르면서
뜨거워졌을 촉촉한 무게
한 치의 답답함조차 남김없이
모두 쏟아낼 수 있기를
간절한 바람은 헛탕으로 돌아섰다.

젊디젊은 숫자 한 켠에서
예고도 없이 하늘 길로 날아오른 이별새
환상 껴안은 허탈함 가슴에 자리 틀어
하염없이 눈속임하며 커져간 안개방울
블랙홀에 감금된 심중 헤아릴 리 만무하다.

잘근잘근 조여 오는 그리움이
안개보다 굵은 수증기로 목구멍까지 차올라
후우욱-!
먹먹한 가슴 속 비집어 쏟아져 나온다.




아무래도               
                정혜진
   
코로나19 점령군이 침범하여
행동제약에 갇혀버린 봄
강원도에서 전화가 왔다.

초등시절 동창임을 확인한 순간
떨림이 묻어난 목소리는
홍당무처럼 상기되어 있었다.

졸업이후
까맣게 잊고 산 세월 연못 너무 깊은데
우연히 들춰내어 건져 올렸다는 친구
눈물 나게 방방거린 끝마무리에서
주말 오후 친정 가는 길에 만나잖다.

하필
코로나19 속박 무겁게 내려앉아 있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어정쩡한 내 결단
망설임 폭 원기둥 이루지만
벌써부터 반가움 유혹에 갇힌 되돌이표는
튕겨나갈 궁리에 눈독이 선다.

통화 이후 방방거린 그 만큼보다 훨씬 짙게
세월의 방을 가득 채운 그리움

아무래도
마스크는 꼭 덮고 나가서
코로나19 따돌릴 수칙과 거리 껴안으며
까맣게 잊고 살아온 깊은 시간
수직으로 수평으로 짜 올려야겠다.




정혜진                                                               
전남 고흥 출생                                           
교육학 석사
인문학 및 글쓰기 강사
연락처 : 58113 전남 화순군 화순읍 진각로 172-3 
전화 : 010-3642-7528
이메일 : 21hyej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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